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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하는 영화 75% 이상이 추천 리스트서 선택돼취향 저격수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는 넷플릭스지만 정보통신기술(ICT) 관련 한 대형 커뮤니티에서 ‘넷플릭스 추천’을 검색해 보면 상당수가 넷플릭스에서 볼 만한 영화나 드라마를 추천해달라는 게시글이다.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댓글로 자신들이 봤던 영화·드라마 등을 추천한다. 그 다음 많은 게시물은 넷플릭스의 콘텐트를 소개하는 내용이다. 최근에 본 드라마를 추천하고, 막 올라온 영화를 추천하기도 한다. 왜 이들은 취향 저격을 당하지 않거나 이에 만족하지 못하고 20여 년 전 하이텔·유니텔과 같은 PC통신 시절처럼 구전 추천 방식을 택한 걸까? 넷플릭스의 추천 알고리즘 원칙 자체는 변하지 않았다고 한다. 오히려 다른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사이트들과 비교해 획기적인 방식으로 추천 시스템을 유지·발전시키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주장이다.그러면 넷플릭스의 추천 시스템은 어떻게 움직이고 있을까? 넷플릭스에 3가지 질문을 했고, 1가지 답변을 받았다. 케이틀린 스몰우드 사이언스 및 애널리틱스 담당 부사장이 직접 확인했다는 답변 내용은 다음과 같다. “넷플릭스는 클러스터(취향군)를 기반으로 회원들이 좋아할 만한 콘텐트를 추천하고자 노력하는 중입니다. 취향군이란 비슷한 콘텐트 취향을 가진 회원들을 그룹화하는 것을 말합니다. 광고가 존재하지 않는 넷플릭스에서 이뤄지는 취향군을 통한 콘텐트 추천은 지역·성별·나이 등이 아닌 ‘개인의 취향’을 중요시하는 방식입니다. 우리 모두의 취향은 항상 변하고, 보고 싶어하는 콘텐트 역시 다양하기 때문에 각 클러스터에 속하는 콘텐트나 클러스터의 규모 역시 수시로 변하고 있습니다. 넷플릭스 회원이 하나의 클러스터에만 속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어떠한 콘텐트를 시청했는지에 따라 여러 클러스터에 동시에 속하기도 하며, 콘텐트 역시 하나의 클러스터가 아닌 복수의 클러스터에 걸쳐 분류돼 있습니다. 넷플릭스는 이처럼 회원에게 가장 적합한 클러스터들이 무엇일지 파악하고자 계속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추천 서비스 역시 제공하고 있습니다.”엄밀히 말하면 스몰우드 부사장은 3가지 질문 모두에 답하지 않았다. 보내온 답변은 그가 한국에 왔을 때 했던 강연 내용의 편집본이기 때문이다. 넷플릭스가 자사 강점이라고 소개한 취향군 추천 시스템의 비밀은 어쩌면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은 두 가지 질문에 숨겨져 있을 수 있다. 기자는 사용자가 시청하지 않았던 종류의 영화나 드라마도 추천 받을 수 있는지, 사용자들의 취향의 폭을 넓히기 위해서 어떤 작업을 하고 있는지를 물었다. 자신에게 가장 잘 맞고 문화적 스펙트럼도 다양하며 이를 통해 세상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것을 ‘좋은 취향’이라고 간주했을 때 가장 중요한 요소는 의외성이기 때문이다. 국내 대표 커뮤니티에서 서로 넷플릭스에서 본 좋은 영화·드라마·다큐멘터리·쇼를 추천하고 추천 받는 이유는 늘 보던 콘텐트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이다. 역으로 그만큼 넷플릭스의 추천 시스템이 과거 취향의 콘텐트를 전면 배치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이에 대해 넷플릭스 관계자는 “액션물만 계속 본다고 그런 영화만 계속 나오고, 리얼리티 요리프로그램은 안 보여주냐는 질문인데, 사용자가 특정 취향군에 속한다는 것은 반찬을 나눠먹듯 다른 사람이 좋아할 법한 종류의 콘텐트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그렇다고 타인의 취향을 공유한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액션물을 많이 본다고 그것만 보라고는 하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다만, 의외성이나 개인 취향의 확대를 위해 어떤 장치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았다.사용자들의 취향의 폭을 넓히려는 시도에 가장 먼저 관심을 표한 건 넷플릭스 창업자다. 넷플릭스가 여전히 우편으로 DVD를 빌려주는 렌털회사였던 2005년 헤이스팅스 창업자는 “우리는 모든 이들에게 자기 취향을 넓힐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한다”고 밝혔다(HBR코리아 2018년 10월 호). 헤이스팅스는 2017년에도 자사의 사업영역을 사용자들의 취향 분석, 흥행할 콘텐트를 찾아 이에 투자하는 제작 사업이라고 밝히며 여전히 사용자의 취향을 전면에 내세웠다.
DVD 빌려주던 10년 전에도 추천 리스트서 80% 대여최근 소셜미디어나 동영상 사이트에서 활동하는 개인들이 늘어나면서 개인의 편견에 부합하는 콘텐트만 소비하며 편견을 재확인하려는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이란 말이 회자되고 있다. 영어 표현 그대로 편견을 재확인하는 와중에 그에 반하는 콘텐트와 정보는 철저히 무시된다는 말이다. 늘 보는 영화와 비슷한 작품을 한 편 더 추천 받아 보는 것은 취향의 영역을 넓히기보단 오히려 좁히는 일이다. 비슷한 류의 콘텐트 소비 시간을 늘려줘 회사 입장에서는 이익이겠지만, 사용자가 의외의 작품들을 많이 접하며 취향의 폭을 넓히고, 또 이를 통해 좋은 취향을 만들어나가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보기는 힘들다. 다만, 현재 인공지능(AI) 추천 시스템이 하나의 알고리즘으로 움직이지 않고, 동일한 추천을 받는다고 해도 결국은 사용자가 선택해 취향을 넓혀나간다는 해석도 있다.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취향이란 것 자체가 일종의 편견”이라며 “아마존이나 넷플릭스 등이 사용하는 추천 시스템에서도 우연한 발견은 고객의 선택에 의해서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지금의 넷플릭스 원형은 2007년에 시작됐다. 그 해 사용자의 ‘PC에서’ 영화를 내려받지 않고도 볼 수 있게 하겠다(스트리밍)는 야심찬 계획을 실행에 옮겼기 때문이다. 추천 시스템은 당시에도 넷플릭스의 최대 강점이었지만 온라인 DVD 렌털회사였던 그 이전부터 넷플릭스는 시네매치라는 이름의 영화 추천 알고리즘으로 경쟁자들을 압도했었다. 회원들 대부분이 시네매치를 통해 추천받은 영화의 80% 이상을 실제로 대여했다. 그리고 이 추천 리스트의 약 20%가 잘 알려지지 않은 영화나 고전영화처럼 가격이 싸고 대여 회전이 잘 되지 않는 영화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