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막 오르는 포스코 차기 회장 선임] CEO 최종 후보 6월 중 정할 듯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오인환·장인화·김진일·김준식·김응규 등 포스코 전·현직 경영진 하마평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위치한 포스코센터.
포스코(POSCO). 이 회사는 그저 제선·제강·압연재 등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회사가 아니다. 단순한 민간기업이 아니라 국민기업이란 말에 걸맞은 회사다. 포스코 설립의 종잣돈은 대일청구권 자금이다. 조상들의 36년 식민지 생활의 희생이 들어가 있는 것이다. 1969년 12월 3일 한국 종합제철소 건설자금 조달을 위한 한일기본협약 조인식이 열렸다. 포철 1기 완성을 위해 3년에 걸쳐 일본이 제공하기로 한 자금은 총 1억2370만 달러. 박태준 전 명예회장은 이를 ‘조상의 혈세’라고 강조했다. 이후 포스코는 2000년 9월 정부가 지분을 모두 매각하면서 민영화됐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회장이 바뀌는 굴욕을 겪어야 했다. ‘정권 초기 선임→정권 말기 연임 성공→차기 정권 초 불명예 퇴진’이라는 공식마저 생겨났다. 지난 4월 사임 의사를 밝힌 권오준 회장도 지난해 3월 연임에 성공해 임기는 애초 2020년 3월까지였다. 그는 그러나 4월 18일 열린 임시 이사회 직후 “포스코가 새로운 100년을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변화가 필요한 데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최고경영자(CEO) 변화”라며 “열정적이고 젊고 능력 있는 분에게 경영을 넘기는 것이 좋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권 회장이 사임 의사를 밝히고 이사회가 이를 받아들이기로 함에 따라 포스코는 곧바로 차기 회장 선임 절차에 돌입했다.

권 회장 사임 의사 후 3차례 CEO 승계 카운슬 열어


그로부터 한 달. 포스코 최고경영자 후보추천위원회는 최근 차기 CEO 후보 발굴을 6월 중에는 마무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권 회장이 사임 의사를 밝힌 후 총 3차례의 CEO 승계 협의회(카운슬)를 개최했다. 포스코 측은 “폭넓은 방법으로 후보군을 발굴하기 때문에 최종 후보군에는 최근 포스코 그룹에 합류한 임원급 인사 일부와 언론에 거론된 인사가 모두 망라될 것으로 보이며 외국인도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앞서 CEO 후보 추천위원회는 국내외 7개의 서치펌(Search Firm)을 통해 외국인을 포함한 다양한 외부 후보를 추천 받고, 0.5% 이상 주식을 보유한 30여 개 기관에 주주의 이익을 잘 대변할 수 있는 CEO 후보 추천 요청 e메일을 발송했다. 위원들은 또 직원 대의기구인 노경협의회와 퇴직 임원 모임인 ‘중우회’와도 미팅을 갖고 회장 후보 선출과 관련된 조언을 청취했다. CEO 승계 카운슬에서 밝힌 차기 포스코 회장의 역량은 ‘포스코그룹의 100년을 이끌어 갈 수 있는 혁신적인 리더십’과 ‘글로벌 경영 역량, 혁신역량, 신성장 사업에 대한 이해도와 추진 역량’ 등이다. CEO 승계 카운슬은 사외이사 5명만으로 운영되고 있다.

차기 회장 선임 절차가 본격화하면서 신임 회장 후보가 될만한 인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우선 현직 인사가 여럿 거론된다. 현직 인사는 대부분 권오준 전 회장과 코드가 맞는 사람들이다. 오인환 포스코 철강사업부문 1부문장(대표이사 사장)은 권오준 회장 재임 시절 ‘포스코 2인자’로 꼽혔고,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 방중 경제 사절단에 포함된 바 있다. 오 사장 외에 현직 포스코 경영진 중 후보로 꼽히는 인물은 장인화 포스코 2부문장(대표이사 사장)과 박기홍 포스코에너지 사장, 최정우 포스코켐텍 사장, 이영훈 포스코건설 사장 등이다. 장인화 사장은 권오준 회장처럼 포항산업과학연구원 출신이다. 박기홍 사장은 정부기관인 산업연구원에서 부원장을 지냈다. 2004년에 포스코그룹으로 간 박 사장은 재무통이다. 포스코경영연구소장, 포스코 경영기획실장(상무), 미래성장전략실장(전무), 전략기획총괄 부사장을 역임했다. 2013년에는 대표이사 사장을 맡았다. 2014년 권오준 회장 선임 때도 하마평에 올랐다. 최정우 포스코켐텍 사장은 권오준 회장의 컨트롤타워인 가치경영센터장과 포스코 최고재무책임자(CFO) 출신이다. 포스코 정도경영실장, 대우인터내셔널 최고재무책임자를 거쳤다. 동래고, 부산대 경제학과를 나온 PK(부산·경남) 출신이다. 이영훈 포스코건설 사장은 포스코켐텍 대표이사 사장, 포스코 재무투자본부장, 포스코건설 경영기획본부장을 역임했다. 홍장표 청와대 경제수석과 서울대 경제학과 동기다.

전직 포스코 경영진 출신과 외부 인사도 회장 후보로 거론된다. 김진일·김준식·황은연·김응규 전 사장과 구자영 전 SK이노베이션 부회장 등이다. 김준식 전 사장은 광주제일고 출신으로 장하성 청와대 경제수석과 초등학교·중학교 동창으로 알려져 있다. 제철소장을 지낸 그는 철강 생산기술 분야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권오준 회장 선임 당시 본선 후보 5인 중 한 명이었던 김진일 전 사장은 이해찬 의원과 용산고 동문으로 알려져 있다. 철강 생산 기술 분야를 두루 섭렵했고 직원들의 신망이 두텁다는 평가를 받는다. 성대 출신인 황은연 전 사장은 마케팅 분야에서 많은 경험을 쌓았으며 대외 섭외·협상 능력이 뛰어나다는 게 중평이다. 김응규 전 사장은 경영 부문장, 포스코경영연구원 사장 등을 거친 인사·노무 분야 전문가다. 특히 그는 인사·노무 전문가답게 최근 새로운 일자리 창출과 대기업·중소기업 상생협력을 위한 아이디어를 제안해 눈길을 끌고 있다. 사람 중심 경제와 상생협력을 강조하는 문재인 정부의 기조와 궤를 같이 한다는 평가다. 외부 인사인 구자영 전 SK이노베이션 부회장은 대외 관계 개선과 포스코 개혁에 힘을 실을 인물로 거론된다.

임시 주총은 8월 안에 열릴 듯

외부 인사 영입이 없다면 이번 포스코 회장 선임 과정의 핵심 포인트는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포스코는 철강산업의 후발 주자로 생산·설비 기술 확보에 매달리며 고속성장해왔다. 그러다 보니 지금까지 생산·설비 분야 전문가가 회장에 오른 사례가 대부분이었다. 특히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고 제조업 성장도 위축되고 있는 현재 상황을 감안하면 철강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내부 생산·설비 기술 전문가 출신이 포스코의 새 회장을 맡을 가능성이 있다. 이에 해당하는 김준식·김진일 전 사장, 오인환 현 사장 등이 물망에 오를 수 있다.

다른 하나는 사람 중심의 경제와 혁신을 강조하는 시대적 요구와 그와 비슷한 점을 강조하는 문재인 정부의 기조에 따른 선택이다. 청년실업 해소와 일자리 창출, 비정규직 문제 해결, 대기업과 협력업체의 상생협력 등에 방점이 찍히면 엔지니어 출신보다는 경영·기업문화 전문가가 아무래도 유리한 고지에 오를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는 김응규 전 사장, 최정우 포스코켐텍 사장 등이 점수를 더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CEO 승계 카운슬은 후보 추천이 끝나는 대로 후보 10여 명과 함께 후보자를 몇 번 더 압축해 CEO 후보 추천위원회에 다수의 인터뷰 대상자를 추천할 예정이다. 사외이사 7인 전원이 위원인 CEO 후보 추천위원회는 대상자 면접 등 심사 과정을 진행한 후 이사회에 상정할 최종 후보 1인을 결정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시기는 5월 중 후보군 발굴, 6월 중 최종 후보 1인 추천이다. 최종 후보자는 임시 주주총회를 거쳐 정식으로 회장에 오른다. 포스코 임시 주주총회는 ‘기준일이 5월 31일’로 정해졌으므로 3개월 이내인 8월 말 안에 열릴 예정이다.

[박스기사] 차기 한국철강협회장은? - 박태준 초대회장부터 모두 포스코 회장 당연직

권오준 포스코 회장의 중도 사퇴로 포스코 신임 회장은 물론 차기 한국철강협회 회장에 누가 오를 것인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1975년 철강협회가 설립됐을 때부터 예외 없이 포스코 회장이 협회장을 겸직해왔기 때문이다. 철강협회는 국내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와 민관 가교 역할 수행 등을 목적으로 1975년 7월 설립됐다. 포스코를 비롯해 현대제철, 동국제강, 세아제강 등 정회원 37개사와 특별회원 5개 업체 및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권 회장은 2014년 3월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 후임으로 취임한 후 철강협회를 이끌어왔다. 올 2월에는 포스코 회장 연임에 성공하면서 2020년 2월까지 철강협회장직을 수행할 예정이었다. 철강협회는 권 회장이 포스코 후임 회장 인선을 마치고 경영 활동을 그만둘 때까지 차기 협회장 선출 작업을 유보했다. 협회 측은 “권 회장이 사퇴의 뜻을 밝혔지만 곧바로 자리에서 물러나는 건 아니기 때문에 협회장직도 2~3개월 간은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철강협회는 권 회장이 포스코를 완전히 떠나면 임시총회를 거쳐 새로운 협회장을 선임할 예정이다.

철강 업계에서는 포스코 회장이 당연직처럼 협회장을 맡아왔던 만큼 포스코 회장 후임 인선이 마무리되면 곧바로 차기 철강협회 회장으로 추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철강 업계의 한 관계자는 “포스코가 철강업계 맏형 격인 데다 협회 회비를 가장 많이 내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포스코 회장의 관행적인 협회장 승계에 불만이 있더라도 협회를 운영하려면 회비가 필요한 만큼 회원사도 딱히 반대 의견이 없는 것 같다”고 전했다.

실제로 역대 회장을 보면 포스코 창업의 일등공신인 고(故) 박태준 명예회장이 초대 협회장을 맡아 무려 15년 6개월 동안(1975년 7월~1990년 1월) 협회를 이끌었다. 이후 1990년 3월 당시 포스코 수장인 황경로 전 회장이 임기 3년 동안 협회장직을 수행한 데 이어 정명식(11개월), 김만재(4년), 유상부(5년), 이구택(5년 11개월), 정준양(5년) 등 당시 포스코 회장이 모두 협회장직을 겸직했다.

한편 권오준 회장은 지난해 세계철강협회(WSA) 부회장에 선임됨에 따라 규정에 따라 올해 회장직을 맡아야 하지만 갑작스런 사퇴로 이 또한 불투명해졌다. 권 회장은 2017 세계철강협회 연례총회 이사회에서 임기 3년(2017년 10월~2020년 10월)의 회장단에 선임됐다. 회장단에 선임되면 1년차 부회장, 2년차 회장, 3년차 부회장의 임기를 수행하도록 돼 있다. 앞서 김만재 회장과 이구택 회장, 정준양 회장이 세계철강협회장을 지낸 바 있다.

1436호 (2018.06.04)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