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 교환형은 유효기간 연장 가능… 차액 보전은 업체마다 달라 소비자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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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이 선물과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생일이나 기념일이면 만나기 어려운 지인에게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으로 온라인 상품권(e쿠폰)을 받거나 보내는 일이 더는 낯설지 않다. ‘기프티콘’으로 많이 불리는 e쿠폰이 확산하는 건 스마트폰이 대중화하고 온라인 결제가 간편해진 영향이 크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e쿠폰을 통한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719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744억원)보다 2배 가까이로 증가했다. e쿠폰이 지난해 1분기보다 2배 수준으로 더 많이 발행됐다는 얘기다.e쿠폰이 인기를 끄는 건 무엇보다 구매나 사용이 간편하고 편리하기 때문이다. 한국소비자원이 e쿠폰 구매자 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는 e쿠폰 구매 이유로 ‘편리함’을 꼽은 응답자가 67.8%로 압도적이었다. 그런데 이 설문조사에서는 또 하나 눈길을 끄는 항목이 있다. ‘유효기간 만료 후 미사용 금액을 환불받을 수 있는 사실을 알고 있는지’에 대해 물었는데, 응답자의 78%가 ‘몰랐다’고 답했다. 직장인 김모(32)씨는 “올해 초 생일에도 카카오톡 메시지로 상품권을 받았지만 (상품권의 존재를) 잊고 지내다 유효기간이 지나 삭제했다”고 말했다.
상당수 소비자 환불 규정 몰라e쿠폰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지만 이용 불편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반 종이 상품권처럼 최대 5년간 일정 부분 환불이나 사용이 가능한 사실을 제대로 안내하지 않아 이를 모르는 소비자는 보통 3개월 정도인 유효기간이 지나면 삭제하는 등 버리기도 한다. 이렇게 쌓인 e쿠폰 미청구액은 수백억원에 이른다. 박대출 자유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주요 5개사의 e쿠폰 미청구액은 304억원이 넘었다. SK플래닛(기프티콘)이 174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카카오(선물하기) 72억원, KT엠하우스(기프티쇼) 30억원, 윈큐브마케팅(기프팅) 19억원, SPC클라우드(해피콘) 6억원이었다. 카카오는 미청구액이 2014년 11억원에서 2017년 21억원으로 급증했다. SPC클라우드 역시 2014년 9000만원에서 2억원으로 2배 이상으로 증가했다.대중화하는 e쿠폰은 크게 ‘상품형(교환형)’과 ‘금액형’으로 나뉜다. 상품형은 케이크나 커피, 영화 관람권 등 특정 회사의 특정 상품만 구매할 수 있는 상품권으로, 애초 구매 때 상품을 지정해 선물하는 예가 대부분이다. 가장 일반화한 상품권으로 가격은 1000원부터 2만~3만원까지 다양한데, 유효기간은 보통 3개월 정도다. 금액형은 백화점 상품권처럼 특정 금액에 맞춰 사용할 수 있는 상품권으로, 유효기간은 대개 1년이다. 금액형 상품권은 유효기간이 지났더라도 발행일로부터 5년 이내라면 90%를 환불받을 수 있다. 또 60% 이상 사용하면 잔액을 현금으로 받을 수 있다. 1만원 이하 금액형 상품권은 80% 이상 구매 때 차액을 환급, 1만원 이상은 60% 이상 구매 때 차액을 환급 받을 수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e쿠폰 시장이 커지면서 2015년 이후 여러 차례에 걸쳐 관련 규정을 손질한 덕분이다.하지만 상품형 상품권은 좀 다르다. 3개월 안팎인 유효기간을 연장할 수는 있지만 일정 금액 이상을 사용하더라도 차액을 돌려받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예컨대 판매가격이 1만원인 A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상품권으로 5000원 B상품을 구매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차액 5000원을 현금으로 돌려받기는 어렵다. 일부 업체는 금액형 상품권처럼 차액을 현금이나 포인트로 돌려주기도 하지만, 발행 업체 상당수가 차액을 돌려주지 않는다. 상품형 상품권은 관련 규정상 기재된 물품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만 명시하고 있을 뿐 잔액 환급에 대한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상품형 상품권은 특정 상품을 사는 게 원칙이고, 더 저렴한 상품을 선택해도 차액을 환불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다만 상품형 상품권은 3개월 정도로 짧은 유효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보통 유효기간이 다 돼 가면 문자 메시지 등으로 유효기간을 연장할 것을 알려주는데, 그렇지 않은 업체도 적지 않다. 유효기간을 연장하라는 문자 메시지가 오면 클릭 몇 번으로 쉽게 연장할 수 있지만, 이를 알려주지 않는 업체의 상품권은 김씨처럼 유효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른 채 지나가거나, 알더라도 소비자가 일일이 전화를 해야 하는 등 번거로움이 따르기 때문에 알면서도 그냥 지나치는 예가 다반사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금액형 상품권과 달리 상품형 상품권은 규정 자체가 느슨한 데다 판매 업체마다 규정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시장에서는 상품형 상품권도 유효기간 연장 고지를 의무화하고, 가격이 더 저렴한 상품을 구매하면 차액을 돌려주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상품권의 유효기간 이내에는 상품권 최초 구매자만 환불을 요청할 수 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상품권을 선물 받은 사람은 최초 유효기간이 지난 뒤에야 환불 요청을 할 수 있다.
올해부터는 상품권 소멸시효 도래올해부터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신유형 상품권 표준약관’ 제8조에 따라 상품권 소멸시효가 도래하기 시작한다. 구매한 날로부터 5년이 지나면 상법상의 상사채권소멸시효가 완성돼 5년 전 상품권을 구매한 이용자는 상품권을 이용할 수 없게 된다. 업체 또한 상품권 환불의 의무가 없다. 이렇게 올해 소멸하는 상품권 규모가 94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 같은 사실을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도 드물다. 판매 업체가 소멸 시효는 물론 유효기간 연장이나 환불 등을 제대로 알라지 않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e쿠폰 시장이 확대하고 있는 만큼 약관 개정과 지속적인 홍보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e쿠폰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지만 사업자 편의적인 발상에서 운영되고 있는 느낌”이라며 “무조건 환불을 해줘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통상 3개월인 유효기간을 늘리고 환불에 대한 안내를 제대로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