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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웅 대표의 2018 버크셔해서웨이 주총 참관기] 8살 꼬마도 서슴없이 묻는 자본가의 축제 

 

오마하(미국)=글·사진 박지웅 패스트트랙아시아 대표·정리=한정연 기자 han.jeongyeon@joongang.co.kr
관련 회사 쇼핑데이-주총-마라톤 행사로 진행 … “우리가 모든 기회 놓치진 않을 것” 발언 인상적

▎오마하에서 열린 버크셔해서웨이 주주총회장에 모인 투자자들이 워런 버핏의 등장을 기다리고 있다.
버크셔해서웨이 주주총회는 ‘자본가들의 우드스톡 축제(Woodstock for capitalists)’라고도 불립니다. 가치 투자에 기반한 주식투자로 부를 쌓고, 이를 통해 수많은 기업을 버크셔해서웨이라는 지주회사를 통해 인수해 지배하면서 자본시장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투자자로 인정받는 워런 버핏을 만날 수 있는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워런 버핏과 버크셔해서웨이에 대한 책과 자료는 많이 존재합니다. 저 또한 그런 책을 통해 위런 버핏과 그의 회사에 대해 많이 공부할 수 있었고, 기업 경영에 큰 깨달음과 통찰력을 얻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주주총회 참석이 많이 기다려졌고, 팬의 심정으로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워런 버핏이 오마하의 현인이라고 알려져 있기 때문에 오마하에 가야겠구나 생각만 해왔지, 사실 오마하가 어디쯤인지도 몰랐습니다. 구글로 검색을 하면서 미국 한가운데에 위치한 네브래스카주의 작은 도시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이 작은 도시는 1년 중 버크셔해서웨이 주총이 있는 딱 한 주간에만 세계 각지에서 수 만 명이 방문합니다. 한국에서는 항공 직항편이 없기 때문에, 장장 15시간 가까운 비행시간을 각오해야 오마하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5월 5일(현지시간) 열린 버크셔해서웨이의 주총은 총 3일간의 일정으로 진행됐습니다. 버크셔해서웨이가 투자하거나 소유한 수많은 기업이 자신들이 판매하는 물건을 할인가에 제공하는 ‘쇼핑데이’로 첫째 날이 시작됩니다. 둘째 날에는 버핏과 찰스 멍거 부회장이 6시간 동안 앉아서 참관객과 진행하는 Q&A가 백미로 꼽히는 ‘주주총회’가 진행되며, 마지막 날에는 오마하 근처를 참석자들이 모두 함께 뛰는 마라톤 행사로 막을 내립니다. 모두가 고대하는 자본가들의 축제가 열리는 둘째 날에는 아침 8시 30분부터 시작되는 주총에 참석하기 위해 수많은 사람이 새벽 3~4시부터 센츄리링크(CenturyLink) 입구에서 줄을 서서 기다립니다. 아이폰 출시를 기다리는 사람들 또는 아이돌 콘서트를 기다리는 팬들의 모습처럼 언뜻 보기에도 수천 명의 사람이 해뜨기 전부터 진을 치고 있습니다. 더 앞자리에서 아흔 살이 넘은 두 할아버지 버핏과 멍거를 만나기 위해서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실로 대단한 열정과 열기의 현장이라고 느껴졌습니다.

새벽 3시부터 줄 서서 기다려


▎8살짜리 주주가 워런 버핏에게 버크셔해세웨이 투자 비중에 관한 질문을 하고 있다.
인파를 뚫고 주주총회장에 들어가는 순간, 할 말을 잠시 잃고 넋을 놓고 풍경을 바라만 보았습니다. 클래식하게 디자인 된 단상을 중심으로 1~3층에 걸쳐서 빈 자리 하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빼곡히 자리한 수 만 명의 인파가 장관이었습니다. 콜드플레이나 마룬파이브와 같은 글로벌 스타의 콘서트도 아니고, 단지 이 두 할아버지의 얼굴을 보기 위해, 두 할아버지가 여섯 시간 동안 조곤조곤 말하는 것을 듣기 위해 전 세계에서 왔다고는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많은 인파였습니다. 중간중간에는 버크셔해서웨이가 소유한 회사들의 로고가 펼쳐져 있었습니다. 그때야 비로소 왜 버크셔해서웨이의 주총을 ‘자본가들의 우드스톡’이라고 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아침 8시30분에 시작된 주총은 약 40여분 간 비디오를 상영하는 것으로 막을 올렸습니다. 버크셔해서웨이가 소유한 회사들의 광고를 중심으로, 실제 버핏이 출연하는 다양한 콘셉트의 유머러스한 내용을 담은 영상이 시선을 끌었습니다. 르브론 제임스, 메이웨더, 케이티 페리, 아놀드 슈왈츠제네거 등 각계각층의 유명 인사들이 카메오로 출연하고, 버크셔해서웨이가 소유한 자회사의 경영자를 칭송하는 개사된 노래가 반복적으로 나오면서 끝이 납니다.

그 후 장막이 걷히고 존경과 칭송을 받는 두 명의 할아버지가 나와 책상에 앉습니다. “좋은 아침입니다(Good Morning)”로 버핏이 유쾌한 인사를 건네자, 장중에 우뢰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습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두 할아버지는 주주총회 내내 코카콜라와 시즈캔디를 먹으면서 대화를 이어나갑니다. 중간에 점심시간 한 시간 정도를 제외하면 약 5시간 30분 동안 60~70개 정도의 질문에 직접 답변합니다. 질문은 크게 세 개의 그룹에서 돌아가면서 나오는데 기자와 애널리스트, 그리고 주총 참석자 순으로 진행됩니다. 물론 먼 길에서 발걸음 한 모든 참석자가 질문을 하고 싶어 하기에, 당일 아침에 미리 주총 참석자 중 추첨을 통해서 섹션별로 돌아가면서 질문을 합니다. 중국에서 건너온 중국인 펀드매니저, 평범한 미국 자영업자나 소상공인, 써온 글을 또박또박 읽어나갔던 8살 꼬마 숙녀에 이르기까지 정말 다양한 사람이 다양한 질문을 던졌고, 어떤 질문에도 버핏은 성심 성의껏 대답했습니다. 모든 질문에 버핏이 먼저 대답한 뒤에는 항상 “찰리(Charlie)?”를 불렀고, 외국인은 이해하기 난해한 미국식 유머를 짧고 임팩트 있게 던지던 멍거의 대답이 이어졌습니다. 8살짜리 꼬마 숙녀가 90살이 다 되어가는 버핏에게 “왜 예전처럼 자본효율적인 비즈니스에 투자하지 않고, 설비투자가 많은 비즈니스에 대한 투자비중이 커지고 있나요?”라고 또박또박 질문하는 장면이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어려운 질문에 쉽고 짧게 대답하는 워런 버핏


▎워런 버핏의 소박한 자택은 오마하의 관광명소가 됐다.
주총 때 나왔던 다양한 질문은 이미 수많은 언론에서 다뤄진 적이 있습니다. 최근 몇 년 간 버핏의 주총에서 항상 나오는 단골 질문은 버크셔해서웨이의 승계에 대한 이슈, 기술 기업의 시장 영향력 확대에 따른 버핏의 생각, 최근 애플 주식의 대량 매입과 구글 또는 아마존에 투자하지 않았던 것에 대한 질문, 투자한 회사 중에 문제를 일으킨 웰스파고 같은 건에 대한 이슈, 버크셔해서웨이 자체의 사이즈가 너무 커졌기 때문에 나오는 이슈 등입니다. 특히 이번 주총에서는 비트코인을 필두로 한 암호화폐에 대한 버핏의 부정적인 관점, 주총 전후로 이뤄졌던 테슬라 일론 머스크와의 ‘해자’ 개념을 둘러싼 논쟁 등이 화제가 됐습니다(경제적 해자(Economic Moat)는 경쟁사가 넘볼 수 없는 뛰어난 제품, 경쟁사의 규모를 훨씬 뛰어넘는 시장점유율을 뜻함). 그동안 버핏에 대해 공부하면서 훌륭한 투자자가 되는 것, 훌륭한 경영자가 되는 것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올해 그를 직접 보면서 재확인한 버핏의 특장점은, 어떠한 즉흥적인 또는 난이도 높은 질문에도 답변 내용이 어린 아이들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간단하고 쉬웠다는 것이었습니다. 제대로 깊게 고민하지 않는다면 쉽고 짧게 설명할 수 없고 어려운 말만 장황하게 늘어놓게 마련입니다. 버핏은 자신이 소유한 수많은 기업에 대해, 자신을 둘러싼 정치·경제·금융·사회, 그리고 사람과 경영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수준으로 바로 대답했습니다. 그것만 봐도 버핏의 고민의 깊이에 대해 가늠할 수 있을 듯싶습니다.

물론 일각에서는 버핏의 성과 또한 버핏이 살아온 시대적 특성으로부터 나왔다고 합니다. 산업의 고도 성장기, 주식시장의 탄생과 성장기에 그가 있었기 때문에 수혜를 많이 입었다는 이야기도 있고, 최근 기술주가 주식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커지면서 (기술주에 많이 투자하지 않은) 버핏을 비난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질문에서조차 버핏과 멍거가 대답한 내용을 떠올려보면, 왜 사람들이 버핏을 전설적인 펀드매니저들과는 전혀 다른 급으로 여기는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버핏의 언급 중에 하나는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 많은 기회를 놓칠 것입니다. 하지만 모든 기회를 계속 놓치지는 않을 것입니다. 우리의 비밀이지요”라는 말이었습니다. 10타수 10안타 치는 투자자가 어디 있겠습니까? 하지만 자기 자신에 대해서 이렇게 솔직하면서도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 자체가 강한 확신과 흔들리지 않는 기준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느꼈습니다.

솔직함과 자신감 엿볼 수 있어

버핏은 단순히 뛰어난 투자자이기 전에 훌륭한 사람이고, 우리가 그로부터 배워야 하는 것 또한 단지 투자 기법이나 종목 선택 기준이 아니라 그의 인생 자체, 살아온 궤적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인품과 원칙이라고 생각합니다. 처음에는 어디에 있는지도 몰랐고, 도착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라는 생각이 들만큼 조용한 작은 도시였지만, 버핏의 행적이 곳곳에 깃든 ‘오마하’는 살아가면서 한번쯤 반드시 가볼 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스기사] 버크셔해서웨이 주총은 - 1982년 15명 모여서 시작

버크셔해서웨이 주주총회는 매년 5월 초순에서 중순 사이에 열린다. 이 주총이 유명한 건 버크셔해서웨이의 회장이 워런 버핏이고 그가 직접 주총에 참석해 질문에 대답을 하기 때문이다. 지금과 달리 1982년 첫 주총은 회사 카페테리아에서 주주 15명이 모여 진행했다.

주총에 참가하려면 버크셔해서웨이 주주이거나 아니면 주주에게 배당되는 초청장 4장 중 한 장을 얻어야 한다. 버크셔해서웨이 주식은 A주와 B주로 나눠져 있다. 일반주, 우선주로 나눈 것은 아니고 차등의결권을 부여했다. 일반주가 너무 비싸기 때문에 의결지분을 잘게 쪼갠 B주를 만들었는데 A주 의결권은 B주보다 20배 많다. 5월 14일 현재 A주는 29만8770달러로 3억원이 넘는다. B주는 199달러로 20만원이 좀 넘는다. A주를 단 1주라도 보유한 투자자나 법인은 3000명이 안 된다. 주식을 매입해서 버크셔해서웨이 주주명부에 이름을 올려놓으면 해마다 주총 초청장이 온다. 항공편과 숙식 등은 참가자가 알아서 준비해야 한다.

투자자 사이에서 워런 버핏은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린다. 버핏의 회사인 버크셔해서웨이가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 있기 때문이다. 우량 기업에 투자해 오랜 기간 주식을 보유하는 가치투자자로 유명한 워런 버핏은 1962년 처음으로 섬유회사였던 버크셔해서웨이 지분을 사들이기 시작했고 3년 후 경영권을 확보했다. 이는 당시 버크셔해서웨이가 자산을 팔아서 자사주를 매입하고 있었기 때문인데, 워런 버핏은 주가 상승을 예상하고 자신이 매집한 지분을 회사에 되팔려고 했다. 하지만 협상은 결렬됐고 워런 버핏은 자신이 직접 회사를 경영하기로 결심했다.

버크셔해서웨이는 철도, 항공기 부품, 각종 소비재 회사를 직접 인수한 거대한 지주회사인 동시에 알짜 기업들의 주식을 대거 소유한 투자회사기도 하다. 최근에는 기업을 직접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하는 방식을 쓰고 있다. 하지만 경영에 직접 관여하진 않는다.

1435호 (2018.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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