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

[강남권 랜드마크 지각변동?] 브랜드·입지 뛰어난 ‘신입생’ 대거 등장 

 

안장원 중앙일보 기자 ahnjw@joongang.co.kr
3년 동안 새 아파트 2만7000가구 입주 … 단지·지역 간 ‘명품’ 경쟁 치열

▎지난 6월 서울 서초구 잠원동 한강변에 입주한 아크로리버뷰. 2년 전 분양가보다 80% 급등하며 이 일대의 랜드마크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 사진:중앙포토
서울 강남권(강남·서초·송파구) 주택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새 아파트가 잇따라 들어서면서 기존 랜드마크의 위상이 흔들리고 지역 구도도 달라지고 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노후화된 아파트가 많아 새 아파트에 대한 갈증이 심하다 보니 신축이 입지를 능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아파트 노후도가 가장 심각한 곳이 강남권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 166만 가구 중 1989년 이전에 지어져 준공 30년이 넘는 주택이 32만 가구로 19%에 이른다. 5가구 중 하나 꼴이다. 강남권에선 3가구 중 하나다. 총 33만 가구 가운데 10만 가구(32%)가 1989년 이전 들어섰다. 준공 30년 이상 된 아파트 비율이 3개구에서 비슷한데, 강남구가 좀더 많은 34%다.

올해부터 강남권에 새 아파트가 오랜만에 많이 들어선다. 올해 1만5000가구를 비롯해 2020년까지 총 2만7000여 가구가 들어선다. 연평균 9000가구다. 2008년(2만8000여 가구) 이후 10년 만의 입주 봇물이다. 2009~16년 연 평균 입주 가구 수는 6000여 가구였다. 분양시장 절정기였던 2015년 이후 대거 쏟아진 단지들이 순차적으로 준공하고 있다.

반포 일대에 3.3㎡당 7000만원 넘는 단지 잇따라


국내 최고가 아파트인 아크로리버파크로 유명한 반포 일대에 올해 신반포자이·반포래미안아이파크·반포센트럴푸르지오써밋·아크로리버뷰 4개 단지 2800가구가 들어섰다. 아크로리버파크가 들어선 2016년 이후 2년 만의 새 아파트 입주다.

새 아파트 가운데 아크로리버뷰가 가장 비싼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국민은행 시세 정보를 보면 3.3㎡당 7570만원이다. 이어 신반포자이가 거의 비슷한 7167만원, 반포센트럴푸르지오써밋 5957만원 반포래미안아이파크 5861만원 순이다. 분양가는 신반포자이가 3.3㎡당 4290만원으로 가장 비쌌다. 아크로리버뷰는 4190만원이었다. 청약경쟁률은 아크로리버뷰가 307대 1로 신반포자이(38대 1)보다 훨씬 높았다. 아크로리버뷰의 경우 가격이 2년여 사이 분양가 대비 80% 뛰었다. 14억원대이던 84㎡(이하 전용면적) 시세가 27억원대다.

아크로리버뷰·신반포자이와 다른 두 단지 간 가격 차이가 나는 이유는 한강 접근성 때문이다. 아크로리버뷰가 한강 옆이어서 한강 조망권이 괜찮다. 부동산중개업소들은 “교통·교육 여건과 편의시설은 별로 차이가 나지 않지만 이곳에선 한강 조망권과 접근성이 집값을 좌우한다”고 말한다.

아크로리버뷰와 신반포자이가 가격이 급등했지만 아크로리버파크를 넘어서지는 못했다. 아크로리버파크 시세는 3.3㎡당 7800만원 정도다. 84㎡ 상한 가격이 30억원 정도까지 나간다. 같은 크기의 아크로리버뷰나 신반포자이보다 3억~4억원 더 비싸다. 아크로리버파크의 1위 자리는 당분간 이어질 것 같다. 2016년 준공해 아직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이 일대 신축 아파트 중 한강 조망권이 가장 낫기 때문이다. 단지 규모도 1600여 가구로 크다.

낡은 저층 단지들이 밀집해 있던 강남구 개포동 일대도 상전벽해가 된다. 앞서 분양된 단지들이 잇따라 준공해 들어선다. 개포 단지 중 가장 먼저 2016년 6월 분양한 옛 일원현대인 래미안루체하임이 11월 입주를 시작한다. 당시 강남권 재건축 분양가가 뛰기 직전에 이후 단지들보다 저렴한 3.3㎡당 3730만원에 분양됐다. 청약경쟁률은 50대 1이었다. 래미안루체하임 84㎡ 매물 호가가 20억~23억원 선이다. 3.3㎡당 6000만원이 넘는다. 분양가가 12억원대였으니 10억원 가까이 오른 셈이다. 전셋값은 9억원대다, 이 정도 시세면 반포 일대 새 아파트들에는 미치지 못해도 인근 도곡동·대치동 랜드마크를 넘볼 정도다. 이 일대는 ‘사교육 1번지’로 불리는 대치동를 포함해 교육 환경이 뛰어난 곳으로 꼽힌다. 개포동에서 양재천만 건너면 대치·도곡동이다. 개포동 신축 시세가 대치동에서 2015년 지어져 가장 비싼 래미안대치팰리스(3.3㎡당 7000만원 정도)보다 못해도 도곡동 대표 주자인 도곡렉슬(3.3㎡당 5500만원)보다는 비싸다. 도곡렉슬은 2006년 준공한 3000여 가구의 대단지다. 단지 규모와 입지 여건은 손색이 없지만 입주한 지 오래되면서 새 아파트에 밀리고 있다.

강남을 대표하는 대형 아파트인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도 새 아파트의 도전을 받고 있다. 이 단지는 재건축 단지들에서 볼 수 없는 대형 위주의 고급 아파트다. 가장 작은 주택형이 145㎡다. 가장 큰 269㎡가 최근 한남더힐 244㎡에 밀리기 전까진 최고 공시가격이었다. 현재 시세는 3.3㎡당 6200만원 선이다. 주택형이 커서 가구당 가격이 36억원 이상이다. 지난해 8월 105억원의 실거래가 이뤄지기도 했다. 최근 감정가격이 99억원인 269㎡가 국내 일반 아파트 경매에서 역대 최고가인 83억7500만원에 낙찰됐다.

삼성동에 지난 3월 입주한 삼성동센트럴아이파크가 3.3㎡당 가격에서 아이파크를 넘어섰다. 아이파크보다 3.3㎡당 100만원 가까이 비싸다. 그런데 이 단지는 가장 큰 주택형(142㎡)이 아이파크 가장 작은 주택형과 비슷해 서로 비교대상이 되지 못한다. 3.3㎡ 기준으로 작은 주택형이 대개 대형 주택형보다 몸값이 많이 나가기 때문에 삼성동센트럴아이파크가 더 높게 나오는 것이다. 크기가 비슷한 삼성동센트럴아이파크 142㎡와 아이파크 145㎡의 시세는 거의 비슷하다. 매매가격은 아이파크가 조금 더 나가는 편이고 전셋값은 삼성동센트럴아이파크가 좀 더 비싸다.

송파구에 10년 만의 대규모 입주

송파구 잠실 일대 주택시장도 술렁이고 있다. 연말 1만 가구에 가까운 가락동 옛 가락시영 재건축 단지인 송파헬리오시티가 입주하기 때문이다. 이 지역 10년 만의 대규모 입주다. 잠실에는 옛 주공 저층 단지들을 재건축한 아파트가 몰려 있으며 이 지역 시세를 주도하고 있다. 시세는 3.3㎡당 5000만원 초반대다. 84㎡가 18억원 선으로 최고 실거래가격은 18억5000만원이다. 같은 크기 전셋값은 9억원 선이다. 송파헬리오시티 같은 크기 전셋값은 7억~8억원선이다. 실거래 신고된 최고 전셋값은 8억7000만원이다. 39㎡가 4억~43000만원, 59㎡ 5억9000만~6억3000만원이다. 84㎡ 분양권 시세는 최고 거래가격이 지난 10월 16억원이었다. 잠실 일대 재건축 단지들보다 1억~2억원 저렴하다. 잠실 일대 단지들이 지어진 지 10년 정도 됐지만 입지여건에서 차이가 많이 나기 때문이다. 교육·교통 등이 잠실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사장은 “앞으로 강남권에 새 아파트가 계속 들어서면서 단지·지역 간 ‘명품’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1459호 (2018.11.19)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