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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LG전자 스마트타운 구축, 남은 문제는] ‘G-시티’ 추진하는 인천시와 동상이몽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투자 계획 구체성과 지역경제 기여에 의구심…청라 주민들은 “기회 놓칠라” 우려

▎구글과 LG전자는 지난 10월 25일 서울에서 열린 ‘구글 클라우드 서밋’에서 국내 스마트타운 구축을 공동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왼쪽부터 최성호 LG전자 클라우드 센터장, 이상윤 LG전자 한국 B2B세일즈 총괄, 이인종 구글 클라우드 IoT 부문 부사장. / 사진:연합뉴스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공룡 구글이 국내 스마트타운 구축 사업 진출을 공식 선언했다. LG전자를 핵심 파트너로 삼아 모든 과정에서 긴밀하게 협력한다는 계획이다. 구글은 지난 10월 25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구글 클라우드 서밋’ 행사를 개최하고 LG전자와 주거단지·상업시설·호텔 등 국제 업무시설을 아우르는 미래형 스마트타운 구현 프로젝트를 함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이인종 구글 부사장은 “아직 논의 초기 단계로 지역이나 규모 등은 확정되지 않았다”면서도 “부동산 개발과 투자 등 (다양한 분야) 파트너사와 협력해 스마트타운 사업에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이 도시 곳곳 연결

스마트시티와 유사한 개념의 스마트타운은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같은 첨단 ICT 기술이 접목돼 주요 기반시설과 공공기능이 사람의 신경망처럼 구석구석 연결된 지능형 지구(地區)를 뜻한다. 글로벌 ICT 기업들엔 이미 새 먹거리로 떠올랐으며, 구글이 강점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분야다. 이 부사장은 “예를 들어 교통 카메라가 길을 건너는 아이를 발견하면 (안전하게 길을 건너게끔) 해당 교차로에 추가 신호 시간을 제공할 수 있게 된다”고 소개했다. 빌딩 하나를 예로 들면 에너지 모니터링과 조명·온도 조절을 통해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또 스마트타운 내의 각 가정에선 클라우드 IoT 솔루션인 ‘구글 클라우드 IoT 코어’에 통합되는 AI 비서 ‘구글 어시스턴트’ 등의 기술을 활용해 보다 간편하게 각종 기기를 다룰 수 있다. 예컨대 TV 화면이 갑자기 잘 나오지 않는다면, 사용자는 TV에 말을 걸어 어떤 부분이 잘못됐는지 파악하고 여러 군데 전화할 필요 없이 간단하게 제품 수리 일정을 잡을 수 있게 되는 식이다. 구글이 LG전자와 손잡은 것도 그래서다. 스마트타운의 근간을 이룰 스마트홈 구현을 위해선 높은 수준의 기술력으로 구축된 가전제품 라인업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이 점에서 LG전자가 적격이라고 판단했다. LG전자는 AI TV ‘올레드 TV AI 씽큐(ThinQ)’ 등이 국내 최초로 구글 어시스턴트 한국어 서비스를 지원하는 등, 최근 신제품의 대부분이 “TV 틀어줘” “에어컨 꺼줘” 같은 음성 명령만으로 제어될 만큼 스마트홈 사업 강화에 노력하고 있다. 구글로서는 그간의 협업 결과물이 만족스러웠다는 얘기도 된다.

글로벌 시장에서 충분히 검증된 두 대기업이 손잡는 만큼 기술적인 부분에선 별 문제가 없을 전망이다. 스마트타운 구축 프로젝트가 실현만 되면 생활 인프라 개선과 일자리 창출 등으로 국내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런데 그 실현 가능성이 문제다. 구글은 스마트타운 구축의 최적지로 청라국제도시(인천광역시 서구)를 점찍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인천시 반응이 미적지근해서다. 앞서 구글은 인천시가 청라에 오는 2026년까지 조성을 추진하는 ‘글로벌 스마트시티(G-시티)’ 프로젝트에도 민간 부동산 개발사인 JK미래와 함께 참여할 의사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청라 27만8000㎡ 규모 국제업무단지에 총 4조700억원을 투입해 주거단지·상업시설·국제 업무시설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이미 비슷한 청사진을 내놓은 인천시가 이전부터 투자에 관심을 보인 구글엔 주저하고 있는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구글이 진짜로 사업 참여 의사가 있는지 의심한다는 것, 즉 구글과 LG전자가 직접 자본을 투자하거나 직원들을 상주시킬 계획이 없는 게 아니냐고 본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투자가 들어온다고 해도 지역경제에 득이 될지 확신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JK미래는 지난 4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인베스코 등과 함께 인천시와 청라 G-시티 건설 추진을 위한 양해각서(MOU) 체결을 한 바 있으며, 이후 사업부지 중 약 40%에 생활형 숙박시설 8000실을 짓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하지만 인천시 측은 JK미래가 구글과 LG전자의 투자 계획을 전하면서는 ‘연구·생산시설을 각각 얼마만큼 지으며, 정확한 상주 인원은 몇 명이고, 조직은 어떻게 꾸릴 예정인지’ 등을 포함하지 않아 두 회사의 사업 구체성이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 관계자는 “통상 외국인 투자나 대기업 투자는 세부 계획이 잘 뒷받침돼야 판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구글과 LG전자가 G-시티 프로젝트에 참여하겠다고 하면서도 정작 생색내기식의 소규모 투자만 할 경우 부동산 개발사는 생활형 숙박시설 분양에나 집중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나머지 업무시설을 충분히 짓지 못하면 인구가 과다하게 유입돼 정주 여건만 나빠질 뿐, 국제업무단지는 활성화할 수 없다는 것이 인천시 측의 우려다. 실제 올 7월 말 기준 청라의 인구는 약 9만4000명으로 계획인구였던 9만 명을 넘어섰다. 박남춘 인천시장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JK미래, 구글 본사, LG전자 본사 등과 몇 차례 면담했는데 지속 가능한 지역 발전 계획, 일자리 창출 계획, 지역 공헌 계획 등이 부족해 보였다”며 “개발업자 이해만 충족시키는 사업이 되지 않도록 관계 기업들에 지역 기여 계획과 일자리 창출 방안을 요구하게끔 인천경제청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구글 “파트너십 적용 지역은 아직 고민 단계”

이 때문에 구글과 LG전자가 좀 더 세부적인 계획안을 인천시 측에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각에서 나오지만, G-시티의 빠른 건설과 활성화를 기대하는 청라 주민들은 “인천시가 너무 신중하게 접근하다가 대기업들이 진입을 포기해 실기(失機)하는 게 아니냐”며 반발하고 있다. 이곳을 지역구로 둔 이학재 바른미래당 의원(인천 서구갑)은 “도시 개발의 최종 책임자인 인천시가 문제 제기를 하는 부분은 이해하지만 사업 추진을 전제로 얼마든지 해결책을 찾을 수 있는 일”이라며 “초일류 기업인 구글과 LG전자가 수 차례나 청라에 스마트시티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보였는데 그 자체를 계속 의심하는 건 합리적이지 못하다”고 말했다. 그는 “구글과 LG전자의 스마트타운은 (단순히) 두 회사가 자본 얼마, 직원 몇 명을 투입한다는 개념이 아니라 두 회사 솔루션이 적용돼 조성되는 스마트시티에서 새롭게 4차 산업 생태계 창출로 관련 기업을 유치하겠다는 개념으로 봐야 한다”며 “국내외 많은 도시가 스마트타운 유치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만큼 인천시가 더 이상 실기해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런 논란 속에 구글이 공식적으로 스마트타운 구축 사업 진출을 선언하면서 인천시 측에 ‘G-시티 프로젝트에 확실히 뛰어들 것’이라는 강한 제스처를 취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구글 클라우드 서밋에서 이인종 부사장은 구체적으로 G-시티나 청라를 언급하진 않았다. 이 부사장은 “루머와 추측에 대해 언급할 수 없다”면서 “이번 파트너십은 어떤 지역에 적용할지 고민하는 단계”라고 여운을 남겼다.

이러는 사이 청라 주민들은 인천시를 재차 압박하고 나섰다. 주민단체인 청라국제도시총연합회는 10월 31일 인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G-시티 사업에서 인천시가 소통이 아닌 불통 행정을 보여주고 있다”며 “구글과 LG전자가 스마트타운 구축을 공식 선언하면서 G-시티 사업과 관련해 두 기업의 참여 의사가 불분명하다던 인천시 측 주장은 설득력이 없어졌다”고 인천시를 비판했다. 전체적인 청라 개발과 관련해서도 기존 계획 대비 투자 유치 달성률이 현재 6.5%에 불과하며, 2015년 이후로는 MOU 체결 실적조차 전무하다는 입장이다. 주민들의 강한 불만 속에 인천시가 어떤 타개책을 제시할 수 있을지, 구글과 LG전자는 실제로 스마트타운을 지을 수 있을지 국내외 ICT 업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459호 (2018.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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