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불확실성 커지면 안전자산에 관심...강달러 부담스럽다면 금이 대안
주식이나 부동산 가격을 볼 때는 전망을 생각하기 전에 지금 가격이 높다 낮다를 판단할 수 있는 투자자들 나름의 기준점이 있다. 환율은 다르다. 다수의 잠재적 투자자들은 전망만 생각하지 지금 가격이 적정한지에 대한 가치 판단은 건너 뛴다. 환율에서 기준점을 가지기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가령 어제는 미국 금리 인상 때문에 환율이 상승했다고 하더니, 오늘은 미국 금리 인상 때문에 환율이 하락했다고 해석되는 모순적인 경우가 흔하다. 이번 금리 인상보다 향후 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가 변해서일 수도 있고, 이미 충분히 예상된 이벤트라서 관련 기대가 때로 과도하게 반영돼 있었을 수도 있다. 또는 실제로는 다른 변수가 더 큰 영향을 미쳤으나 익숙한 변수인 미국 금리 인상이라는 변수에 가려졌을 수도 있다. 따라서 전망보다 중요한 것은 현재 수준을 파악하는 것일 수 있다. 또 현재 가격에 도달하는 동안 투자자들의 기대가 이미 반영된 것은 아닌지 반문해 볼 필요가 있다.이런 측면에서, 장기적 시점에서 달러 인덱스 기준으로 보면 달러화가 이미 이번 달러 강세기의 고점을 지났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연고점에 가까운 현재의 달러화 수준은 연초에 비해 부담스럽다고 판단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위험한 미래]라는 저서가 경종을 울리듯 위기에 대한 불안감이 금융시장에 퍼지고 있다. 위기에 대비하려는 심리는 안전자산에 대한 관심을 자극한다. 그렇다면 다른 대표 안전자산인 금과 달러를 비교해볼 필요가 있다. 실제로 달러 가치가 부담스러운 수준이라면, 금이 대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금의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다양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달러화 가치다. 달러화 중심의 기축통화체제에서 국제 금 가격 역시 달러화 기반으로 거래되기 때문에 금과 달러 가격은 보통 반대로 움직인다. 올해 4월 이후 달러화 상승 국면에서, 달러화와 반대로 금 가격은 하락한 주요 배경이다. 단 이런 역의 관계가 엄밀하게는 원·달러 환율이 아니라 주요 통화에 대한 달러 인덱스와 역의 관계라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우리에게는 원·달러 환율이 익숙하기 때문에 금 가격과의 관계를 살필 때도 달러화를 원·달러 환율로 잣대를 삼기 쉽지만, 정확한 판단 기준은 되지 못한다.실제로 역사적으로 보면 현재의 달러화 강세는 2011년에 시작됐다. 금이 역사상 고점을 기록한 시점이기도 하다. 반면 원·달러 환율의 상승은 2014년 가을이 시작이었다. 수치로 봐도 국제 금 가격과 상관관계는 원·달러 환율보다 달러 인덱스가 월등히 높다. 국제 금 가격과 원·달러 환율의 상관계수는 2010년 이후 현재까지 -0.19, 2000년 이후 현재까지 -0.15에 불과하다. 이에 비해 달러 인덱스와의 상관계수는 각각 -0.61, -0.56으로 역의 상관관계가 뚜렷하다. 상관계수는 1에 가까울수록 정의 상관관계가 높고 -1에 가까울수록 역의 상관관계가 높으며 0에 가까울수록 관계가 모호함을 의미한다.따라서 세계 외환시장에서 달러화가 주요 통화 대비 어떻게 변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만약 달러 인덱스 기준으로 달러화 가치가 앞으로 떨어진다면, 금의 안전자산으로서 가치는 더 커질 것이다.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서 금의 매력은 과거에 비할 바가 아니지만, 현재 금융시장에 향후 세계 경제에 대한 부정적 전망과 자산가격 거품에 대한 위기의식이 부각된 점, 금이 달러화와 대체재라는 성격, 가격 측면의 매력을 고려하면 금에 보다 관심을 가져도 좋은 시점이다.
※ 필자는 신한은행 금융공학센터에서 환율 전문 이코노미스트로 일하고 있다. 공인회계사로 삼일회계법인에서 근무한 경력을 살려 단순한 외환시장 분석과 전망에 그치지 않고 회계적 지식과 기업 사례를 바탕으로 환위험 관리 컨설팅도 다수 수행했다. 파생금융상품 거래 기업의 헤지회계 적용에 대해서도 조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