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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부담금에 흔들리는 강남 재건축] ‘황금알 낳는 거위’에서 ‘미운 오리새끼’로 

 

안장원 중앙일보 기자 ahnjw@joongang.co
재건축 비용 급증으로 투자 매력 떨어져…반포3주구·쌍용2차 4억~5억원 예상

▎시공사 선정 후 재건축부담금 예정액을 산정할 서초구 반포동 반포3주구 모습과 사업승인 조감도. 억대의 부담금이 예상돼 재건축 시장에 미칠 파장이 주목된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꼽혔던 서울 강남권 재건축이 ‘미운 오리새끼’로 전락하고 있다. 올해 부활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후폭풍이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는 2006년 노무현 정부가 도입한 재건축 규제책이다. 재건축 사업 동안 해당 지역 평균보다 더 많이 오른 집값에서 개발비용을 뺀 금액을 ‘초과이익’으로 보고 일부를 환수하는 제도다. 환수 금액이 재건축부담금(이하 부담금)이다. 부담금은 [종료시점(준공) 주택가액-(개시시점(추진위 승인일) 주택가액+정상주택가격 상승분(해당 지역 평균 집값 상승분)+개발비용(공사비·조합운영비 등))X부과율(0~50%)로 계산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택경기가 가라앉으면서 한동안 유예됐다가 올해 다시 살아났다. 부활과 함께 처음으로 나온 부담금 예정액이 강남권을 뒤흔들고 있다.

강남권 1호 부담금 예정액 산정 단지는 5월 중순 통지받은 서초구 반포동 반포현대다. 조합원당 평균 1억3500여만원. 조합이 당초 예상한 850만원보다 16배, 그뒤 수정한 7000여만원의 두 배 수준인 금액이다. 조합 예상과 차이가 너무 커 과다 산정 지적이 있었지만 부담금 업무를 총괄하는 국토부는 서초구청 통지 다음 날 “업무 매뉴얼에 근거해 적정하게 산정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반포현대 부담금 예정액 통지 이후 재건축 시장에 연초 정부의 부담금 시뮬레이션이 현실로 나타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올해 초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부담금이 조합원당 평균 4억4000만원, 최고 8억4000만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고 공개했다. 구체적인 대상 단지와 시뮬레이션 근거를 공개하지 않아 재건축 조합과 업계는 엄포로 보고 크게 개의치 않았다. 그러다 소규모 단지에서 1억원이 넘는 금액이 나온 것이다.

정부의 시뮬레이션 결과가 현실로


부담금 예정액 충격은 반포현대에서 그치지 않고 더 커질 것 같다. 반포현대에 이어 조만간 부담금 예정액을 산정할 단지들에서 훨씬 더 많은 액수가 나올 것으로 예상돼서다. 서초구 반포동 반포3주구와 강남구 대치동 쌍용2차가 현재 진행 중인 시공사 선정이 끝나면 예정액을 산정할 차례다. 최근 시공사 선정을 끝낸 송파구 문정동 136 단독주택 재건축 구역도 조만간 산정하게 된다. 기자가 전문가 등의 도움을 받아 서초구청의 방식 대로 추산한 결과 반포3주구와 쌍용2차의 부담금 예정액이 4억~5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반포3주구가 조합원당 평균 8억원이 넘는 초과이익으로 조합원당 부담금이 3억9000여만원으로 나왔다. 쌍용2차 부담금 예정액은 이보다 더 많은 5억여원이다. 상대적으로 사업성이 떨어지고 규모가 작은 쌍용2차 부담금 예정액이 더 많이 나오는 이유는 해당 지역 집값 상승률 차이 때문이다.

부담금을 좌우하는 가장 큰 변수는 종료시점 주택가액이고, 조합원 주택가격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는 개시시점부터 예정액 산정 시점까지 해당 자치구 집값 평균 상승률을 적용해 계산한다. 예정액 산정시점까지 상승률이 높으면 종료시점 주택가격도 높게 예상된다. 쌍용2차는 개시시점이 2014년 10월로 그때부터 지금까지 강남구 집값이 크게 오르던 시기다(연평균 6.7%). 반포3단지 개시시점이 2013년 1월로 2010년대 초반 집값이 오르락내리락하는 바람에 지금까지 상승률(연평균 3.2%)이 쌍용2차보다 낮다. 그러다 보니 쌍용2차 종료시점 주택가액이 뛰면서 부담금 예정액이 많이 나오게 됐다.

반포3주구와 쌍용2차 부담금 예정액이 3억원 넘게 나오면 조합원들의 충격이 상당할 것 같다. 주변 부동산중개업소들은 “재건축을 그만두는 게 낫겠다며 반발하는 조합원이 많을 것”으로 내다봤다. 재건축부담금은 초과이익에서 나오는 것이어서 부담금이 많을수록 재건축 사업성이 좋다는 의미다. 하지만 당장 조합원이 현금으로 내야 할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반갑지 않다.

재건축 비용이 부담금만큼 더 들어가기 때문에 재건축 투자성은 떨어지게 된다. 개시시점 이후 더 비싼 가격에 구입해 들어온 조합원 입장에선 더욱 투자성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자연히 재건축 단지 시세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미 재건축 추진 단지들에 가격 조정이 일어나고 있다. 최대 부담금 예정액만큼 내려갈 수 있다. 그래야 늦게 구입해 들어간 조합원도 당초 조합원과 투자성이 같아지는 셈이다. 박원갑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잔뜩 오른 가격에 구입하는 사람은 재건축 투자성이 불확실해졌다”며 “재건축 투자 메리트가 떨어지면서 가격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1대1 재건축, 단지 고급화 등 대책 고심

조합원들의 불안감이 커지는 가운데 조합들은 부담금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머리를 쥐어짜고 있다. 하지만 묘안이 마땅찮다. 사업을 늦추는 것은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 아예 조합을 해산하고 재건축을 포기하지 않는 한 사업 지체는 ‘진퇴양난’이다.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에서 조합 설립 이후 조합원 명의 변경 금지로 사실상 재건축 추진 아파트를 팔지 못한다. 일부는 일반분양분 없이 가구 수를 늘리지 않는 ‘1대 1’ 재건축 방식에 관심을 둔다. ‘1대1’ 재건축은 원래 집 크기 기준으로 재건축 전후 비슷한 크기로 재건축하는 것인데 일부에선 가구 수를 그대로 유지하는 방식도 말한다. 일반분양분을 없애려는 이유는 일반분양분 분양가가 대개 조합원 주택 가격보다 비싸 종료시점 주택가액을 높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드시 그런 게 아니다. 현재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분양가 억제로 조합원 주택가격이 분양가보다 더 올라갈 수 있다. 일반분양분을 없애면 사업비를 조합원이 모두 충당해야 해 추가분담금이 늘어나게 된다. 그나마 부담금을 결정하는 데 조합이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단지를 고급화해 개발비용을 늘리면 그만큼 부담금이 줄어들게 된다. 쌍용2차 개발비용이 상대적으로 반포3주구보다 적은데 반포3주구 수준으로 올라가면 부담금이 4억원대로 줄어든다. 부담금을 줄이기 위해 사업 기간 조정도 해볼 만하다. 준공시점을 바꿔 개시시점을 조정하는 것이다. 강남권 재건축 추진 단지들 상당수가 그동안 사업이 지체되면서 준공시점 10년 전이 개시시점으로 간주된다. 개시시점을 집값이 많이 떨어진 때로 맞춰 준공 일정을 잡으면 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허윤경 연구위원은 “지금으로선 정확하지 않은 금액이라 하더라도 워낙 부담금 예정액이 많이 나오면서 재건축부담금이 강남권 주택시장의 주요 변수로 역할할 것”이라고 말했다.

1437호 (2018.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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