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가정용 ESS 시장 해마다 44% 성장…LG전자·삼성SDI, 성능 높인 제품 출시
▎최근 신재생 에너지 발전시설로 전력을 생산해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전력을 쓰는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 사진은 LG화학 직원이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점검하고 있는 모습. / 사진:LG화학 제공 |
|
세계적으로 사용하는 에너지는 약 15TW(테라와트, 1TW는 1조W)에 달한다. 이 수준의 에너지를 확보하기 위해 자원을 소비하다 보면 우라늄이나 가스, 석유 등의 자원 고갈이 우려된다. 이와 달리 태양광과 같은 재생에너지는 1년에 약 8만6000TW가 지구에 입사된다. 태양광은 햇빛만 있다면 스스로 전력 생산이 가능하고, 환경오염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때문에 세계 각국에서 신재생 에너지 정책을 확대, 이를 연계한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요가 늘고 있다.에너지저장장치(ESS)는 말 그대로 전기를 배터리에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사용하는 장치다. 휴대폰에 들어간 리튬이온배터리 용량을 키운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ESS는 전력 수요가 적은 시간대의 유휴 전력을 미리 저장했다가 사용할 수 있어 여름 한낮에 몰리는 전력 수요를 분산시킬 수 있다. 전기료 부담을 덜 수 있어 국내뿐 아니라 선진국에서도 기업들의 ESS 도입이 활성화되고 있다. 영국은 태양광과 ESS를 연계해 설치하면 세금 감면 혜택을 주고 있다.ESS는 효율적인 에너지 사용과 예비전력 확보가 가능한 만큼 가정용 ESS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가정용 ESS 수요가 가장 많은 곳은 독일이다. 독일은 태양광 발전으로 전기를 만들어 쓰는 집이 100만 가구가 넘는 신재생에너지 선도 국가이기도 하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가정용 ESS 시장은 12만대 규모로 전망되는데 독일은 이 중 3분의 1인 4만대가량을 차지한다.
세계 가정용 ESS 시장 3분의 1은 독일 점유
▎LG전자는 지난 7월 독일에서 배터리 용량을 늘리고 시스템 전체 사후관리가 가능한 차세대 가정용 ESS 신제품을 선보였다. / 사진:LG전자 제공 |
|
독일을 비롯한 유럽,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시장이 커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내비건트리서치에 따르면 가정용 ESS 시장은 2017년 약 7300억원에서 2024년 12조원 규모로 연평균 44%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적으로 가정용 ESS를 확대하고자 정부에서 보조금을 지원하는 등 보급 확대에 나서는 추세다. 미국 캘리포니아는 지역 내 각 가정이 지붕형 태양광 발전과 연결해 ESS를 설치할 경우 전력망 연계에 부과되는 800달러의 요금을 면제해주고 kw당 1620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일본은 2011년 대지진 이후 2015년까지 가정용 ESS 설치비의 30~50%를 지원, 현재는 요금지원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국내 기업들도 이러한 흐름에 맞춰 제품 개발에 힘쓰고 있다. LG전자는 최근 독일에서 신제품 가정용 ESS를 출시했다. 이 제품은 배터리 용량을 늘렸다. 기본 배터리는 6.4킬로와트시(kWh) 용량이지만 배터리팩 2개를 연결하면 12.8kWh까지 사용 가능하다. 4인 가족이 하루에 사용하는 전력량이 10~15kWh 정도임을 감안하면 배터리팩 2개만으로 하루에 사용하는 전기를 충당할 수 있다. 여기에 ‘태양광 인버터’와 ‘배터리 인버터’를 하나로 합친 5㎾급 ‘하이브리드 전력변환장치(PCS)’를 탑재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차별화된 성능, 편의성, 사후지원을 모두 갖춘 가정용 ESS솔루션으로 유럽 시장을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삼성SDI와 LG화학도 7월에 열린 세계 최대 ESS 박람회 ‘ESS 유럽 2018’에서 가정용 ESS를 선보였다. 삼성SDI가 선보인 가정용 고전압 ESS 모듈은 기존 가정용 ESS 모듈(48V 수준) 대비 전압을 100V~600V로 높여 에너지변환 효율을 높였다. 태양광 발전 에너지의 전압은 통상 400V 수준이다. LG화학은 용량을 13.1킬로와트시(kWh)로 늘린 신제품을 내놨다. 기존에 가장 용량이 큰 모델(9.8kWh)에 비해 34% 향상됐다. 신제품은 2대까지 병렬 연결해 최대 26.2kWh까지 용량을 확장할 수 있다.국내에서도 신재생에너지가 늘면서 가정용 ESS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해마다 반복되는 전력난 해소를 위해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펼치고 있다. 정부는 전체 에너지 수급량의 7% 수준인 재생에너지 비중을 오는 2030년까지 20%를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겠다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실제로 국내 신재생에너지 전력 거래액도 증가하는 추세다. 전력거래소가 발간한 ‘2017 전력시장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신재생에너지 전력 거래액은 총 2조 460억원으로, 지난해 1조7040억원보다 20.1% 증가했다. 이는 발표 첫 해인 2001년 504억원과 비교하면 40배 이상으로 늘어난 수치다.정부는 연말까지 서울 공릉동의 100세대 규모 임대주택에 ESS 0.6㎿h(설치비 8억원)를 설치해 비상전원용으로 활용하는 등 공동주택 최초 ESS 구축 사례를 만들 예정이다. 향후 신개념 모델 개발실증을 통해 가정용 ESS 보급을 촉진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국내 가정용 ESS시장 활성화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국내는 안정된 전력망 구축으로 태양광 패널 보급률이 낮아 가정용 ESS의 내수시장 성장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때문에 업계에서는 시간대별 차등요금과 같은 전기 요금 구조 개편, 보조금 지원 등 관련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1MWh 용량의 산업용 ESS 설치할 경우 연간 1억원 이상의 전력요금 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있다. 그러나 비싼 배터리 가격과 초기 투자비용을 감안할 경우, 공동주택 시장에서 ESS가 경제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전기요금 제도 개편을 통한 이익 확장이 수반돼야 한다.
석 달 동안 6곳에서 화재ESS는 취약점도 있다. 높은 가격이다. 독일에서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가정용 ESS 1대당 평균 가격은 5000~6000유로(약 650만~780만원)에 달한다. 또 배터리이기 때문에 약 15년 정도마다 교체해줘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될 수 있다. 또 가정에서 ESS를 사용하기엔 가격도 부담이다. ESS 사용가격은 2016년 기준 kWh당 270달러(약 30만원)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2020년에는 150달러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또 하나는 화재 위험이다. 7월 말 세종시에 있는 아세아제지 세종공장 저감용 ESS에서 불이 났다. 아세아제지는 7월 완공을 목표로 전달부터 KT와 피크저감용 ESS 설치 및 시운전을 벌였다. 이날 화재는 ESS 설비를 시운전하기 위해 전기를 공급하는 가압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ESS 화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최근 석 달 사이 경북 경산변전소, 전남 영암 풍력발전소, 전북 군산 태양광발전소 등 국내 ESS 설치 사업장 5곳에서 화재가 발생했다.ESS는 화재가 나도 진화가 쉽지 않다. 세종시 ESS 화재에서도 화재감지기가 정상 작동해 화재 직후 소화약제를 정상 방출했지만 진화에 실패했고, 소방서가 출동해 물로 소화작업을 벌였지만 화재 진압이 불가능했다. 현장에 설치된 리튬이온배터리 2400여개가 7시간 동안 완전히 소실된 후에야 진화됐다. 업계에서는 화재 원인으로 배터리 결함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산업부와 전기안전공사는 10메가와트(MW) 이상을 중심으로 58개 현장을 돌아다니며 실태조사를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