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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반 논란 거센 제주 제2공항] “도민 공론조사 필요” VS “늦춰지면 안전 우려” 

 

최윤신 기자 choi.yoonshin@joongang.co.kr
국토부, 10월에 제2공항 기본 계획 고시... 2026년 제주 항공수요 3440만 명 예상

▎6월 19일 제주 농어업인회관에서 반대 단체들이 국토교통부 제주 제2공항 기본계획 수립용역 최종보고회가 열리지 못하도록 정문을 막아서며 시위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국토교통부가 찬반 논란에 휩싸인 제주 제2공항을 2025년까지 원안대로 건설할 방침이다. 4조8700억원을 투입할 제주 제2공항은 부지면적 약 150만평(496만㎡)에 연간 2500만 명의 항공수요 처리한다. 3200m의 활주로와 국내여객터미널 및 국제여객터미널 등을 조성한다. 국토부는 최근 이런 내용의 제주 제2공항 기본 계획 수립 연구용역 결과를 발표하고 오는 10월 고시하기로 했다. 2015년 11월 성산읍에 제2공항을 짓겠다고 밝힌 지 꼬박 3년 7개월 만이다. 긴 시간의 논의를 거쳤지만 제주 제2공항이 이대로 추진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논의 과정에서 찬성 측과 반대 측의 갈등만 더욱 첨예해졌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당초 기본 계획 용역과 관련한 최종 보고회를 개최하려고 했지만 공항건설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보고회가 예정된 농어업인회관 등에서 극렬한 반대시위를 벌여 파행됐다.

성산읍 신공항, 4년째 공전


제주에 새로운 공항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정식으로 제시된 것은 2011년이다. 늘어나는 교통수요로 제주공항의 슬롯 부족 문제가 제기되기 시작한 것. 국토교통부는 2011년 1월 발표한 제4차 공항개발 중장기 종합계획에서 제주공항의 항공수요 재검토 및 신공항 건설과 기존공항 확장안 비교조사 필요성을 제시했다. 이후 2013년 8월부터 2014년 9월까지 제주 항공수요조사 연구가 진행됐고, 이어 한국항공대학교 산학협력단은 제주공항 인프라 확충사업의 사전타당성 검토연구를 수행했다. 그 후 2015년 11월 서귀포시 성산읍에 제2공항을 짓는다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 방안이 발표된 직후부터 반대 여론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성산읍 주민들을 중심으로 ‘제주 제2공항 성산읍 반대 대책위원회’가 구성됐다. 정부는 예비타당성조사를 실시하는 등 절차를 진행했지만 반대 여론은 수그러들지 않고 점차 커졌다. 2017년 11월에는 22개 제주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한 ‘제주제2공항반대범도민행동’도 출범하는 등 반대 여론이 더 거세지고 조직화됐다. 이들은 제2공항 입지선정 평가가 부실하게 이뤄졌다고 주장하며 제2공항 건설 추진을 반대했다.

결국 정부는 2017년 12월 제2공항 건설의 입지 선정과 관련해 타당성을 재검토하기로 결정했다. 정부가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을 진행하며 사전타당성 결과를 다시 조사한 첫 사례다. 정부는 검토 결과 치명적인 오류가 있으면 제2공항 건설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2018년 6월~11월 타당성 재조사를 실시했다. 검토위원회에는 찬성 측과 반대 측이 모두 참여했다. 타당성 조사 결과 기존의 안이 최선이라는 결과가 나왔지만 반대 측은 새로운 의혹을 제기하며 불복했고 타당성 재조사 검토위원회 활동은 2개월간 또 연장됐다.

올해 4월부터 진행된 2기 검토위원회는 제2공항의 타당성과 관련한 연구용역을 진행한 프랑스 파리공항공단 엔지니어링(ADPi)의 보고서를 놓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반대 측은 ADPi 보고서에 제2공항을 건설하지 않고 현 제주공항 확장으로 충분하다는 내용이 담겼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보고서 공개를 요구했고, 정부는 보고서 원문을 공개했다. 그럼에도 논란은 끝나지 않았다. 공개된 ADPi 보고서에는 3가지 제주공항 확충안이 제시됐는데, 국토부는 이 안들에 대해 타당성이 없다고 본 반면 반대 측은 국토부의 검증 과정이 부실했다고 지적했고 6월 17일 결국 2기 검토위도 갈등을 봉합하지 못한 채 종료됐다. 국토부는 6월 19일 최종 보고회를 개최하기로 했지만 반대 측의 시위로 결국 무산됐다. 국토부는 “공항건설로 삶의 터전을 잃는 지역주민과 소음 피해를 입는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실질적인 상생방안을 마련하려는 것이 최종 보고회의 중요한 목적이었는데 무산돼 안타깝다”며 “기본 계획 단계에서 지역 상생방안에 대해 대안을 제시하고, 지속적인 지역 의견수렴을 통해 구체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반대 여론 극심해 착공 미지수

국토부는 오는 10월 제2공항 기본 계획을 고시하고 본격 추진할 방침이다. 기본 설계 및 실시계획 고시, 토지보상, 건설공사 등의 순서로 진행된다. 계획대로면 2025년이면 제2공항이 완성되는데, 진행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반대 측의 반발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돼서다. 반대 측은 지속적으로 반대 시위를 펼쳐나갈 계획이다. 제주제2공항반대범도민행동 관계자는 “국토부의 최종 보고회 자료를 보면 기존 제주공항을 국제선으로 100% 운영하고 국내선을 2공항과 각각 50%씩 나누는 방안을 최종 대안으로 제시했는데, 이는 성산 제2공항에 국제선 100%를 배분한다는 사전 타당성 용역과 예비 타당성 조사 연구를 뒤집는 것”이라며 “필요가 아닌 개발을 위한 개발이라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반대 측은 공론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제주지역 교수 90명도 최근 선언문을 통해 도민들이 주체적이고 자율적인 결정을 할 때까지 관련 절차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제주도의 상황에 대해 항공 전문가들의 우려는 커지고 있다. 공항 설립이 막연히 지연될 경우 안전상의 문제로도 번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우려다.

제주공항은 현재 포화상태가 심각하다. 단일 활주로로 운영되는 전 세계 공항 중 2번째로 혼잡하다. 2900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제주공항이 수용 능력을 초과한 것은 2015년부터다. 지난해에는 300만 명이 초과됐다. 단기 확충 공사로 수용 인원을 3200만 명까지 늘리더라도 포화상태인 것은 여전하다. 최근 3년간 제주공항의 활주로 이용률은 98%, 지연율은 17%에 달한다. 이용자들의 불편은 물론 항공안전에까지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이번에 진행된 기본 용역에서 제주공항의 항공수요를 예측해본 결과 2026년이면 3440만 명의 수요가 나타날 것으로 예측됐다. 2025년까지 공항 확충이 되지 않는다면 감당하기 어려워진다.

제2공항 검토위원회에 참여했던 허희영 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제주 제2공항 진행 과정에서 수많은 의혹이 제기됐고 의혹이 해소되면 또 다른 의혹이 만들어졌다”며 “결국 지역사회가 의혹의 프레임에 갇혀 버렸다”고 지적했다. 허 교수는 “제2공항을 지어 넘치는 관광객을 흡수하는 보조공항으로 활용하고, 개항 60년이 지난 현재의 제주공항을 업그레이드하는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교통인프라의 확충은 미래에 제주도민들이 향유하게 될 삶의 질을 높일 것이고 제2공항의 건설이 늦어질수록 그 피해는 고스란히 제주도민에게 돌아간다”고 덧붙였다.

1491호 (2019.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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