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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150달러 시대로 가나] 세계 유명 에너지 투자업체 폭등에 베팅 

 

채인택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ang.co.kr
미국의 2차 이란 경제제재, 베네수엘라 석유산업 기반 붕괴 등으로 생산량 급감 우려

▎하미드 아부탈레비 이란 대통령 고문은 7월 31일 정상회담의 전제조건으로 미국의 이란 핵합의 복귀를 제시했다. 이날 테헤란에서 한 시민이 관련된 뉴스가 보도된 신문을 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국제유가가 앞으로 2년 안에 현재의 두 배인 배럴당 150달러까지 치솟을 가능성이 있다고 영국 런던이 주요 투자 업체들이 경고했다. 지난 5월 8일 미국이 이란 핵합의 파기를 선언하자 미국의 이란 경제제재 부활로 이란산 원유 공급이 줄어 국제유가가 연말 무렵 배럴당 9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긴 했다. 하지만 장기적인 고유가가 지속되면서 2년 안에 150달러 수준까지 급등할 것이라는 경고는 처음이다.

로이터통신의 영국 런던발 보도에 따르면 주요 국제 에너지 투자 업체들은 유가가 조만간 기록적인 수준으로 뛸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누적 수익률 560%라는 기록으로 유명한 프랑스 출신 해지펀드 매니저 피에르 앙뒤랑이 영국 런던에서 운영하는 석유와 에너지 전문 투자 업체 앙뒤랑 캐피털과 런던의 또 다른 헤지펀드 업체인 웨스트벡 같은 투자가들의 예측이다. 현재 유가는 배럴당 75달러 안팎에서 조정되고 있다. 8월 중순 현재 브렌트유 74.61달러 안팎, 텍사스산 서부중질유 69.60달러 전후로 조정되고 있다.

현재 유가 배럴당 70달러선에서 움직여


이 투자 업체들이 폭등을 경고하는 근거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11월 4일로 예정된 이란 에너지 부문에 대한 미국의 경제 제재 재개다. 웨스트벡의 최고경영자(CEO)인 장루이 르메는 이렇게 설명했다. “11월 4일 대이란 2차 경제제재가 시작되면 이란산 석유의 거래가 중지되면서 세계적으로 하루 130만~140만 배럴 정도의 공급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 이는 아주 큰 물량이다. 이는 미국이 몇몇 국가에 한해 예외를 적용해 이란산 석유 도입을 허용한다는 전제를 깔고 계산한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현재 완강하게 예외 인정을 거부하고 있다.) 여러 사정을 감안했을 때 미국의 이란산 석유 금수 조치로 전 세계는 하루 약 200만 배럴까지 공급이 줄 것으로 예상한다.”

12억 달러 규모의 앙뒤랑 상품 펀드를 운용하는 앙뒤랑은 지난 2008년 유가 상승과 뒤이은 급락을 예측하면서 국제적인 공신력을 얻은 에너지 투자 분야 베테랑이다. 앙뒤랑은 트위터에서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예비 물량이 현재 최저 수준임을 지적했다. 그는 “이는 앞으로 현실적인 문제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 2년 안에 유가는 최고 배럴당 150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BBC방송에 따르면 이란은 경제제재가 부과되기 전인 2010년 하루 370만 배럴 이상의 원유를 생산해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2012년 미국의 석유 금수 직전엔 하루 350만 배럴 이상을 시장에 공급했다. 하지만 미국의 금수 조치 이후 공급량이 급속히 줄었으며 같은 해 뒤이어 유럽연합(EU)의 금수가 뒤따르면서 생산량은 더욱 가파르게 하락했다. 그해 중반 이란의 하루 원유 생산량은 300만 배럴 이하까지 떨어졌으나 2013년 250만 배럴 수준으로 저점을 찍었다. 이후 이란의 원유 생산량은 하루 270만~280만 배럴 수준을 유지했다. 그러다 2016년 이란 핵합의로 제재가 부분적으로 해제되기 시작하면서 원유 생산은 가파르게 증가해 그해 하루 350만 배럴 수준을 회복했으며 지난해와 올해 초까진 2010년 수준인 하루 370만 배럴 수준을 유지했다. 2012년 대이란 경제제제 시작 당시를 봤을 때 2018년 제재 재개로 200만 배럴 정도의 공급이 줄어드는 것은 시간문제다.

이란은 2002년 8월 비밀 우라늄 농축 시설이 발각되면서 핵무기 개발 의혹으로 서방과 갈등을 빚어왔으나 13년 동안 협상과 갈등을 반복해왔다. 이란의 핵개발 의혹은 2012년 미국과 유럽연합(EU)의 경제제재로 이어졌다. 그러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인 2015년 7월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 등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5개국과 독일 등 6개국이 이란과 체결한 이란핵합의(JCPOA)는 이를 바꿔놓았다. 이 합의는 이란은 핵 개발을 포기하고 미국·유럽연합(EU)·유엔은 이란에 가했던 경제 제재를 해제하는 내용이 골자다. 이에 따라 대이란 경제제재는 2016년 1월부터 중단되거나 완화되기 시작했다.

미 경제제재 유예 11월 4일에 끝나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8일 미국이 이 협정에서 탈퇴한다고 선언했다. 이는 워싱턴이 단독으로 대이란 경제제재를 재개한다는 의미였다고 BBC방송은 풀이했다. 하지만 경제제재는 즉각 복원될 수 없었다. 미국 국내법상 대이란 경제제재는 분야에 따라 각각 90일과 180일의 유예기간을 거친 후 복원하도록 규정됐기 때문이다. 유예 기간을 둔 이유에 대해 미 해외자산통제국(OFAC)는 제재를 재개하기 전에 이란과 거래하던 외국 기업이 매출 채권을 회수하거나 사업 정리에 따른 계약 미이행분 관련 분쟁 해결 등에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90일의 유예기간이 설정된 분야는 이란의 미국 달러화 매입, 귀금속과 금속류 거래, 자동차·민항기 구입, 카페트 등 이란 상품 수입 등이다. 이에 따라 이들 분야에 대한 대 이란 경제제재는 지난 8월 6일 재개됐다. 유럽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는 이 유예기간 동안 미국과 이란이 대화를 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허사였다. 유럽이 자국 기업을 미국의 제재에서 보호하는 방법을 찾았지만 이 역시 90일 안에는 해결되지 못했다. 180일의 유예 기간이 적용된 분야는 이란의 핵심 산업인 석유 등 에너지 분야다. 이란산 석유와 석유·석유화학 제품을 구입하는 나라는 미국의 경제제재를 받게 된다. 180일 유예가 끝나는 날이 바로 올 11월 4일이다.

이란 경제는 석유와 가스를 비롯한 에너지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미국 의회는 이란을 ‘에너지 수퍼파워’ 국가로 평가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자료에 따르면 이란의 원유 확인 매장량은 2017년 연말 기준으로 1556억 배럴로 세계 12.8%를 차지한다. 베네수엘라(3028억1000만 배럴, 24.9%)와 사우디아라비아(2662억6000만 배럴, 21.9%)에 이어 세계 3위다. 미국 중앙정보국(CIA)가 발간하는 CIA월드팩트북에 따르면 이란의 하루 원유 생산량은 2016년 기준으로 하루 400만 배럴 정도이며 수출은 하루 134만 배럴 정도다. 생산은 세계 7위이며 수출은 13위다.

이란의 천연가스 확인 매장량은 33조5000억㎥로 세계 2위다. 미국 뉴욕의 투자 금융 분석 업체인 인베스토피디아에 따르면 이 나라에 매장된 에너지 자원은 현재 27조3000억 달러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CIA월드팩트북에 따르면 이란의 천연가스 생산은 2015년 기준으로 연간 1840억㎥로 세계 3위이지만 대부분 국내에서 소비하고 수출은 미미하다. 이란의 천연가스는 여전히 개발 여지가 많은 상태라는 이야기다. 이런 나라를 글로벌 에너지 공급 체인에서 배제하는 것인 만큼 이란에 대한 충격만큼 글로벌 경제에 대한 타격도 상당할 수밖에 없다.

물론 가장 큰 피해자는 이란이다. 이란은 중근동 지역 국가 중에서 이집트와 더불어 자동차를 자체 생산하는 드문 산업국가지만 여전히 원유 수출이 2017년 기준 전체 수출 919억9000만 달러의 80%를 차지한다. 주요 수출국은 중국(30.1%)·인도(16.7%)·한국(9.7%)·터키(9.5%)·일본(6.8%)이다. 졉경국인 터키와 지리적으로 가까운 인도와 함께 동아시아 지역에 대한 수출 비중이 크다. 동아시아 3개국 입장에선 이란을 비롯한 페르시아만 지역은 세계에서 인도네시아 다음으로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원유 다량 산출지다. 동아시아는 이란의 주요 수입 국가이기도 하다. 2017년 705억3000만 달러에 이른 수입은 아랍에미리트(UAE·27.4%)·중국(13.2%)·터키(7.8%)·한국(4.3%)·독일(4%)의 순이다. 아랍에미리트는 이란에서 걸프 해역을 건너면 바로 닿을 수 있는 가까운 나라이며 중동의 핵심 중계무역국가다.

국제유가는 이란의 공급 제한 리스크는 물론 베네수엘라의 원유 생산 감소에서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베네수엘라는 경제난으로 석유산업이 붕괴 일보 직전이다. 살인적인 인플레이션과 물자 부족, 전정 불안 등으로 석유산업에 종사하던 엔지니어들은 상당수가 외국으로 새 일자리를 찾아 떠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유전 가동률도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웨스트벡의 투자담당인 윌 스미스는 2017년 중반 하루 200만 배럴까지 갔던 베네수엘라의 석유 생산량이 올해 연말까지 하루 100만 배럴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만성적 경제난에 시달리는 베네수엘라


▎지난 8월 11일 에콰도르로 떠나기 위해 길게 줄을 선 베네수엘라 사람들. 베네수엘라인들은 극심한 생활고 때문에 콜롬비아·에콰도르·브라질 등으로 향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베네수엘라는 세계 1위의 원유 확인 매장량을 두고서도 경제운용 미숙으로 인한 5년째 계속되는 만성적인 경제위기로 ‘100만% 살인 인플레’의 위협을 받고 있다. 국제통화기구(IMF)는 지난 7월 23일 베네수엘라가 올해 100만%에 이르는 하이퍼 인플레이션이 겪을 것으로 전망했다. 베네수엘라의 인플레이션은 지난 3월 8800%로 예상됐다가 6월엔 4만500%로 조정됐지만 진정되지 못하고 급기야 100만%라는 가공할 예상까지 나왔다.

베네수엘라는 우고 차베스(1954~2013년, 1999~2013년 재임) 대통령과 후임자 니콜라스 마두로(2013년부터 재임)의 사회주의 포퓰리즘 실험에 난관에 부딪히면서 심각한 경제난에 시달려왔다. 차베스는 취임 첫해인 1999년 50%였던 빈곤선 이하 인구 비율을 2011년 27%까지 떨어뜨려 세계의 부러움을 샀다. 당시 차베스는 석유산업을 국영화하고 거기서 얻은 수입으로 무상교육·무상의료를 제공하고 기초 식료품과 생필품을 무상이나 원가 이하의 가격으로 공급했다. 보건위생 등 ‘사회적 투자’를 늘려 가난한 국민에게 깨끗한 상수도와 화장실을 보급했다. 차베스가 벌인 일련의 정책과 이념은 스페인어로 ‘차비스모’, 즉 차베스주의로 불린다. 국내적으로는 경제적 평등을, 국제적으론 반미연대 추구가 핵심이었다.

문제는 ‘지속가능성’이었다. 재원을 대부분 석유산업에 의존했던 것이 결정적 화근이었다. 베네수엘라는 국내총생산(GDP)의 40%가 석유에서 나오는데 차베스 사망 이듬해인 2014년 이후 저유가 시대가 지속하자 차베스주의는 난관에 봉착할 수밖에 없었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을 무시한 식품·생필품의 선심제공은 시장질서를 교란시키고 암시장을 키워 심각한 물자부족 사태를 낳을 수밖에 없었다. 과거 소련에서도 나타났던 ‘부족 현상’의 21세기판이었다. 많은 베네수엘라인이 식량과 의약품을 구하려고 거리에서 싸움을 벌이고 집단으로 국경을 넘어 이웃나라에 망명을 요청하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

더욱 큰 문제는 차베스는 물론 마두로도 오일달러를 분배하기에만 바빴을 뿐 이를 미래를 위해 투자해 ‘오랫동안 우유를 생산하는 젖소’를 키울 지혜가 애당초 없었다는 점이다. 석유로 번 돈을 분배하는 데 바빴을 뿐 경제를 키우는 데 투자하지 못한 것이다. 국가가 제공하는 ‘공짜 시리즈’에 이미 익숙해진 국민의 기업가 정신과 근로의욕도 갈수록 옅어져갔다는 지적도 있다. 이념만 앞세운 마두로의 국정운용 능력 부족과 이에 따른 비효율성도 문제로 꼽힌다.

이런 와중에 돈 가치가 휴지 수준으로 하락하는 하이퍼 인플레이션이 벌어지자 베네수엘라 정부는 8월 20일부터 기존 10만 볼리바르를 신통화 1 볼리바르소베르노로 교환하는 디노미네이션(액면가 절하)을 실시한다. 원래 3자리수 디노미네이션을 준비했지만 사태가 급속도로 악화하자 5자리로 변경했다. 원래 디노미네이션은 6월로 예정했지만 겉잡을 수 없는 인플레 가속화와 준비에 시간이 걸려 때문에 2개월 연기했다. 남미에서는 1994년 브라질에서 하이퍼 인플레가 계속되자 디노미네이션으로 신통화인 헤알을 발행하며 잠재운 전례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베네수엘라의 마두로 행정부에 그럴 능력이 있는지는 미지수다. 마두로는 지난 2월 세계 최초 정부 발행 가상화폐인 ‘페드로’ 내놨지만 ‘국가 사기’라는 비난만 받았을 뿐이다. 마두로는 2017년 일방적인 대외채무 조정 선언으로 국가의 대외신용도를 땅에 떨어뜨렸다. 당시 일부 국채를 디폴트 선언하기까지 했으니 베네수엘라를 지원할 나라를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식량 부족 사태에 ‘베네수엘라에 기아는 없다’며 오리발을 내밀다 ‘미국 경제제재 때문’이라고 말을 바꿔 새삼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특히 기간산업인 석유산업 국유화로 재투자가 부족하고 해외 자금 확보도 어려운 것이 경제 회복이 어려운 가장 큰 걸림돌로 분석된다. 경제혼란으로 원유 채굴량이 줄자 국회에서 ‘회복’을 결의하는 것으로 대응할 정도다. 경제 문제를 대중동원, 이념과잉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마두로 정권의 모습으로 볼 때 베네수엘라의 경제와 원류 생산량이 이른 시일 안에 회복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실력도 위기대응 능력도 없으면서 ‘반미’와 ‘연대’ 구호만 외치는 마두로는 남미 포퓰리즘의 현주소를 그대로 드러낸다. 포퓰리즘에 구호만 외치는 정치제일 무능 정부의 극치를 보여주는 사례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 마두로의 무능이 세계 하루 원유 생산량 100만 배럴 감소를 빚는 주요인이다. 이는 쉽게 해결될 기미도 보이지 않아 글로벌 유가에 더욱 악성 요인으로 지적된다.

올 연말에 하루 300만 배럴 공급 부족할 수도

올해 연말 이란과 베네수엘라 요인이 결합하면 세계적으로 하루 300만 배럴 이상의 원유 공급이 부족해질 수밖에 없다. 미국과 이란과의 대립이 어느 정도 완화되지 않고 11월 4일 이란 석유 금수가 현실화하면 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할 수밖에 없다. 가장 큰 문제는 공급 부족으로 인한 ‘고유가 시대’의 부담을 미국도, 산유국도 아닌 세계 석유 소비자가 대신 져야 할 판이라는 사실이다.

1448호 (2018.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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