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공 후 30년 넘은 아파트 32%로 서울 평균의 2배 수준…다주택자와 다주택 가구 강남권에 몰려
▎서울 강남권은 국내에서 집값이 가장 비싼 지역이지만 주택 노후화가 심하고 자가 점유율 등 주거 지표가 서울 평균 이하로 나타났다. 사진은 서울 남산에서 내려다 본 강남 일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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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정부가 공식 집계를 시작한 2005년 이후 가장 많은 57만 가구의 주택이 준공해 들어섰다. 서울도 예년보다 많은 7만 가구가 지어졌다. 재건축 등으로 멸실된 주택을 2014~16년 연평균 전국 10만 가구, 서울 3만 가구로 잡으면 실제 늘어난 주택 수는 각각 47만 가구, 4만 가구다. 지난해 결혼·분가 등으로 집이 필요한 일반가구는 30만 가구 증가했다. 서울은 3만 가구 정도다. 주택 증가분에서 일반가구 증가분을 빼고 남는 주택이 전국 17만 가구, 서울 1만 가구다. 이 물량을 두고 새 집 등으로 옮기는 갈아타기 수요, 주택을 추가 매수하는 투자수요 등이 경쟁을 벌인 셈이다. 이는 전국적으로 일반가구 증가분보다 평균 55% 많다. 하지만 서울은 전국 평균에 훨씬 못 미쳐 여유가 없는 수준이다. 지난해 서울 집값이 많이 올랐고 정부가 서울을 집중적으로 겨냥해 고강도의 종합주택시장 대책인 8·2대책을 발표한 배경이 됐다. 지난해 1~7월 전국 집값은 소비자물가상승률(1.28%)에 훨씬 못 미치는 0.72% 올랐는데 서울은 1.5배 수준인 1.88% 상승했다.
입주 풍년에도 강남에는 초과 수요2015~17년은 서울 주택시장 활황기였다. 집값이 금융위기 이후 침체에서 벗어나 2014년 하반기 회복세로 돌아선 후 2015년부터 본격적인 상승세를 탔다. 새 집이 대거 들어서고 집을 산 사람이 크게 늘었다. 하지만 서울 주거 여건은 눈에 띄게 좋아지지 않았다. 일부는 되레 나빠졌다. 양극화 심화는 강남권(강남·서초·송파구)도 예외가 아니었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주택소유 통계 등 내용 등을 분석한 서울의 주거 실태다. 2015~17년 서울에 연평균 7만 가구가 넘는 22만 가구(아파트 13만6000여 가구)가 준공했다. 같은 기간 재건축 등으로 멸실된 주택이 10만 가구가량으로 추정된다. 2011년 이후 연간 2만 가구 정도인 멸실 주택 수가 2015년엔 2만5000여 가구, 2016년 4만2000여 가구로 많이 늘었다. 집값 상승세를 타고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활발해서다. 멸실 주택 수를 빼고 순수하게 늘어난 집이 12만여 가구다. 3년 사이 집이 필요한 일반가구는 5만7000여 가구 늘었다. 늘어난 주택이 일반가구 증가분의 2배 수준이었다. 주택 수가 많이 늘었는데도 집값이 뛰었다. 3년 새 10.72%, 연평균 3%씩 정도 올랐다. 소비자물가의 두세 배 수준에 해당하는 상승세다. 늘어난 주택보다 수요가 훨씬 더 많았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서울 주택매매 거래가 연평균 20만건이 넘는 62만여 건 이뤄졌다. 그 이전 2012~14년 3년 간 거래량(34만여 건)의 두 배 수준에 가깝다. 거래량은 수요의 지표로 수요가 입주 증가 이상으로 급증한 셈이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집값이 오르면서 실수요 외에 투자수요도 많이 늘어나는 바람에 입주 풍년으로도 수요 감당이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서울에 주택이 많이 들어서고 집을 많이 샀는데도 서울에서 내 집을 가진 가구는 전국 추세와 거꾸로 줄었다. 주택 소유율이 2015년 49.6%에서 지난해 49.2%로 0.4%포인트 낮아졌다. 이 기간 전국은 56%에서 55.5%로 내렸다가 지난해 55.9%로 올라갔다. 서울에선 유주택 가구보다 무주택 가구가 더 많이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1년 새 유주택 가구는 1만1000여 가구 늘어난 데 비해 무주택 가구는 1만8000여 가구 증가했다. 무주택 가구보다 유주택 가구가 집을 더 많이 매수하면서 유주택 가구의 보유 주택 수가 늘었다. 2016년 1.16가구이던 유주택 가구당 보유 주택 수가 지난해 1.42가구다. 집을 2채 이상 가진 다주택 가구도 많아졌다. 지난해 유주택 가구(187만 가구) 중 다주택 가구는 4가구 중 하나가 좀 더 되는 52만 가구(28%)다. 다주택 가구는 무주택을 포함한 전체 가구로 보면 7가구 중 하나였다(13.8%). 여섯 집 건너 다주택 가구인 셈이다. 개인 기준으로도 다주택자가 늘었다. 지난해 유주택자 243만 명 중 다주택자는 16%인 38만9000명으로 2015년보다 5000명(1.1%포인트) 증가했다. 다주택자와 다주택 가구는 강남권에 몰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권 유주택자 중 다주택자 비율이 20.5%였고 강남구가 22%로 가장 높았다. 유주택자 5명 중 하나다. 가구 기준으로는 강남권 유주택 3가구 중 한 가구(32.1%)가 2채 이상 갖고 있다. 강남구에 36.4%로 가장 많다. 강남권은 다른 지역 주택 구매도 적극적이었다. 경기도 내 외지인 소유 주택 47만5400가구 중 강남(2만3100가구, 4.9%)·송파(2만3000가구, 4.8%)·서초구(1만7100가구, 3.6%)가 1~3위였다.하지만 강남권 주거 지표는 서울 평균 이하다. 강남권 거주자들은 소득의 최고 20배에 달하는 가격의 집에 살고 있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서초구의 연 소득 대비 집값 비율(PIR)이 20.8로 가장 높다. 수도권 평균(7.9)의 3배 수준에 가까운 수치다. 다음으로 강남구(18.3)다. 송파구는 11.3이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평균 아파트 매매가격이 강남구 13억6000만원, 서초구 12억7000만원, 송파구 9억8000만원이었다. 비싼 강남권 집은 이곳 사람들에게도 ‘그림의 떡’이다. 대부분 남의 집에 살고 있다. 자기 집에 거주하는 자가 점유율이 서울 평균보다 낮다. 서울 평균이 42.8%이고 강남권은 38.6%다. 집값이 가장 비싼 강남구가 최저인 34.4%다. 강남권에서 남의 집 살이를 하는 가구가 셋 중 둘이다. 집값이 많이 오른 강남권은 지방에서 투자가 몰려 서울 이외 거주자의 주택 소유 비율이 높다. 강남권이 18.1%이고 강남구가 가장 높은 19.9%다. 강남구 주택 다섯 채 중 한 채 주인은 서울 이외 사람인 것이다. 서울 평균은 14.7%다.
서울 외 거주자의 주택 소유 비율 강남권 18%강남권은 아파트 천국이지만 낡았다. 주택 중 아파트 비율이 67.2%로 58.1%인 서울 평균보다 10%포인트 가까이 더 높다. 강남권에 서울 전체 아파트(166만 가구)의 20%인 33만여 가구가 모여있다. 노후도는 서울에서 가장 심하다. 1989년 이전에 준공해 지은 지 30년 이상인 아파트가 서울 평균 19.2%인데 강남권은 32.2%다. 세 채 중 하나다.빈 집도 강남권에 많다. 서울 시내 아파트 4만7000여 가구 중 27%인 1만2000여 가구가 강남권이다. 강남구가 6700여 가구로 최다다. 서울 전체 아파트 중 빈집이 차지하는 비율이 2.8%인데 강남구는 두 배 수준인 5.3%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강남구가 집값이 가장 비싼 지역으로 선망의 대상이긴 하지만 이면에는 다른 곳 못지않게 주거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