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력 갖춘 소수 글로벌 기업만 생존할 확률 높아 … 해외 진출 때는 현지 기업과 협업 중요
▎9월 11일 엡손 EPIC 컨퍼런스 강연을 위해 포스코P&S 타워를 방문한 서대범 딜로이트컨설팅 이사, 송상화 인천대 동북아물류대학원 교수, 김진 CJ대한통운 상무(왼쪽부터)가 4차 산업혁명, 인구, 기술, 고객 불만 등을 주제로 대담을 했다. / 사진:김현동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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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1일 서울 포스코 P&S 타워에 국내 물류 종사자 수십 명이 모였다. 엡손 EPIC(Epson Insight Communcation Conference)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올해로 5회째를 맞은 엡손 EPIC 컨퍼런스는 산업별 최근 동향과 이슈를 파악하고 발전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다. 이날 행사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자동화·디지털화되는 물류산업의 현주소를 알아보기 위해 열렸다. 행사에 앞서 강연을 담당한 물류 전문가인 송상화 인천대 동북아물류대학원 교수, 김진 CJ대한통운 상무, 서대범 딜로이트컨설팅 이사와 함께 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들은 4차 산업혁명, 인구, 기술 그리고 고객 불만이라는 주제를 놓고 각자의 의견을 펼쳤다. 전문가들이 바라본 물류산업의 현황과 미래를 소개한다.
사회: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물류산업도 빠르게 변화 중이다. 과거에 비해 지금의 현황은 어떤지, 그리고 앞으로 물류산업이 어떻게 변할지 짚어본다면.
서대범 이사(이하 서대범): 연결과 융합이라는 키워드로 설명할 수 있다. 과거엔 사람이 물건을 전달해줬다. 지금은 사람이 다양한 기계를 조작한다. 앞으로는 사람을 넘어서는 기계를 활용할 것이다. 기술과 인력의 융합이 빠르게 진행되며 어느 편이 주체인지 구분이 애매해지는 세상이 올 것이라고 본다.
송상화 교수(이하 송상화): 기존 물류는 이용자 중심이었다. 경쟁력이 물량과 속도에서 나왔다. 대형 물류센터를 확보한 업체가 대량의 물류를 빠르게 전달하며 시장을 이끌었다. 지금은 산업의 성격이 변했다. 빠르게 전달하는 것보다 소비자가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 전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류에 서비스 개념이 들어갔다. 더 편안하게 전달해야 한다. 앞으로 물류 산업에서 나타날 또 하나의 특징은 수량의 증가다. 고객 개개인이 원하는 서비스가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더욱 복잡해지는 물류 시스템을 어떻게 풀어 나가느냐가 미래 물류산업의 성공 관건이다.
김진 상무(이하 김진): 우리나라에서 물류라는 단어는 1990년 대 초반에 처음 등장했다. 그 전에는 운송·창고·배송 같은 단어로 정의했다. 90년대 물류는 기업에서 비용으로 분류됐다. 물류비를 어떻게 줄일지 정도만 생각했다. 지금은 물류의 속도와 질에 따라 기업에 대한 소비자의 이미지가 정해지는 세상이다. 동시에 업무도 복잡해졌다. 우리 회사의 경우 기업 간 거래(B2B)와 소비자 간 거래(B2C) 서비스를 한 곳에서 동시에 처리한다. 소매·도매·개인을 위한 물류를 한 지점에서 다하고 있다. 문제를 풀기 위해 배송에 대해 자료를 뽑아 효율적인 동선과 배달 시간대를 분석한다. 재고를 언제 어디서 처리하는지도 중요해졌다. 앞으로는 더 복잡해 질 것이다. 그러다 보니 단순히 인력을 더 투입하는 것으론 곤란하다. 앞선 기술을 사용하고 자동화에 속도를 내야 한다. 물류는 이제 조 단위 투자가 필요한 산업공학 수준의 연구가 필요한 산업이 됐다.
한국 인구 줄어 물류산업에 악재사회: 물류산업에 영향을 미칠 요소로 인구가 꼽힌다. 2050년이면 지구촌 인구가 97억 명이 될 것이라고 하는데, 물류산업은 어떤 영향을 받을 거라 보는가.
송상화: 메가 시티 시대가 열릴 것이다. 인구가 살기 좋은 것으로 몰리는 현상이 강화되며 거대 도시가 더욱 늘어날 것이다. 물류산업의 친환경 디지털화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다. 도심과 지방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다. 공존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서대범: 2050년 인구를 97억 명으로 가정할 때 모든 지역에서 인구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아프리카·오세아니아·미국의 인구가 늘어나고 한국·일본은 줄어들 것이다. 산업면에서 봤을때, 국내 물류 기업에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에 머물지 말고 글로벌 시장에 나가 경쟁력을 쌓아야 한다. 결국 시장에는 소수의 글로벌 기업만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기술이 중요해진다. 친환경과 무인화 기술이 핵심이 될 것이다. 더 깨끗하고 편안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기업만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사회: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해 한국 기업에게 어떤 전략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김진: 아마존이 한국에 진출해도 국내 물류 기업이 살아 남을 수 있다고 본다. 아마존은 대단한 기업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물류로 성공하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다. 먼저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다. 물류는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장치산업이다. 물류센터와 배송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고 이를 운영할 현지 직원을 대량 고용해야 한다. 네트워크 구성에도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막대한 비용을 투자했음에도 투자 대비 수익은 낮은 편이다. 아마존이라면 특정 기업의 B2B서비스는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B2C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송상화: 유통과 물류는 로컬산업이다. 역사가 이를 입증한다. 아마존과 알리바바 같은 글로벌 기업도 인도와 동남아 시장 진출에 실패했다. 현지 로컬 기업에게 밀렸다. 현지 기업과 협업을 하거나 인수합병 방식으로 진출해야지 직접 뛰어드는 것은 어렵다.
아마존·알리바바도 인도·동남아 진출 실패사회: 기술이 점점 더 중요해진다고 모두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기술을 도입해야 하고 이들 기술이 어떤 영향을 미칠까.
송상화: 먼저 큰 그림을 이야기하자면 디지털화와 무인화를 꼽을 수 있다. 여기에 주목하며 관련 기술에 투자해야 한다. 이런 기술을 활용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기술을 적용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사실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은 이미 나와 있다. 언제 어떤 기술을 넣는지가 중요하다. 정부 역할도 중요하다. 기업이 투자를 하려면 정부가 풀어줘야 하는 규제가 있다. 정부가 물류산업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성장 가능성을 보며 지원해야 할 필요가 있다.
김진: 물류산업은 자동화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투자에는 항상 리스크가 따른다. 이를 줄이기 위해서는 파트너와 상생할 수 있는 방법도 필요하다. 한 글로벌 기업과의 협력 사례가 있다. 정보 교류를 통해 배송 물건에 대한 오류를 줄였다. 이전엔 우리가 배달한 물건을 해당사 직원이 확인했지만, 이제 체크하지 않는다. 우리 직원이 새벽에 가서 물건을 놓고 나온다. 이렇게 절감한 비용을 서비스로 돌리며 고객만족도를 높였다. 이렇게 상생하려면 물류사뿐 아니라 파트너도 마인드가 좋아야 한다. 매번 이번에 물류비 절감해야지 그러면서 값을 깎아 마진을 줄이다 보면 근로 환경이 악화되고 산업도 낙후한다.
서대범: 글로벌 기업은 사업을 진행하며 오류를 수정해 나간다. 고치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며 개선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어려운 현실이다. 실패를 인정하고 이를 노하우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하는데, 한국에선 이런 기업 문화가 약한 편이다. 우리나라 대기업에선 잘못하면 임원에게 책임을 중하게 묻는다. 이게 안 되면 신기술 도입이 늦어지고 혁신은 더욱 어려워진다.
사회: 물류산업은 고객 불만이 많은 업종이다. 이를 어떻게 개선해야 하나.
서대범: 고객 입장에서 내 물건이 어디에 와있는지 가장 궁금할 것이다. 배송 상태를 알려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사물인터넷(IoT) 활용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두고 오는 것이 아니라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 전달하고 알려줘야 한다. 마지막은 가격이다. 투명한 원가를 보여줘야 한다. 서비스 표준을 만들고 이를 기준으로 거래해야 한다. 그렇게 고객 신뢰를 쌓아야 한다.
김진: 물류 고객은 기업과 개인으로 나뉜다. 기업 고객은 시장을 잘 안다. 물류 원가와 시장 최저가에 대한 이해가 있다. 간혹 무리한 가격을 요구하는 기업이 나온다. 정보도 부족했지만, 결국 신뢰가 부족해서 벌어지는 일이라고 본다. 시간을 두고 이야기하며 신뢰를 쌓아야 한다. 개인 고객의 불만은 정확도 여부에서 많이 나온다. 제품을 정상적으로 정확히 받았는지 여부에 따라 만족도가 달라진다. 박스가 왔는데, 제대로 오지 않았거나 파손돼서 왔다면 불만이 터진다. 이를 해결하고자 포장 과정을 촬영하고 무게를 기록해 보내준다. 정리하자면 기업 문제는 신뢰와 적정 이윤에 대한 이해, 개인 화물 문제는 정확성에 있다.
서대범: 디지털은 신뢰다. 서로 믿을 수 있어야 거래가 가능해서다. 알리바바 마윈 회장은 “디지털은 신뢰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지난해 3조개의 신뢰를 중국에서 쌓았는데 올해는 5조개의 신뢰를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성공적인 디지털 물류 배송이 늘어갈수록 디지털 세상의 신뢰도 높아질 것이라 생각한다.
▎김대연 엡손 부장이 엡손 EPIC 컨퍼런스에서 발표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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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용탁 기자 ytch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