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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궐련형 전자담배 유해성 논란 다시 불 붙나] 일반담배보다 오히려 타르 더 많이 검출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보건당국, 전자담배도 규제 시작...업계 “유해물질 훨씬 적어” 반박

▎식품의약품안전처는 7일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의 안전처 담배연기포집실에서 궐련형 전자담배 유해성분 분석 시연을 진행했다. /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5월 28일 필립모리스가 출시한 궐련형 전자담배 기기 아이코스. 아이코스는 담배계의 아이폰으로 불리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아이코스 전용 담배인 히츠는 지난해 5월부터 올해 3월까지 약 1억6300갑이 팔렸다. 궐련형 전자담배(이하 전자담배)는 충전식 전기장치에 일반담배와 유사한 전용 담배를 꽂아 250~350℃의 열로 가열하는 방식이다. 그래서 ‘찐 담배’라고 부르기도 한다. 현재 시장에는 아이코스 외에 BAT코리아의 글로, KT&G의 릴 등 크게 3가지 전자담배 기기가 판매되고 있다. 각 기기별 전용 담배는 각각 3~6종에 이른다. 전자담배는 출시 이후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5월 한 달 간 20만갑이 팔렸던 전자담배는 올 4월 한 달 간 2810만갑이 팔렸다. 1년 만에 150배 수준에 이르는 성장률을 보인 것이다. 전자담배의 시장점유율도 조사를 처음 실시한 지난해 11월 7.3%에서 올해 4월에는 9.4%로 상승했다. 흡연자 10명 중 1명은 전자담배로 갈아탄 셈이다.

국민 건강에 새로운 위협


전자담배 시장이 급성장할 수 있었던 건 일반담배에 비해 연기가 없고, 유해물질이 적어 몸에 덜 해롭다는 인식 때문이었다. 제조사도 자체 연구결과 등을 토대로 유해물질이 일반담배에 비해 10~20%에 그친다며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물론, 전자담배의 유해성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유해물질이 조금 덜 나온 것뿐이지 일반담배와 똑같다는 주장도 계속 나왔다. 우리 정부도 지난해 전자담배의 유해성 분석에 나섰고, 1년여 만인 6월 7일 “몸에 해롭기는 마찬가지”라는 결론을 내렸다. 보건당국과 전문가들은 전자담배가 일반담배와는 또 다른 ‘새로운 위험’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제조사는 일반담배보다 발암물질이 적다는 사실이 다시 한 번 입증된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출시 1년여 만에 정부가 유해성 분석 결과를 내놓으면서 3파전 양상이던 전자담배 시장이 변화의 바람이 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6월 7일 아이코스(전용 전자담배 엠버)·글로(브라이트 토바코)·릴(체인지)을 대상으로 유해성분 11종을 분석한 결과 일반담배와 다름없는 양의 니코틴과 타르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특히 전자담배 2개 제품에서는 일반담배보다 높은 타르(TAR·Total Aerosol Residue)가 검출됐다. 식약처에 따르면 벤젠과 포름알데히드, 담배에서만 특이하게 검출되는 니트로소노르니코틴 등 국제암연구소(IARC)가 규정한 1급 발암물질도 5개가 검출됐다. 다만, 발암물질 함유량은 일반담배의 0.3∼28% 수준이다. 이는 전자담배 3종과 판매량이 많은 일반담배 5종을 국제표준화기구(ISO) 방식과 캐나다 보건부 방식인 헬스 캐나다(HC)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다. 식약처는 분석 결과를 토대로 “세계보건기구(WHO) 등 외국 연구자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전자담배가 일반담배보다 덜 유해하다는 근거는 없다”고 못박았다. 임민경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교수도 “담배에는 최소 70종의 발암물질과 7000종 정도의 유해화합 물질이 있다”며 “겨우 11종을 분석했을 뿐인데 이 중 몇 개의 검출량이 적었다고 덜 유해하다고 주장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전자담배 제조사의 주장과는 배치되는 분석 결과가 나오자 제조사 측은 즉각 반박했다. 업계 1위인 필립모리스는 6월 7일 입장자료를 통해 “전자담배에 발암물질이 존재한다는 점은 새로운 사실이 아니고, 발암물질이 대폭 감소했다는 점이 중요하다”며 “식약처의 분석 결과는 유해물질이 적게 나온다는 자사의 연구 결과를 다시 한 번 입증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평가 절하했다. 보건당국의 이날 분석 결과는 앞서 연구·분석 결과를 내놓은 독일·일본 등 주요 국가의 보건당국과도 상반된 것이다. 앞선 5월 9일 독일 농림식품부 소속 독일연방위해평가원(GFRA)은 전자담배가 일반담배보다 알데히드는 80~95%, 휘발성 유기 화합물은 97~99% 적게 배출한다고 밝혔다. 일본 후생노동성 산하 국립보건의료과학원(NIPH)도 지난해 전자담배 연기 속 유해물질이 일반 담배보다 90% 이상 적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NIPH는 또 일반담배 연기에서 나오는 일산화탄소와 니트로사민(TSNA) 4종이 전자담배 증기에서 평균 90% 줄어든 것으로 확인했다. 중국 국가담배품질감독시험센터도 전자담배 유해물질이 일반담배보다 90% 이상 적다고 분석했다. 러시아 과학연구소도 비슷한 연구 결과를 내놨다.

물론 이들 나라의 연구·분석 결과가 ‘덜 해롭다’는 과학적 증거는 아니지만, 식약처 분석 결과와는 여로 모로 차이가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차이는 ‘타르’다. 이날 식약처 발표는 전자담배에서 타르가 높게 검출됐으니 유해성분이 더 포함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핵심이다. 타르는 흔히 상상하는 끈적한 검은 물질이 아니고, 담배를 태워 니코틴과 수분을 뺀 나머지 성분을 말한다. 타르에 발암물질이 포함돼 있을 수는 있지만, 타르 자체가 발암물질이라고 볼 수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그런데 식약처는 “타르가 높게 검출됐다는 것은 전자담배가 일반담배와 다른 유해물질을 포함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도 검출된 타르 속 유해물질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이에 대해 한국필립모리스는 “타르는 불을 붙여 사용하는 일반담배에 적용되는 개념으로 연소가 발생하지 않는 전자담배에 적용한 것은 잘못”이라고 반박했다. 독일연방위해평가원도 5월에 타르가 전자담배와 일반담배를 비교하는 기준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전자담배의 증기는 일반담배의 연기와 구성성분이 근본적으로 다르므로 타르 수치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다.

타르의 성분은 알 수 없다?

식약처가 논란의 핵심이 된 타르의 성분을 ‘알 수 없다’고 밝힘에 따라 전자담배의 유해성 논란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소비자의 반응도 엇갈리고 있다. 타르가 일반담배보다 더 많이 나온다는 데 실망감을 보이는 소비자가 있는 반면, 유해물질이 적다는 것이 입증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이번 정부 발표가 전자담배 규제를 위한 것 아니냐는 의심의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는 오는 12월부터 전자담배에도 경고그림을 부착할 예정이다. 또 이번 분석 결과를 토대로 담배사업법 개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이런 가운데 전자담배 제조사들은 신제품과 가격 할인으로 전자담배 시장을 놓고 ‘2라운드’에 돌입했다. 최근 후발주자인 KT&G가 릴의 후속 제품인 ‘릴 플러스’를 출시하자 한국필립모리스와 BAT코리아는 가격 할인으로 응수하고 있다. 12만원짜리 아이코스는 7만9000원에, 9만원짜리 글로는 5만원이면 살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자담배로 갈아탄 수요 대부분이 냄새가 나지 않는 등 사용 편의성 때문”이라며 “이번 식약처의 분석 결과 발표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1438호 (2018.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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