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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맥짚기] 3분기 실적 우량 종목에 주목 

 

이종우 증시칼럼니스트
시장 전체 급락에 휩쓸린 우량주 투자 유리...미국 시장 움직임 주시해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는 11월 8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성명에서 추후 점진적으로 금리를 올릴 방침을 시사했다. 사진은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 / 사진:연합뉴스
다행히 2000에서 주가 하락이 멈췄다. 이 선이 계속 지켜질 수 있을지 아직 확신할 수 없다. 2000이 시장이 생각하는 것만큼 중요한 지수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2007년 종합주가지수가 처음 2000을 넘은 이후 지금까지 13번의 돌파와 후퇴가 있었다. 며칠 머물다 떨어진 사례까지 합치면 20번이 넘는다. 쉽게 넘어 가고 쉽게 내려오는 선이어서 지지력이 강하지 못하다는 의미가 된다. 그래도 최소한 연말까지 이 선이 다시 깨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주가 급락으로 기존 시장에 익숙한 투자자들에게 생소한 지수대가 됐기 때문이다. 이런 생소함이 사라져야 다음 움직임이 나올 텐데 아직 그럴 수 있는 때가 아니다.

미국 경제, 낮은 성장률-긴 회복 형태


관건은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시장이다. 우리 시장은 2000까지 하락해 웬만한 악재를 흡수할 수 있는 상태가 됐지만 해외 시장이 무너져 내릴 경우 이 또한 안전한 선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주식시장을 볼 때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이 몇 개 있다.

우선 경제다. 3분기 성장률이 3.5%로 2분기보다 둔화됐다. 미국은 전분기 연율 방식으로 성장률을 산정하기 때문에 2분기에 높은 성장을 기록할 경우 3분기는 불리할 수밖에 없다. 이런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성장률이 떨어졌다는 건 기분 좋은 일이 아니다. 이번 경기 회복은 1960년 이후 있었던 7차례의 회복 중 강도가 가장 약하다. 최근 회복 기간이었던 2001~2007년에 비해서도 성장률이 낮다. 당시 경기 회복은 IT버블 붕괴와 9·11테러 이후 시행된 낮은 금리가 동력이었다는 점에서 현재 경기 회복과 좋은 비교 대상이 된다. 회복 강도가 강하지 않다는 것은 외부 충격이나 작은 내적 변동에도 경기가 나빠질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두 번째는 기업 실적이다. 3분기 미국 기업 실적에 대한 시장의 반응이 과거와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애플의 순이익이 141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2% 증가했지만 주가는 발표 당일 6.6% 하락했다. 실적이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페이스북 ·아마존·넷플릭스·구글로 이루어진 팡(FANG) 주식 역시 넷플릭스만 기대치를 만족시켰을 뿐 나머지는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발표했다. 그 영향으로 10월 한달 동안 나스닥 지수가 9.7% 하락했다.

내년 상반기에는 미국의 기업 이익 증가율이 10%대로 떨어질 걸로 전망되고 있다. 올해는 20%대의 증가를 기록했다. 10%도 낮지 않은 수준이지만 오랜 상승으로 주가가 높아진 걸 감안하면 이익 증가가 큰 역할을 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10%대 이익 증가보다 증가율이 낮아졌다는 점이 오히려 부담이 될 것이다.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금리다. 인상 기조가 바뀌지 않을 경우 시간이 흐를수록 주식시장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두 번째 금리 인상이 있었던 6월 13일 이후 S&P500지수가 11일 동안 3.2% 떨어졌다. 주로 금리 인상 이전에 영향이 나타나거나 금리에 영향을 받지 않았던 과거와 다른 모습이다. 세 번째 금리 인상이 있은 후에는 주가가 18일 동안 9.7% 떨어졌다. 금리가 높아지면서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모습은 6월 미국 기준금리가 2.0%를 넘으면서 금리 수준이 주가에 부담이 되는 상태가 됐기 때문에 나왔다. 과거에 비해 굉장히 낮은 2% 금리에서 시장이 흔들리는 건 저금리가 오래 계속되고 주가가 크게 오른 데다 구조적으로 저금리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행정부의 요청에도 미 연준은 금리 인상을 계속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주식시장이 아주 혼란스러워지지 않는 한 주가 하락 역시 연준의 행보를 가로막는 요인이 되지 못할 것이다. 연준은 높은 성장과 낮은 실업률이 나타나고 있는 지금을 금리를 정상화시킬 수 있는 최적의 시기로 보고 있다.

내년에는 선진국 중앙은행들의 자산 축소가 본격화된다. 미국 역시 재투자 규모를 추가로 줄일 예정이다. 유럽은행(ECB)도 자산 매입 프로그램을 중단한다. 미국의 금리 인상과 함께 유동성 축소는 자산시장에 분명히 악재가 될 것이다.

높은 주가도 문제다. 10월에 주가 하락을 통해 높은 주가가 시장을 얼마나 불안하게 만들 수 있는지 체감했다.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주가 상승은 세 단계로 이루어졌다. 첫 번째는 위기 수습이 본격화된 2009년 3월에 시작해 25개월 간 이어졌는데 상승률은 105%였다. 두 번째는 2011년 10월에 시작해 4년 간 계속됐고 98% 올랐다. 그리고 이번이 세 번째다. 2016년 2월에서 9월 고점까지 62.5% 상승했다. 전체 상승률 340%도 대단하지만 세 번째 상승도 만만치 않은 수준이다. 9년 넘는 동안 주가가 쉼 없이 상승해 이제는 가격이 부담스러운 수준이 됐다. 주가가 한번 흔들릴 경우 변동이 커질 가능성이 크다.

미국 시장이 하락할 경우 우리 시장은 어떻게 될까? 10월에 S&P500지수가 2600까지 하락했다. 사상 최고점 대비 11% 하락한 수치다. 조정이 끝났다고 보기에는 기간과 폭 모두가 너무 작다. 2011년 1차 상승이 끝나고 시장의 에너지가 넘칠 때에도 주가가 한 번 조정에 들어가자 20% 가까이 하락했었다.

2000년 이후 미국 시장은 15번의 크고 작은 하락을 겪었다. 그 때마다 우리 시장도 떨어졌다. 방향성이 정확히 일치한 것이다. 등락률은 조금 달랐다. 2000년대에는 둘이 거의 비슷한 하락률을 기록한 반면 금융위기 이후에는 둘 사이의 편차가 커졌다. 미국 주가가 떨어질 경우 우리 시장도 하락하겠지만 누가 더 많이 내려갈지는 현재로서 알 수 없다. 종합주가지 수가 이미 한 번 요동을 쳤기 때문에 유리한 위치에 있다. 내년에 미국 경제가 둔화되면서 주가가 하락하더라도 종합주가지수는 1800을 중심으로 지지선을 만들 가능성이 있다. 물론 미국 시장이 심하게 떨어지지 않는다는 가정이 성립해야 하지만 말이다.

미 시장 흔들려도 코스피 1800선은 지킬 듯

주가가 반등하면서 하락이 컸던 종목이 올랐다. 그중에서도 업종 대표주의 상승이 특히 눈에 띄었다. 상황이 어려울수록 믿을 수 있는 주식으로 몰리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또 하나 눈에 띈 건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실적을 발표한 회사들이다. 주가가 두 자리수로 하락하는 종목이 속출했는데, 이 역시 투자심리가 보수화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종합주가지수가 9월 이전 수준인 2200을 회복할 때까지 이런 형태가 바뀌지 않을 걸로 전망된다.

이미 3분기 실적 발표가 끝난 종목을 대상으로 투자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양호한 성적에도 종합주가지수 하락으로 실적이 빛을 보지 못했던 종목의 경우 시장이 안정을 찾으면서 다시 빛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시장이 급등락할 때 자주 나타났던 현상이다.

1459호 (2018.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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