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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카드 지분 인수한 우리금융 포석은] 비은행 비중 늘리고, 지주사 3위 굳히기 

 

김성희 기자 kim.sunghee@joongang.co.kr
롯데카드 인수하면 카드 업계 3위로 도약… 카드 업계 ‘빈익빈 부익부’ 심화될 듯

▎우리카드와 롯데카드가 합쳐지면 자산 규모 22조6358억원으로 카드 업계 3위로 올라선다.
우리은행이 롯데카드 지분 20%를 인수한다. 지난 5월 21일 롯데지주는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는 우리은행에 롯데카드 지분을 각각 60%, 20%씩 매각한다고 밝혔다. 롯데지주는 나머지 20% 지분을 갖고 3대 주주로 남는다. 기존 롯데카드의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는 한앤컴퍼니였다. 그러나 한앤컴퍼니 대표가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되면서 롯데지주는 우선협상대상자를 MBK파트너스·우리은행 컨소시엄으로 교체했다. 이들 컨소시엄이 제시한 인수가는 1조6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주목되는 건 컨소시엄에 뛰어든 우리은행의 행보다. 우리은행 측은 “단순한 지분 투자”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업계에서 바라보는 시각은 다르다. 우리은행은 일단 재무적 투자자로 롯데카드 인수에 참여한다고 하지만, 앞으로 MBK파트너스의 보유 지분을 사들일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기준으로 우리카드 자산 규모는 9억9831억원으로 국내 7개 전업 카드사 중 6위다. 롯데카드는 5위(12조5427억원)다. 만약 우리카드와 롯데카드 두 회사가 합쳐지면 자산 규모는 22조6358억원으로 늘어난다. 신한카드·삼성카드에 이어 3위로 올라선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두 회사 시장점유율(중복회원, 한도통합 미반영)도 17.3%로 높아진다. 2위인 삼성카드(18.8%)와 큰 차이가 나지않는다.

우리금융의 비은행 비중 5.9% 불과


우리은행 입장에선 롯데카드를 눈독 들이기 충분하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도 인수합병(M&A)을 통해 비은행 부문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손 회장은 지난 1월 취임 간담회에서 “비은행 계열사 인수로 비은행의 수익 비중을 40%까지 확대하겠다”며 “규모가 있는 매물은 다른 기업과 같이 투자한 후 내년에 자본비율이 회복된다면 우리가 50% 이상 인수하는 방법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금융은 부동산신탁·캐피털·저축은행·증권사를 잇따라 인수해 자회사로 만든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둔 상태다.

사실 우리금융은 비은행 계열사 수익 비중을 높여야 한다. 우리금융의 순익은 90% 이상이 은행에서 나온다. 올 1분기 우리금융 순익에서 비은행이 차지하는 비율은 5.9%에 불과하다. 금융지주사 1위인 신한지주가 30%를 넘어서는 것과 비교하면 매우 낮다. 비은행 부문 비중을 높이려면 증권사와 보험사, 카드사와 같은 대형 계열사를 인수해야 금융지주로서의 면모를 갖출 수 있다.

또 신한·KB금융에 이어 금융지주사 3위 자리를 굳히기 위해서도 롯데카드를 인수해야 한다. 우리금융과 하나금융은 금융지주사 3. 4위 자리를 두고 다투고 있다. 만약 우리금융이 MBK파트너스의 지분 60%를 매입하면 우리금융 자산 규모는 345조원에서 406조원으로 늘어난다. 이렇게 되면 금융지주사 순위 경쟁에서 하나금융(393조원)보다 우위에 설 수 있다.

여러 사업간의 시너지 효과도 노릴 수 있다. 롯데카드는 국내 카드사 최초로 베트남 카드 시장에 진출했다. 동남아시아 진출에 공을 들이는 우리금융 입장에선 맞춤형 매물인 셈이다. 여기에 750만 명에 달하는 롯데카드 고객 데이터베이스와 결제 계좌 유치, 연계영업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롯데카드는 주로 유통 관련 고객층을 보유해 우리카드와 고객군이 거의 겹치지 않기 때문이다.때문에 MBK파트너스가 보유한 롯데카드 지분을 제3자에게 매각하려 할 때 우리금융이 유력한 인수자로 나설 수 있다. 사실 당장은 인수자금 마련이 쉽지 않다. 우리금융은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자산위험도 평가 방식을 표준등급법으로 적용 받고 있다. 이는 은행의 평가방식인 내부등급법에 비해 자기자본비율(BIS)이 약 4% 낮게 산출돼 자금조달이 어렵다. 그러나 우리금융은 2020년 내부등급 법으로 변경을 추진할 예정이다. 변경되면 우리금융이 M&A에 쓸 수 있는 자금은 7조원가량이다. 우리은행은 은행법상 출자가 자기자본의 20%로 제한되지만 지주사는 출자 한도가 130%까지 확대되기 때문이다.

한편 시장에서는 카드사들의 회사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카드사 경쟁구도 심화, 건전성 규제 강화로 이익구조가 견실한 대형사와 상대적으로 약한 중형사간 입장 차가 날 수밖에 없어서다. 우리카드와 롯데카드가 합병할 경우 하나카드는 ‘나홀로’ 하위권을 지키게 된다. 7위인 하나카드 자산은 7조9847억원이다. 6위인 현대카드(15조9438억원)와 두 배 이상으로 차이가 난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카드산업은 고비용 영업구조이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가 중요하다”며 “만약 카드 업계에 순위 변동이 일어나면 하나카드와 같이 하위권에 있는 카드사는 나머지 카드사와의 격차가 더욱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카드도 매물 거론

카드사 매물도 더 나올 수 있다. 거론되고 있는 후보는 삼성카드다. 삼성카드는 과거 에버랜드의 대주주로서의 지위를 잃은 이후 그룹 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매각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삼성카드는 삼성생명이 71.86%의 지분(약 2조9400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김수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점차 카드 산업은 규제 강화로 대형사 위주로 재편될 것”이라며 “삼성생명을 필두로 한 중간금융지주사 설립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카드 부문 매각 명분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며”고 말했다. 현재 자산 규모 2위인 삼성카드의 지난해 조정자기자본비율(자기자본을 총자산으로 나눈 값)은 32.7%다. 이 수치는 높을수록 건전성이 좋다는 것을 뜻한다. 이는 신한카드(21.7%)·국민카드(20.3%)·현대카드(19.7%)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1486호 (2019.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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