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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우진의 1인 회사 설립·운영 길잡이(11)] 당신은 그 비즈니스의 ‘기본’을 모른다 

 

백우진 글쟁이주식회사 대표
경험자의 시행착오 당신도 꼭 저질러…가능한 빨리 조언을 체득·실행해야

▎사진:© gettyimagesbank
#1. “청중의 니즈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해요. 내가 크게 낭패를 본 경험을 들려줄게요. 그날 강연에서 나는 준비한 내용으로 강연을 열심히 진행했어요. 그런데 끝날 무렵에야 뭔가 어긋났다는 눈치를 챘어요. 청중에게 물어보니, 상당수 참석자가 그날 강연에서 듣고자 한 이야기는 그게 아니었던 거죠.” 여행인문학을 글로 쓰고 강연하는 ‘글로생활자’ 손관승 선배는 내게 이렇게 조언했다.

#2. “강의할 때 수강자들의 표정을 잘 읽어야 강의의 흐름과 톤을 잘 조절할 수 있다.” 비즈니스 글쓰기 분야의 명강사인 백승권 CCC 대표가 일전에 페이스북에 올린 글의 한 문장이다. 이 말을 나는 다음과 같이 풀이한다. 강사는 듣는 사람이 자신의 진도를 따라오고 있는지, 아니면 자신이 홀로 진도를 나가고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 수강자들의 이해도가 낮은 것 같으면 되짚어서 풀이해주고, 청중의 집중도가 떨어지면 다시 관심을 모으는 카드를 꺼내야 한다.

강사란 무엇인가. 글쓰는 법을 위주로 한 지식서비스를 제공하는 강사는 무엇인가. 나는 글을 어렵지 않게 쓰고, 내 글이 완성도가 높은 편이라고 자부한다. 또 글을 잘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다고 자평한다. 공공기관과 회사에서 실제로 작성되고 공유되는 자료도 많이 접했고 보고서를 수정하는 작업도 많이 했다. 그래서 정보와 분석, 판단, 제안을 전달하는 비즈니스 글쓰기의 핵심을 추려서 강의 콘텐트를 알차게 만들었다(비즈니스 글쓰기의 기본과 핵심 지침은 상자 기사에 간략히 정리했다).

강사의 ‘기본’ 모른 채 강의 나서

나는 강사가 무엇인지는 당연히 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크나큰 착각이었다. 나는 강사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래서 초기에 수강자의 니즈를 파악하지 않은 채 내가 준비한 순서에 따라 강의 시간을 꽉 채운 적이 많았다. 한 수강자는 내가 문화센터에서 진행한 6회 강의 중 네 번째에 이르러서도 자신이 원하는 콘텐트를 제공하지 않자, 수강료를 돌려받고 다시 오지 않았다.

강사는 수강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비교할 때 신입사원 교육이 가장 쉽다. 정해진 기준을 통과한 어느 정도 균일한 청중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직 업무 경험이 없어서 자신에게 무엇이 부족한지를 모르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청중의 균일도를 기준으로 한 스펙트럼의 반대편에는 문화센터 수강자들이 있다. 문화센터 강의를 신청한 직장인은 다양하게 구성된다. 직종으로는 공무원도 있고, 공공기관 근무자도 있고, 금융회사 직원도 있고, 제조업체 직원도 있다. 근무 기간도 제각각이어서, 신입사원부터 중간 간부까지 강의를 들으러 온다. 게다가 글쓰기 강의에서 가장 배우고자 하는 바가 저마다 조금씩 다르다. 어떤 수강자는 문장을 조리 있고 정확하고 간결하게 쓰는 법을 원하는가 하면, 다른 수강자는 목차를 구성하는 방법을 실제 사례를 통해 익히고자 한고, 또 다른 수강자는 회사의 서비스를 홈페이지나 블로그에 올리는 글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궁금해한다.

자신이 원하는 바를 처음부터 툭 털어놓는 수강자는 드물다. 그래서 강사는 여러 차례로 구성된 강의의 첫 번째 시간에는 무엇보다 수강자들의 니즈를 파악해야 한다. 그렇게 하는 데는 노하우가 필요하다. 가벼운 화제부터 시작해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주고받는 가운데 니즈가 거론되도록 하면 가장 좋다. 니즈를 파악한 뒤에는 여러 차례 강의 중 한 파트를 그 니즈를 채워주는 내용으로 진행하면 된다.

나는 또 강사로 나서서 초기에 한 강의에 대해 “콘텐트는 최고인데, 전달력이 아쉽다”는 평가를 들었다. 강의라는 지식서비스 제공은 두 요소로 구성된다. 콘텐트와 전달력이다. 콘텐트만 좋고 전달력이 떨어지면 답답하거나 늘어지고, 콘텐트는 없이 전달력만 뛰어나면 공허하다. 나는 앞의 경우에 속했다. 강사는 자신의 콘텐트를 ‘전달’해야 한다. 수강자들이 자신이 하는 얘기를 알아듣는지 실시간으로 파악해야 한다. 이해되지 않는다는 눈빛이나 표정이 많은지 바로바로 알아채고 대응해야 한다. 눈빛이나 표정이 모호할 경우에는 “이해되나요?” 등의 물음으로 반응을 끌어내야 한다. 강사는 또 이를 테면 ‘강약 중간약’으로 흐름에 변화를 줌으로써 수강자들이 지루해하지 않게끔 해야 한다. 전달력을 높이려면 수강자들이 자신의 지시에 따르도록 해야 한다. 실습을 하게 해야 하고, 각자 어떻게 실습하는지 다니면서 지켜봐야 한다. 실습한 결과를 발표하게 해야 한다. 또 수강자들이 중간중간 의문사항을 물어보게 유도해야 한다. 자발적으로 자신이 비용을 부담해서 온 수강자는 강사의 지시에 잘 따른다. 그러나 집합교육 참가자들은 적극적이지 않다. 그들이 자신의 지식을 받아 익히게 하려면 강사는 그때그때 적절한 노하우를 구사해야 한다. 당신은 지금 준비하는 비즈니스를 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대개 그렇지 않다. 중요한 요소를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초기에 기본을 갖추고 기초를 다져놓아야만 한다.

[박스기사] 비즈니스 글쓰기의 핵심 - ‘두괄식, MECE, 구조화’로 쓰라

직장인 중 상당수는 보고서에 자신이 보고 듣고 읽은 내용을 잘 정리한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는 하수에 그친다. 그보다 더 보고서에 가치를 더하는 직장인은 여기에 자신이 궁리해낸 판단이나 전망, 방안을 넣는다. 이 단계는 괜찮은 수준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고수 수준은 아니다. 그럼 고수는 보고서를 어떻게 쓸까. 고수는 여기에 더해 상대방이 궁금해하거나 궁금해할 내용 위주로, 상대방이 이해하기 쉽게 보고서를 쓴다. 즉, 고수는 역지사지로 보고서를 작성한다. 역지사지의 보고서를 작성하는 핵심 지침으로 세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째 지침은 두괄식이고, 둘째는 MECE(겹치지 않게, 빠짐도 없이)이며, 셋째는 구조화다. 두괄식을 모르는 직장인은 없다. 그러나 두괄식 지침을 충실히 반영해 보고서를 작성하는 직장인은 많지 않다. 왜 그럴까. 보고서를 읽는 사람의 처지에서가 아니라 자기 중심적으로 쓰다 보면 두괄식에서 벗어나기 쉽다. 또 보고서에 서술되는 내용은 유형이 다양하고 그 내용을 두괄식으로 서술하는 기법도 다양한데, 여러 기법을 두루 익히는 데엔 적지 않은 연습이 필요하다. MECE는 Mutually Exclusive(상호 배제=겹치지 않게), Collectively Exhaustive(합하면 전체를 다 채움=빠짐 없이)를 줄인 말이다. 주로 다루는 대상을 구분하는 기법을 가리키는 개념이자 용어로 쓰인다. 나는 보고서 작성에서 MECE는 써야할 항목이나 요소를 겹치지 않고 빠지지도 않게 서술해야 한다는 지침으로 활용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작성자는 특히 보고서를 읽는 상대방이 관심을 두고 있거나 둘 만한 사항을 빠뜨리면 안 된다. 구조화는 내용을 짜임새 있게 서술하는 것이다. 글은 문단으로 구성되고, 보고서도 마찬가지다. 구조화의 첫 단계는 목차를 잡고 목차 속 내용을 문단으로 가르고 문단을 적절한 순서로 전개하는 것이다. 아울러 문단 속에서도 내용을 두괄식으로 배치해야 한다. 짜임새 있는 보고서는 읽기에도 좋고, 내용도 잘 파악된다.

※ 필자는 글쟁이주식회사 대표다. 동아일보·이코노미스트 등에서 기자와 편집장으로 일했다.

1463호 (2018.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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