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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경의 ‘IF’ㅣ부자를 꿈꾸는 당신에게(4) 복권에 당첨 된다면] 우리네 인생에 ‘한방’은 없다 

 

조원경 기획재정부 국제금융심의관
성공 확률 높이는 하워드 막스의 투자철학… 자신만의 원칙 세우고 경제 사이클 꿰뚫어봐야

▎하워드 막스는 월스트리트의 살아있는 전설이자 대표적 가치투자자다. / 사진:한국경제TV 화면 캡처
소박한 일상에서 탈출하기를 꿈꾸는 사람들은 ‘인생에 한방이 없을까’ 생각하기 쉽다. 그들이 투자에서 일확천금을 노리거나 복권을 사는 것은 그런 꿈을 잃고 싶지 않아서일 것이다. 투자에서 성공은 복권 당첨자를 뽑는 것과 비교되기도 한다. 두 행위의 확률이 다르기에 조금은 과장된 느낌이지만 둘 다 불확실성 하에서 확률에 의존한다는 점은 공통적이다. 눈을 감고 당첨되는 공과 낙첨되는 공이 골고루 섞인 볼풀을 상상해 본다. 볼풀에서 공을 끄집어내는 순간 누군가는 당첨되고 누군가는 당첨이 되지 않는다.

인생에도 선택되는 이가 있고 그렇지 못한 이가 있다. 투자성과는 여러 가능성 사이에서 선택되는 결과다. 그 가능성에 내가 비집고 들어갈 수 있을까. 그런 길을 안내해 줄지도 모르는 한 사람을 만나보자. 여기 투자와 관련한 인간 심리, 행동 변화와 함께 투자 사이클을 이해해서 좋은 성과를 만들 확률을 높여 보자는 투자자가 있다. 그의 이름은 하워드 막스. 그는 월스트리트의 살아있는 전설이자 대표적 가치투자자다. 워런 버핏도 메일함에서 그에게서 온 e메일이 있으면 제일 먼저 손이 간다니 그를 신뢰하지 않을 수 없다.

워런 버핏도 신뢰하는 투자 고수

2003년 그의 메모를 읽어 본다. ‘우리는 미래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우리의 분석에서 도출된 가장 나쁜 시나리오를 참을 수 있다고 생각할 때 투자해야 합니다(We believe that because there’s so much we can’t know about the future, we should invest only where our analysis tells us the worst case is tolerable).

그의 글을 읽으면서 ‘가장 나쁜 시나리오’가 뭔지 실마리를 찾고 싶다. 얼핏 보면 확률을 말하는 것 같다. 실마리를 풀기 위해 그의 저서 [투자와 마켓 사이클의 법칙]을 살펴보니 주제어는 타이밍이다. 우리는 시장에서 철수할 시점과 진입할 시점을 정확히 알기 어렵다. 투자 행동의 패턴을 익힐 때 지금 우리가 사이클의 어디쯤에 위치하는지 확신할 수 있다면 투자의 승률이 높아지지 않을까? 사람들이 예상하지 못했던 사건으로 좌절하거나 두려움과 탐욕에 사로잡혀 갈팡질팡 해도 투자와 시장의 사이클 변화를 제대로 인식하고 준비해 나간다면 두려울 게 없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게 말이 쉽지, 우리는 언제나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어렵다고 공감한다. 1999년 어느 날. 누군가 KT 주식을 18만원에 샀다면 지금 계좌에 원금이 기존의 6분의 1만 남아 있다는 사실에 화를 낼지 모르겠다. 반대로, 우연히 9·11 테러가 난 순간 엉겁결에 현대모비스의 전신인 현대정공을 단돈 몇 천원에 사서 40만원이 넘은 순간에 귀신같이 팔았다고 한다면 그는 주식의 귀재일까? 주식에서 인생 역전의 스토리를 느껴보는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우리는 그것이 진정한 투자의 성공이었는지 운이었는지는 모른다. 하워드 막스에 따르면 경기에 민감한 주식일수록 사이클이 움직이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세상을 살다 보면 긍정적인 소리도 있고 부정적인 소리도 있는데, 양쪽 소리를 중립적으로 듣고 경기 사이클을 분명히 파악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주가가 떨어지면 사는 경향이 있다. 우량주라 해도 떨어졌다고 사는 게 꼭 올바른 투자로 귀결되는 것은 아니다. 하워드 막스에 따르면 절호의 매입 기회는 대중의 인식이 현실을 과소평가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좋은 자산은 누가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삼성전자가 좋은 주식이라는 것은 누구나 안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하지만, 저가의 자산을 찾는 일에는 예리한 통찰력이 필요하다. 현 단계에서 삼성전자 주식이 저가인지 고가인지는 통찰력이 뛰어난 사람만이 알 수 있다. 투자자들은 종종 객관적인 우수성을 투자 기회로 오인한다. 과거에 얼마 했는데 지금 이 정도로 떨어졌으니 사도 좋다는 것이다. 하워드 막스에 따르면 최고의 투자자의 목표는 저가 매입 기회를 갖는 것이지, 좋은 자산을 찾는 것이 아니다. 주식을 포함한 모든 자산은 가격이 적당할 때만 매력적인 것이다. 하워드 막스가 중시하는 타이밍은 현재의 투자심리에 대한 이해에 절대적으로 의존한다. 지금의 투자 심리가 펀더멘털에 비해 지나치게 위축돼 주가의 펀더멘털에 역행한다면 이때야말로 기회가 있다는 게 그의 입장이다.

온종일 하루도 빠짐없이 주식을 살지 팔아야 할지로 고민하는 투자자의 마음을 이용하는 방송프로그램이 세상에 널려 있다. 그렇게 잘 알 것 같다면 상담자의 고충을 처리하지 말고 본인이 주식을 사서 큰 부자가 돼야 하는 것 아닐까? 세상에 전문가라고 칭하는 사람은 많다. 진정 중요한 것은 전문가의 목소리가 아니라 본인이 투자의 안목을 키우는 것이다. 그래서 일단 큰 흐름을 읽자는 하워드 막스의 이야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경기가 어떤 방향으로 갈지 모를 때는 현금이 가장 소중한 자산이다. 세상살이에도 희노애락의 등락이 있듯이 투자의 세계도 마찬가지다. 하워드 막스의 이야기를 들으며 인생을 생각해 본다. “극단적인 시장의 움직임에는 반전이 있다.” 그렇게 말한 그도 반전이 언제, 어떻게, 얼마나 나타날 것인지에 대해서는 답하기 어렵다. 우리 인생에 반전이 언제 올지 우리는 알 수 없다. 주식은 그래서 인생을 닮은 것이 아닐까?

미래는 예측하기 어렵다

투자를 하는 입장에서는 군중심리를 알아야 한다. 군중심리는 시계추처럼 왔다 갔다 한다. 낙관하다가 비관하고, 잘 믿다가 이내 의심도 한다. 망설이다 못 사고 기회를 놓칠까 올랐을 때 주식을 사고야 만다. 주식을 산 후에는 이내 내릴까 두려움이 엄습한다. 돈을 잃을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사기를 그렇게도 바라던 마음이 어느새 팔려는 다급한 입장으로 바뀐다. 바보스럽게 누군가는 비싸게 사서 싸게 파는 행동을 하고야 만다. 시계추처럼 움직이는 마음은 결국 실패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좋은 투자가가 되기 위해서는 흔들림이 없는 굳건한 ‘나만의 것’을 만들어 가겠다는 굳은 신조가 있어야 한다. 인생을 사는 것도 마찬가지 아니겠나. 누구나 순풍에 돛을 단 듯이 인생을 살아갈 수는 없다. 살다 보면 역풍을 맞는 것도 어쩔 수 없다. 그것을 극복하고 이겨내려는 의지가 중요한 것이다.

인생에서 경륜을 쌓아야 하듯이 경험과 생각이 축적되지 않은 상황에서 경기를 읽는 힘이 생기지 않는다. 하워드 막스가 말하는 성공적인 투자 철학에도 인생의 경륜이 담겨 있다. 회계·재무·경제학에 대한 지식은 투자 철학을 만드는 기초를 제공할 뿐이다. 안타깝게도 유명 경제학자가 주식을 통해서 돈을 벌었다는 이야기는 많지 않다. 이런 공부가 투자에서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란 것이다. 군중심리를 떠나 스스로의 생각이 무엇인지가 투자에서는 중요하다. 투자에 앞서 이런 공부를 하는 것과 더불어 시장을 움직이는 다른 힘에 대해 나름의 견해를 정립해야 한다. 그런 생각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고, 맞는지 아닌지 계속 점검하며 수정하는 노력이 내공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공부를 할 때도 투자의 경계를 넘는 분야까지 섭렵하는 것이 좋다. 투자와 동떨어진 분야에서 얻은 지식이 투자에 대한 색다른 접근법을 만들고 의사결정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관찰자의 마음으로 시장에 나가 유행의 흐름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할 수 있다. 세상에 분석할 대상은 널려 있다. 만약 자신의 생각이 어느 정도 굳어져 있는데 믿을 만한 누군가가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다면 자신의 생각이 맞을 확률이 높을 수 있다.

나만의 것을 만들자


▎하워드 막스의 저서 중 일부.
우리는 많은 경우 경험에서 경기 사이클의 타이밍을 발견한다. 시장의 흐름을 빨리 알아챈 눈치 빠른 사람들은 이익을 얻지만, 끝물에 동참하는 사람들은 큰 손해를 본다. 그래서 투자 격언에 이런 말이 있다. ‘현명한 자가 시작한 일을 바보가 마지막에 뛰어들어 마무리 한다’. 과열된 시장 상황에 심리적으로 저항할 수 있는 흔치 않는 능력은 성공한 투자자들만이 가지고 있는 중요한 덕목이다. 지속적인 공부와 함께 사람의 심리를 읽는 힘에 하워드 막스는 하나를 더 보탠다. 투자에 임하는 겸손이 바로 그것이다. “성공이 누적되면 사람들은 흔히 스스로를 똑똑하다고 생각합니다. 강한 상승장에 돈을 벌고 투자를 완전히 익혔다고 생각하지요.”

그의 말을 들으니 마음 한 구석이 불편해진다. 운을 실력으로 알고 돈을 더 끌어들여 망한 후 눈물 젖은 빵을 씹은 경험이 떠올라서다. “돈을 번 후에 사람들의 믿음은 그들의 생각과 본능 속에 더 커지게 마련이죠. 마침내 투자에서 자신의 판단에 대해 걱정하지 않게 됩니다.”

상승장에서 수익을 못 내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적다. 그게 실력이 아닌데도 착각한다.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모두가 돈 버는 시장에서의 ‘불패론’이다. 모든 사람이 불패의 신화가 영원할 것이라고 확신할 때가 강세장의 끝물이다. 하워드 막스에 따르면 강세장과 약세장은 각각 3단계로 구별된다. 강세장의 첫 단계에서는 통찰력 있는 소수만이 상황이 좋아진다고 믿는다. 약세장의 1단계는 막연한 낙관주의 속에서 몇몇 신중한 투자자들이 상황이 언제나 장밋빛일 수 없다는 사실을 인식한다. 2단계는 강세장이든 약세장이든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식을 같이 할 때이다. 3단계는 거의 모든 사람이 상황을 좋게 보거나 나쁘게 보는 경우다. 당신은 강세장 1단계에서 매수해 약세장 1단계에서 매도할 수 있는 저력을 가지고 있나? 스스로 자문해 볼 일이다. 그런 내공을 갖추기 위해서 스스로 얼마나 노력했나? 확률을 자기편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경기와 심리를 읽어내는 끊임없는 ‘나만의 통찰력’이 필요하다.

우리는 강세장과 약세장을 정확히 알아챌 수 있을까. 답은 불행히도 ‘그렇지 않다’이다. 그런데 하워드 막스는 중요한 힌트를 준다. 신용 사이클의 흐름이다. 호황에서 거품이 일어나면 신용의 문은 활짝 열리고 부채가 늘고 투자가 늘어난다. 이와 달리 불황으로 약세장이 펼쳐지면 신용의 문은 꽝하고 닫히기 쉽다. 그래서 국내총생산(GDP) 같은 변수의 흐름보다는 기업의 이익 사이클의 변동폭이 크고 이보다는 신용 사이클의 폭이 크게 된다. 이런 투자 사이클과 관련해 투자 성공에는 어떤 덕목이 더해질까? 불확실한 미래에서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다. 환율이나 주가나 금리의 미래는 알 수 없는 미스터리의 영역이다. 투자자는 산업이나 기업 분석처럼 ‘알 수 있는 것’에 집중해서 미래를 준비해 나가야 한다. 그래야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다른 분야를 섭렵해서 아는 범위를 넓히는 것도 중요하나 초점을 좁혀 다른 사람이 모르는 것을 아는 능력도 중요하다. 이쯤에서 하워드 막스의 이야기를 들어 보자. “병 속에 있는 공에 대해 통찰력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다음에 무슨 색 공이 나올 것인지를 알기는 어렵습니다. 사이클을 연구하는 사람도 마찬가지이지요. 중요한 것은 공을 뽑을 때 흰공과 검은공이 60:40의 비율로 들어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입니다. 투자자 역시 사이클에서 자신이 어디쯤 서 있는지 알고 있다면 다른 사람보다 훨씬 유리하지 않을까요?”

경기 사이클은 정확히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확률 게임이다. 우리는 경기 사이클을 이야기 하며 선행지수·동행지수·후행지수 등을 이야기 한다. 중요한 것은 주가와 밀접한 선행지수라 하더라도 틀리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만큼 이론과 실제는 다른 양상으로 우리 눈앞에 펼쳐진다. 어쩌면 투자는 미래를 예측하는 영역이라기보다는 경제와 기업의 잠재력과 가능성에 주목하는 예술이다. 이 과정에서 흔히 과거의 역사와 미래의 가치에 대한 비교가 중요할 수 있다. 투자 의사결정을 내릴 때 적정 가격을 산출할 수 있는 근거는 이런 비교에서 온다. 역사는 그대로 반복되지 않을 수 있으나 흐름은 오히려 반복되기 쉽다.

종이와 펜을 가져와 X 축과 Y축을 긋고 우상향의 직선을 그려 보자. 경기 사이클로 오르내리면서 이 선을 관통하는 다른 선을 추가로 그 위에 더해보자. 오르내리는 선을 따라 많은 사람이 저마다의 생각을 갖고 시계추처럼 왔다갔다 하는 그림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그 속에서 나 역시 시계추처럼 흔들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경제가 심리라는 말이 있듯이 기업과 시장의 성과도 심리에 영향을 받는다. 그런 심리를 생각하며 꾸준히 공부하고 남들과 다른 생각을 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평균 이상의 투자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평범한 투자자와는 달라야 한다. 다른 사람보다 더 현명하게, 더 나은 사고를 해야 한다. 주식이 투자 대상이라면 내재가치에 대한 자신만의 견해를 갖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런 견해를 고수할 확신이 있어야 한다. 경제지표를 보며 누군가 성장은 둔화되고 물가 상승이 지속될 전망이라며 호들갑을 떨고 있다고 하자. 당신은 오히려 ‘전망이 어두워 모두가 패닉에서 주식을 팔고 있어, 이런 기회에 과감히 사는 것이 옳지 않을까’라고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지하실이 있을지 모르나 남들이 다 두려워하던 시기가 역사적으로는 저점이었음을 과거 사례가 입증한 경우가 많다. 그 정확한 지점을 맞추는 것은 하늘의 무수한 별을 세는 것만큼 어렵다. 이론이 우리의 결정에 필요한 정보를 주지만 투자 의사결정을 좌지우지할 수는 없다.

때로는 장기 자본과 의지력이 힘

누군가는 지금 기술적 차트를 열심히 공부하고 누군가는 심리학 교과서로 투자 공부를 할지 모르겠다. 반복되는 투자의 역사에서 얻을 수 있는 평범한 지식이 있다. 우량주를 적당한 가격에 사서 고생하는 경우라면 시간은 가진 자의 편이라는 것이다. 당신이 빚을 내고 산 주식이 아니라고 한다면 경기가 좋을 때 크게 올라갈 주식일 수 있다. 그럴 경우에는 그냥 버텨라. 손실의 범위가 너무 커 손절매하기 어렵다면 잊어버리고 사는 게 상책일 수 있다. 어쩌면 그것은 때로는 주식 공부를 하는 것보다 더 나을 수 있는 평범한 진리다. 투자의 영역이 지적 결과물이라고 말할 수만은 없다. 심리에 따라 움직이는 경우 감성과 비이성적 충동이 시장을 움직이게 한다. 시장은 이해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비효율과 효율이 공존하는 시장에서 제대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신이 투자한 돈이 장기적으로 투자할 자본이어야 하고 과감히 버틸 수 있는 배짱이 있어야 한다. 주식이 아무리 타이밍의 예술이라지만 매일 주식 판을 쳐다보면 군중의 심리에 휩쓸리기 쉽다. 많은 사람이 사고 싶어 하는 주식을 알아내는 묘미를 위해서 어쩌면 당신은 경제학 못지않게 심리학을 공부해야 할지 모르겠다.

가장 큰 실수는 분석적인 것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심리적인 요인에서 나올 수 있다. 하워드 막스는 투자를 단순화해서 사람들에게 투자에 대한 이해를 시키려고 하지 않는다. 그는 반대로 ‘투자가 얼마나 복잡한 것인가’를 사람들에게 이해시키려고 한다. 그에 따르면 리스크는 변동성이 아니라 돈을 잃을 가능성이다. 그의 리스크에 대한 정의를 보며 인생을 곱씹어 보자. “투자에서 리스크는 사람들이 가장 인지하지 못하는 곳에 가장 크게 도사리고 있습니다. 반대로 사람들이 가장 큰 리스크가 있다고 생각하는 곳에 오히려 가장 작은 리스크가 있다고 확신합니다.”

그래서일까? 그는 “자산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호평이 커질수록 잠재 수익은 감소하고 리스크는 증가할 수 있다”고 했다. 증권사의 호평이 만연할 때가 매도 타임이라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 일 수 있겠다.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알 수 없는 것을 알 수 없다고 말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 봐, 내 말 맞지.” 그렇게 말하다 다음에 맞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 투자 앞에 모두가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다. 세상살이는 불확실성과 운이 많이 좌우한다. 세상살이가 불확실하듯이 투자의 세계도 불확실성의 연속이다.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우리는 알 수 없다. 확률적으로 미래를 준비해 나갈 뿐이다. 그런 세계에서 리스크 관리는 필수적이다. 불황이 오면 많은 사람이 로또 복권을 산다. 로또에 당첨되면 마냥 행복할까. 많은 사람이 불행해졌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그래도 당첨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 투자의 세계가 볼풀에서 공을 뽑는 것과 비슷하다고 하지만, 로또에서 1등으로 당첨될 확률은 훨씬 낮다. 만약에 당신이 로또에 당첨되면 어떤 일이 발생할 것인가? 매일 당첨되면 누구에게 얼마를 주고 무엇을 살 것인지를 생각하며 그것을 실낱같은 희망이라고 하며 살고 있지는 않나? 로또에 당첨된 후 삶을 유희로 생각해 쾌락의 세계로 빠져 전 재산을 날리는 불운을 겪지는 않을까? 그래서 로또에 당첨되더라도 우리는 위험관리를 해야 한다. 로또에 당첨되는 상상을 하며 오늘 당신은 행복해 할지도 모르겠다. 그 꿈을 빼앗고 싶지 않다. 오늘 오른 주가로 돈에 대한 걱정이 조금은 덜어져 단꿈을 꾸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내일 비가 올 확률을 맞추는 것보다 내일 주가가 오를 확률을 맞추는 것이 더 어렵다. 주식시장에 비가 주룩주룩 내리면 투자자는 얼마나 슬플까?

최악의 상황 가정해 미리 대비해야


▎워런 버핏은 하워드 막스로부터 온 e메일이 있으면 가장 먼저 열어본다고 말할 정도로 그를 신뢰한다.
당연히 당신이 로또 1등에 당첨될 확률은 주식 투자로 돈 벌 확률 보다 더 낮다. 만약에 누군가 벼락부자가 된다면 그것만큼 부럽고 샘이 나는 일도 없으리라. 얼마 전 미국에 불어 닥쳤던 메가밀리언 로또의 광풍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심리도 대부분 그랬을 것이다. ‘내가 안 될 바엔 차라리 아무도 당첨 되지 말았으면’ 하는 생각이 마음 한 구석에 자리했을지도 모르겠다. 로또에 비해 주식으로 팔자를 고칠 가능성은 조금 클 수 있을지 모르겠다. 운에 좌우되는 세상을 인정하더라도 당신의 내공에 기대는 세상을 살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그만큼 확률을 끌어 올려 삶을 지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워드 막스의 의미 있는 말을 새기며 함께 인생과 투자의 세계를 생각해 보자. “내가 아는 한 가지는 내가 모른다는 것이다. 모두가 팔 때 내재가치를 보고 살 수 있는 안목을 갖는다면 최소한의 리스크로 최대한의 보상을 받을 수 있다.”

투자는 인생을 닮았다. 뜻밖의 행운이 찾아오기도 하고 뜻밖의 불운이 찾아오기도 한다. 우리는 그의 메모처럼 최악의 상황을 생각하고 미리 대비해야 한다. 그게 실망하지 않고 인생을 건강하게 살아가는 길이다. 인생도 투자도 바른 길을 걸으면서 리스크 관리에 매진해야 함을 두말할 필요가 없다 하겠다. 인생에 한방은 없다. 한방이 있다 해도 리스크 관리를 잘못하면 한방에 훅 가는 게 인생이다. 투자도 마찬가지다.

※ 필자는 국제경제 전문가로 현재 기획재정부 국제금융심의관이다. 대한민국OECD 정책센터 조세본부장, 대외경제협력관 등을 지냈다. 저서로 [한 권으로 읽는 디지털 혁명 4.0] [식탁 위의 경제학자들] [명작의 경제] [법정에 선 경제학자들] 등이 있다.

1463호 (2018.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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