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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불 붙는 BMW 화재 원인 논란] “BMW 발표와 다르다” vs “이미 나온 내용” 

 

조용탁 기자 ytcho@joongang.co.kr
문제 부품과 화재 발생 과정 놓고 갑론을박…민관합동조사단, 12월 중 최종 결과 발표

▎BMW 화재조사 민관합동조사단이 11월 7일 공개한 BMW 화재 원인 시험 과정 모습. 흡기계통의 천공부로부터 배출가스가 발산되고 있다. 조사단은 “EGR 바이패스가 아니라 EGR 재순환 밸브가 문제”라고 발표했다. / 사진:연합뉴스
“BMW의 발표와 다르다.”(BMW 화재조사 민관합동조사단)

“민관합동조사단의 중간조사는 BMW의 원인 분석과 같은 내용이고 이미 리콜을 통해 개선하고 있는 사안이다.”(BMW코리아)

BMW 디젤 차량의 엔진룸 화재 원인을 놓고 정부와 BMW코리아가 다시 갑론을박을 하고 있다. BMW 화재조사민관합동조사단은 11월 7일 한국교통안전공단에서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화재 원인으로는 ‘배기가스 재순환 밸브’를 지목했다. 경유차가 달리면 유해한 배기가스가 발생한다. 이를 차 밖으로 내보내기 전에 내부에서 한 번 걸러 준다. 배기가스에 포함된 오염물질을 걸러내는 장치가 ‘배기가스 재순환장치(EGR)’이다. 이 장치에는 두 개의 밸브가 있다. ‘바이패스 밸브’는 가스를 냉각기로 보낼지 말지 조절한다. ‘배출가스 재순환 밸브’는 차내에서 순환 중인 가스의 분량을 조절한다. BMW는 화재 원인의 하나로 EGR 장치의 바이패스 밸브를 이야기 했었다. 하지만 이날 조사단은 “바이패스 밸브는 실제 화재 원인이 아니고 배출가스 재순환 밸브가 문제였다”고 발표했다.

조사단은 화재가 발생하려면 세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EGR 쿨러에 누수가 발생한 상태, EGR 밸브가 일부 열림으로 고착된 상태, 그리고 배출가스 후처리시스템(DPF/LNT)이 재생되는 조건이다. 이런 상황이 되면 EGR 쿨러 누수로 쌓인 침전물이 EGR 밸브를 통해 들어온 고온의 배기가스와 만나 불티가 발생한다. 불은 엔진룸 흡기시스템으로 번진다. 그리고 고속주행으로 공급되는 공기와 만나 불꽃이 커진다. 이때 엔진으로 공기를 빨아들이는 흡기다기관에 구멍이 생긴다. BMW 흡기다기관은 플라스틱 재질이라 고열에 약하다. 결국 커진 구멍으로 불이 번저 들어가며 엔진룸 화재로 이어진다.

지난 8월 BMW는 기자회견을 열고 EGR 쿨러가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쿨러가 고장나며 고열을 이기지 못해 화재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배기가스 온도가 낮으면 우회로로 보내고 뜨거우면 냉각기로 보내 공기를 식혀야 하는데 이 역할을 맡은 바이패스 밸브가 고장난 것이 화재의 원인이라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조사단의 실험에서는 바이패스 밸브가 고장 나도 불씨를 만들 정도로 온도가 올라가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단 “바이패스는 실제 원인 아니다”


조사단 발표에 대해 BMW는 강하게 반박했다. EGR 밸브는 화재의 주원인이 아닌 조건 중 하나이며, EGR 밸브도 8월 BMW가 발표했던 화재 발생 조건에 이미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당시 BMW는 누수로 인해 쌓인 침전물에 EGR 밸브로부터 유입된 고온의 배기가스가 만나 불이 날 수 있다고 밝혔다. 쿨러와 밸브가 포함된 EGR 모듈 자체를 교환하는 리콜도 원인을 파악해서 가능한 대처라는 주장이다. BMW 관계자는 “EGR 밸브를 포함한 결함 가능성을 인정하고 이들 부분에 문제가 없는 차세대 부품으로 교체하고 있고, 이는 이번 합동조사단이 밝힌 중간조사 결과와도 동일하다”고 강조했다. BMW 관계자는 “정부의 최종 조사 결과 발표 때까지 필요한 부분에서 협력하며 오해를 줄여가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호근 대덕대 교수는 “EGR 쿨러 누수가 100% 화재의 원인이라고 볼 수 없다”며 “EGR 밸브 고장이 원인인지, 아니면 다른 원인으로 화재가 발생하며 EGR 밸브가 고장난 건지 정확히 모르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BMW 화재피해자 모임은 민관합동조사단 중간발표를 반겼다. 이들은 EGR 밸브가 화재의 원인이라고 꾸준히 주장해왔다. 이들의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법무법인 바른의 하종선 변호사는 아직 부족한 점도 있다고 한다. 하 변호사는 “BMW의 4기통 엔진은 질소화합물 배출을 줄이기 위해 고압 EGR 방식을 채택한 탓에 검댕이로 가득한 탄소 찌꺼기가 밸브에 달라 붙어 문제를 일으킨다”며 “830도의 배기가스가 EGR 쿨러를 고장내고 흡기다기관에 구멍을 뚫어 화재를 발생시킨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고온에 취약한 흡기다기관의 가연성 소재를 알룸미늄 등으로 바꾸지 않으면 화재 위험에 계속 노출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국토교통부가 지체없이 BMW의 4기통 리콜대상 차량과 신형 차량에 대해 금속재질이나 고내열성 합성플라스틱재질로 만든 흡기다기관으로 교체하는 리콜 명령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캐나다는 흡기다기관까지 교체 시작

마침 10월 26일 캐나다 교통부는 BMW에 리콜을 명령했다. EGR쿨러에서 냉각수가 유출됐을 경우엔 흡기다기관까지 교체하라는 명령이었다. 캐나다와 한국 간 리콜의 차이점을 BMW에 문의했다. BMW코리아 관계자는 “한국에서도 EGR 장치에서 누수가 발견되면 EGR과 흡기다기관을 함께 교체해주고 있다”며 “누수가 없는 차량은 교체해주지 않기에 오해가 발생했을 뿐 전 세계 BMW 리콜 기준은 동일하다”고 설명했다.

BMW코리아는 현재 국토교통부와 흡기다기관의 전면적인 교체 여부를 협의 중이다. 조사단 내부에서는 흡기다기관 리콜을 놓고는 의견이 갈렸다. 화재의 핵심 원인이라는 주장과 흡기다기관 자체만의 문제인지 검증되지 않았다는 주장이 엇갈렸다. 조사단은 현재 진행중인 리콜(EGR 모듈 교체) 이 외에 다른 원인의 가능성도 제기되는 만큼, BMW 측의 제작 결함 시정 작업의 실효성도 재검증하기로 했다. 민관합동조사단은 12월 중 최종 결론을 내리고 발표할 예정이다. BMW코리아는 현재 리콜 대상 10만6000여 대 차량 중 72%(7만6800대)의 리콜을 마쳤다.

1459호 (2018.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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