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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주가 4만원선 무너져
미국의 서버 수요 둔화, 중국의 스마트폰 시장 부진도 반도체 경기에 악영향을 미쳐크라우드 서비스가 활성화되면서 처리해야 할 데이터 용량이 급증했다. 그 영향으로 서버 수요가 늘었고, 그게 이번 반도체 초호황의 동력이 됐다. 덕분에 2016년에 반도체 수요에서 20%를 차지했던 서버 부문의 비중이 올해 상반기에는 25%로 커졌다. 서버 중심의 수요 증가가 당분간 계속될 걸로 보인다. 5세대 통신(5G) 등 기술의 진보에 따라 데이터 용량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장기 전망이 양호하지만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이 남아있다. 단기 수요도 그중 하나인데, 서버 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새로운 서버 구매보다 보유하고 있는 재고를 소진하는 쪽으로 돌아섰다. 이런 움직임은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세계적 수요자들에서도 나타난다. 3분기 들면서 구글과 페이스북의 투자액이 각각 50억 달러와 30억 달러대로 낮아졌다. 1분기에는 80억 달러와 50억 달러였다. 모두 반도체 수요 감소 요인이다.중국은 다른 형태로 반도체 수요 감소에 역할을 하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이 부진하면서 높은 반도체 가격에 대한 저항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스마트폰 모듈과 제조 업체의 재고가 증가하다 보니 내년 상반기까지는 새로운 수요보다 재고 축소가 먼저 진행될 것 같다.반도체는 기복이 심한 업종이다. 업황이 좋을 때는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지만 반대로 불황 때에는 가격이 빠르게 하락한다. 1996년이 대표적인 예다. PC 보급이 세계로 확대되고 때마침 MS에서 윈도우를 내놓으면서 수요가 폭발했다. 4메가 D램 한 개 가격이 48달러까지 상승할 정도였다. 문제는 경기가 꺾인 후다. 1년 만에 제품 가격이 1달러도 안 되는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런 특성 때문에 업종 경기 변동에 따른 이익의 기복이 심하고 주가도 요동을 친다. 최근에 반도체 회사가 양호한 이익을 내는 데도 주가가 연일 하락하고 있는 것은 이런 업종 특성을 반영한 결과다.다행히 이번 반도체 경기 둔화는 과거 어느 때보다 완만하게 진행될 걸로 전망된다. 큰 진폭을 몇 번 겪은 반도체 회사들이 경기 둔화 가능성에 맞춰 일찍부터 공급 조절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정보통신기술(ICT) 발달로 기업들이 빠르게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면서 수요를 훨씬 초과하는 공급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현저히 줄었다.공급자가 줄어든 것도 진폭이 축소된 요인이다. 과거에는 많은 공급자 때문에 호황 때에는 과잉 투자가, 불황 때는 공급 과잉이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2006년부터 이런 흐름이 바뀌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불황기 때 투자액이 호황기 때의 절반도 되지 않았지만 2006년 불황기 때에는 감소율이 30%대로 줄었고 2014년에는 투자가 크게 줄지 않는 형태로 바뀌었다. 여러 차례 불황을 거치면서 반도체 기업들의 대응 능력이 향상된 것이다. 2016년 호황기는 투자 규모가 굉장히 커 일정 부분 감소가 예상되지만 규모가 크지는 않을 것이다. 시장에서는 내년에 D램이 164억 기가비이트(GB)의 수요와 167억 기가바이트의 공급으로 소폭의 공급 우위에 그칠 걸로 예상하고 있다.
불황에서 호황으로 전환까지 1년 반 정도 걸려삼성전자 주가가 4만원 밑으로 내려왔지만 아직 바닥을 얘기하긴 이르다. 1990년 이후 반도체는 다섯 번의 업황 둔화를 겪었다. 1996년~1998년, 2000년 말~2001년, 2007년~2008년, 2011년~2012년, 2015년~2016년 초가 그 때다. 한 번 불황이 시작되면 다시 상황이 좋아질 때까지 1년 반 정도 시간이 걸렸다. 여섯 번째 반도체 경기 둔화가 언제 시작됐는지 분명치 않다. 시장가격과 고정가격의 역전현상이 나타난 7월을 시작점으로 볼 경우 지금은 경기 둔화가 시작되고 6개월 밖에 지나지 않은 셈이다. 둔화가 좀 더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그나마 이번 둔화는 과거 어떤 때보다 부드럽게 진행될 걸로 보인다. 호황기 때 반도체 가격 상승이 크지 않아 가격 부담이 작으며 IT산업 발전으로 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계속 늘어나고 있어서다. 이미 주가가 그렇게 움직이고 있다. 과거와 비교해 연초 이후 주가 하락이 빠르지 않다. 1996년이나 2000년 불황기 때에는 정점을 치고 4~5개월 후에 주가가 고점의 절반 이하로 떨어졌지만 지금은 10개월 간 30% 하락하는 데 그치고 있다. 당분간 반도체 주가 전망은 현재 발생하고 있는 이익보다 미래 이익에 맞춰야 한다. 바닥을 특정하긴 힘들지만 조만간 하락이 현저하게 약해질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