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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유튜버(40) 닥터프렌즈] 어려운 의학지식 쉽고 재밌고 정확하게 

 

김나현 중앙일보 기자 respiro@joongang.co.kr
동네 형 같은 세 의사에 구독자 18만 명 몰려… 조혈모세포 기증 독려 목표도

▎어려운 의학지식을 쉽고 재밌고 정확하게 설명하는 유튜브 채널 ‘닥터프렌즈’의 세 주인공인 오진승 정신의학과 전문의, 우창윤 내과 전문의, 이낙준 이비인후과 전문의(왼쪽부터). / 사진:유튜브 캡처
채널을 연 지 1년도 안 돼 구독자 18만 명(2019년 4월 9일 기준)을 모았다.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닥터프렌즈’는 이름 그대로 실제 친구인 세 의사가 지난해 5월 첫 선을 보인 유튜브 채널이다. 정신의학과 전문의 오진승(33), 이비인후과 전문의 이낙준(34), 내과 전문의 우창윤(35) 세 사람이 펼치는 ‘의학 만담’을 보고 있으면 의학 지식이 이렇게 재미있었나 싶다. 셋은 지난해 12월 구독자 10만을 기념해 유튜브 수익 전액인 356만원을 조혈모세포은행협회에 기증하기도 했다. 단단한 의료계의 울타리를 훌쩍 넘어 유튜브에서 구독자와 신나게 소통하는 젊은 의사들. 지난 3월 장기조직기증원 홍보대사를 맡게 돼 더 바빠진 세 사람을 만났다.

유튜버가 된 전문의: 평소 촬영하는 곳에서 인터뷰를 하자고 하니 우창윤씨의 집 주소를 알려줬다. 세 사람은 한 달에 2~3번 이곳에 모여 ‘닥터프렌즈’를 촬영한다. 주중엔 각기 다른 병원에서 일하기 때문에 하루에 몰아서 10분 남짓한 영상 5~6편 분량을 찍는다. 업로드 주기는 주 3회. 초기엔 주 2회였는데 최근 구독자 뜻을 반영해 늘렸다. 이 채널에서 가장 조회 수가 많은 영상은 ‘[라이프] 의사들이 의학드라마를 시청한다면?’으로 총 101만회를 기록했다. 의학 드라마 속 수술 장면이나 응급실 재현 장면이 실제와 얼마나 비슷한지 셋이 드라마를 보며 이야기 나눈다. 또 [스카이 캐슬] 등 인기 드라마 속 캐릭터의 정신 분석을 하거나 비염·편도염·당뇨병 등 현대인이 자주 앓는 질환에 관한 정보도 제공한다. 스테로이드 부작용, 불법 촬영 범죄자의 심리 등 사회 이슈와 연관된 의학 상식도 전한다. 친한 선배 같은 소탈한 말투와 셋이 티격태격 하며 터져 나오는 웃음. 그 속에 오랜 시간 쌓아온 의학지식이 술술 나온다. 엔터테인먼트 콘텐트가 다수인 한국 유튜브 시장에서 ‘닥터프렌즈’는 전문 지식을 친근하게 전하는 흔치 않은 채널이다.


세 사람이 인연을 맺은 건 2015년 군의관 시절부터다. 삼성서울병원에서 전문의 과정을 마친 이낙준씨와 서울아산병원에서 전문의 과정을 수료한 우창윤씨는 인하대 의대 동문이었다. 둘은 고려대 의대에서 전문의 과정을 수료한 오진승씨를 군병원에서 만나 친해졌다. 지난해 4월 전역 후 의학 소재로 웹소설을 쓰던 이씨가 먼저 두 사람에게 의학 관련 영상을 만들어보자고 제안했다. “진료 외 다른 분야를 접해 보니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의학과 의료계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는 게 그의 말이다. “동료들과 함께하면 더 풍성한 이야기가 나올 것 같았어요. 특히 말을 맛깔나게 잘 하는 오진승 선생을 꼭 캐스팅하고 싶었죠.”

영상 콘텐트라면 아프리카 채널 같은 개인 방송 정도만 알던 셋은 그즈음 외국 유튜브에선 이미 법학자·의사 등이 전문 지식을 토대로 한 영상을 만들고 있음을 알게 됐다. 이씨는 “방대한 가능성이 있는 영역이라 느껴 큰 고민 없이 시작했다”고 말했다. 특히 친구처럼 편안한 의사의 모습으로 비의료인과의 장벽을 허물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또 다른 바람은 이 채널을 통해 조혈모세포 기증을 독려하는 것이었다. 조혈모세포는 혈액의 구성 성분을 만드는 줄기세포로, 골수에서 주로 만들어진다. 백혈병 등 혈액종양 환자는 자신과 맞는 기증자로부터 조혈모세포 이식을 받아야 완치될 기회를 갖게 된다. 조혈모세포를 기증하려면 골수 촉진제 복용 후 채혈 과정을 거쳐야 한다. 오씨는 “골수 기증은 골반 뼈를 뚫어 채취하는 방식으로만 가능한 줄 알았는데 이 선생의 이야기를 듣고 그만큼 어려운 일이 아님을 알게 됐다”며 “유튜브로 이런 정보를 알릴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선뜻 동참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편집 및 자막, 로고와 썸네일 제작 등 후반 작업이 막막했다. 구세주가 된 건 우씨의 아내 심혜리(33)씨였다. 대학에서 멀티미디어학과를 전공해 지금은 디자이너로 일하는 심 씨는 로고 디자인부터 영상 제작 전반까지 모두 맡아줬다. 콘텐트 기획의 핵심 역할도 했다. 일반인의 눈높이에서 흥미로운 의학 소재를 추천하고 세 사람이 낸 아이디어 중에서 구독자가 좋아할 소재를 채택했다. 드라마 [라이프] 리뷰 영상뿐 아니라 조회 수 30만을 기록한 ‘의사들 정말 대치동 출신일까?’ 등 의사를 향한 사회적 통념에 관한 주제도 심씨가 제안한 것이다. 그는 “내 마음이 구독자와 같겠다고 생각했다”며 “TV 프로에 나오는 의사처럼 딱딱한 느낌보단 편안하고 솔직한 모습이 담기길 바랐다”고 말했다.

의학지식의 대중화 지향: “재미와 의미의 균형을 제일 많이 고심하죠. 재미있게 말하느라 틀린 정보를 말하진 않았는지 체크하고 덜어내기도 해요.” 셋 중 가장 꼼꼼하다는 우씨는 ‘닥터프렌즈’ 제작 과정에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TV·유튜브·블로그 등을 떠돌아다니는 의학정보는 넘쳐난다. 우씨는 “당뇨병·고혈압 등 만성적 질환에 관한 잘못된 정보가 듣기 좋게 포장돼 유통되는 경우를 종종 보는데 사실 해로운 정보가 다수”라며 “반대로 질 좋고 정확한 정보는 너무 어렵고 권위적으로 담긴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오씨는 “그간 블로그·책 등으로 정확한 의학정보를 전달하려는 의사들의 노력은 있어왔지만, 유튜버는 거의 없었다. 그만큼 더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앞선다”고 말했다. 세 사람이 가장 경계하는 것은 주 소재가 인간의 몸과 질병인 만큼 이를 희화화하지 않는 것이다. 이씨는 “우리가 유튜브에서 말하고 있는 ‘그 병’ 때문에 지금도 고통 받는 환자가 있다는 걸 상기하며 말하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처음 세 사람이 유튜브를 한다고 밝혔을 때 의사 선후배들은 독려보단 걱정을 더 많이 했다. 악플을 받는 등 혹시 곤란한 일을 겪을까 하는 염려에서다. “단 한 명도 잘 될 거라 말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지금은 초대해 달라는 동료도 있어요(웃음).” 이씨의 말이다. 대형병원에서 임상강사로 일하는 우씨는 “처음엔 선배나 교수님들이 몰랐으면 한 적도 있다”며 “그래도 사회와 의료계를 위해 좋은 영향력이 있다고 생각해 굽히지 않았다”고 밝혔다. ‘닥터프렌즈’가 호응을 얻으면서 세 사람이 꿈꾸는 건 의학의 대중화다. “과학은 의학보다 더 우리 일상과 거리가 멀지만 과학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잖아요. 의학도 조금씩 대중에 다가서다 보면 ‘난 인체해부학을 좋아해’라고 말하는 사람도 생기지 않을까요?” 이씨의 바람이다.

1480호 (2019.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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