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판문에서 뿌린 남북관계 개선의 씨앗이 가을 평양에서 한꺼번에 소화를 못시킬 만큼 수확이 풍성했다. 5개월 사이에 세 번째로 만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2박3일 간의 퍼포먼스는 어느 것 하나 ‘최초’ ‘극적’ ‘역사적’인 것 아닌 게 없다. 정상회담에서의 합의와 회담장 밖의 분위기 전체를 묶으면 하나의 열정적인 디오니소스적 교향곡이 된다.
문 대통령이 평양 시민들의 익숙한 생각의 틀을 뿌리째 흔들어 놓았다. 순안공항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연도에 늘어 선 10만 인파와 5·1 경기장에 모인 15만 북한인들은 한 나라의 최고지도자가 자신들을 향해 깊이 허리를 꺾어 인사하는 모습을 처음 봤다. 능라도 5·1 경기장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15만 군중 앞에서 남북한이 함께 전쟁 없는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들어 나가자고 한 호소는 평양시민들과 방송으로 본 북한 주민들의 뇌리에 깊이 각인되었을 것이다. 그것은 김정은 위원장이 북한 주민들에게 비핵화의 필요와 정당성을 납득시켜야 하는 짐을 덜어준 것이기도 하다. 시민들이 좋아하는 식당에서의 식사, 김정은 위원장과 함께 한 백두산 등정, 두 지도자의 포옹, 양쪽 퍼스트레이디들의 팔짱 낀 모습은 평양 시민들에게 딴 세상 같은 인상을 남겼을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방문 초청 수락도 놀라운 성과다. 문 대통령은 사실상 북한사회에 씨앗 하나를 떨어뜨리고 왔다.
※ 해당 기사는 유료콘텐트로 [ 온라인 유료회원 ] 서비스를 통해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