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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학각색(各學各色)’ | 핵 있는 평화, 핵 없는 평화 - 경영학] 핵 없는 평화는 김정은 몰락 때만 가능 

 

박찬수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중국의 북한 점령 가능성 커서 국내 기업이 혜택 받을 가능성 작아

2018년 김정은의 신년사로부터 시작된 북한 비핵화 프로세스는 최근 교착 상태에 빠져 있다. 이 글에서는 북한 비핵화 프로세스의 결과가 ‘핵 없는 평화’인 경우와 ‘핵 있는 평화’인 경우 각각에 대해서 우리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다루고자 한다. 이를 위해서 먼저 핵 없는 평화와 핵 있는 평화가 구체적으로 어떤 상태인지를 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핵 있는 평화란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지만 한반도에 평화가 지속되는 상태로, 사실 현 상태와 다르지 않다. 핵 있는 평화는 짧게 본다면 2006년 북한이 첫 핵실험에 성공한 이후 지금까지 (간혹 위기가 높아진 시기도 있었지만) 약 12년 간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핵 있는 평화 시나리오에서는 한미 동맹과 북한에 대한 유엔 제재가 이어진다고 가정한다.

핵 없는 평화란 북한이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 Final, Fully Verified Denuclearization)’에 따라 비핵화되고 한반도에 평화가 유지되는 상태다. 현재 미국과 한국이 공식적으로 추구하는 북한 비핵화의 목표이기도 하다. 그러나 최근 국내외 많은 전문가는 FFVD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서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지금까지 핵실험을 하고 핵무기를 보유했던 국가 중에 핵을 포기한 경우가 단 한 번도 없었다. 이른바 ‘고난의 행군’ 시기에 수십만 명이 굶어 죽는 가운데에도 핵 개발을 계속한 끝에 마침내 손에 넣은 ‘만능의 보검’인 핵무기를 북한이 포기할 것이라는 전망은 희망적인 관측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북한은 체제 유지를 위해서 핵개발을 했고, 핵 포기의 대가로 체제 보장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북한에서 쿠데타나 시민 봉기가 일어날 경우 미국과 한국이 김정은 체제를 보장해줄 수 없다는 것이 이러한 비관적인 전망에 힘을 실어준다. 따라서 FFVD에 따른 ‘핵 없는 평화’는 김정은이 몰락해야 가능한 시나리오인 셈이다.

문제는 김정은이 몰락한다고 해서 한반도가 통일되는 것은 아니라는 데 있다. 미국과 치열하게 패권 경쟁을 벌이는 중국이 미국에 북한이 넘어가는 것을 방치할 수 없으며, 김정은 몰락 때 중국은 신속하게 군사력을 동원해 북한을 점령하고 반미 친중 정권을 수립할 것이다. 미국 역시 한반도에서 중국을 견제해야 하므로 미군을 계속 남한에 주둔시킬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핵 있는 평화는 현 상태와 다르지 않으며, 한미 동맹과 유엔 제재가 계속되는 지정학적 환경은 우리 기업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다. UN 제재 하에서 남북경협은 불가능하므로 경협 관련 기업에게 아무런 혜택이 돌아가지 않음은 물론이다. 핵 없는 평화 시나리오 하에서 김정은의 몰락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일부 해소해줄 것이다. 남한 기업의 북한에 대한 투자는 가능하겠지만 북한에 수립된 반미 친중 정권은 북한의 중국화를 추진하면서 중국 기업을 우대하고 남한 기업의 투자는 제한할 것이다. 결국 핵 없는 평화가 핵 있는 평화보다는 우리 기업에 조금 더 나은 환경을 제공하겠지만, 유감스럽게도 그 차이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핵 있는 평화가 실현될 가능성이 더 크다. 3대 세습에 성공한 김정은에게는 북한 주민의 생활 수준을 향상시키는 것보다는 정권 유지가 중요하다. 게다가 이미 제재에 대한 나름대로의 대책도 마련한 상태여서, 제재에 굴복하지 않고 정권 유지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과 심각한 마찰을 빚고 있는 중국에게는 핵 없는 북한이 가져올 불안정보다는 핵 있는 북한이 제공하는 안정이 바람직하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테스트가 더 이상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북한 비핵화는 발등의 불이 아니다. 미국은 ‘전략적 인내’ 모드로 돌아가되 제재를 통해 지속적으로 김정은 정권을 압박할 것이다.

※ 박찬수 교수는…미국 스탠퍼드대 객원교수, 한국마케팅학회 이사 등을 역임했다. 고려대 경영대학 연구위원회 위원이기도 하다

1465호 (2018.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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