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네이버의 제2 데이터센터 어디로?] 용인시는 반대했지만… 60여 지자체 유치 경쟁 

 

용인시민 반대 후 우선협상자 공개 모집… 네이버 “환영받는 곳으로” 원칙

▎사진 : 네이버
네이버의 제2 데이터센터 유치전에 60여 곳이 넘는 지자체가 뛰어들었다. 네이버 관계자는 7월 23일 “신규 데이터센터 부지 제안 참가의향서를 접수 받은 결과, 인천·수원·안양 등 지자체와 민간을 포함 136개 의향서가 접수됐다”고 밝혔다. 네이버는 8월 14일까지 최종 제안서를 접수한 지자체 부지에 대해 심사와 현장 실사를 실시하고, 9월 중으로 최종 우선협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네이버는 지난 6월 용인시의 반대로 제2 데이터센터 건설이 무산되자 7월 중순부터 새로운 우선협상자를 공개 모집했다.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 데이터 주권 강조

네이버의 데이터센터 집착은 창업자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의 행보에서 잘 나타난다. 이해진 GIO는 용인 데이터센터 건설이 무산된 지 4일 후인 6월 18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디지털 G2 시대, 우리의 선택과 미래 경쟁력’ 심포지엄에 깜짝 대담자로 등장해 데이터센터의 중요성을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세계는 지금 시가총액 1000조대의 기업이 역사상 처음으로 탄생한 인터넷 제국주의 시대다. (고려시대 특별부대였던) 삼별초처럼 거인들에 저항해 버텨 살아남은 회사라는 말을 우선적으로 듣고 싶다.” 이해진 GIO는 70여 분 동안 이어진 대담에서 “유럽 등 국가와 연합해 인터넷의 다양성을 끝까지 지켜내고, 지키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며 “(춘천에) 데이터센터 ‘각’을 만들었는데 우리 손으로 데이터를 가지고 잘 지켜내 후손들이 네이버를 통해 그 당시 데이터를 분석해서 볼 수 있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이해진 GIO가 마지막으로 국내에서 공식 행사에 나왔던 건 공교롭게도 2016년 춘천시 동면 구봉산 일대에 있는 네이버 도시첨단산업단지 내 자사 데이터센터 ‘각’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였다. 그는 이날도 ‘데이터 주권’을 주장했다. “우리 생각을 인터넷 데이터센터에 잘 담으려고 노력했다. (데이터센터에는) 단순히 서버가 있고, 하드 드라이버가 있는 게 아니다. 그 안에 있는 데이터가 정말 소중한 거라고 생각한다. 수백년 전의 문서 하나를 지금 소중하게 대하듯 지금 남겨지고 있는 사진이나 글이 많은 시간이 지나면 우리에게 굉장히 중요한, 후세를 위한 자료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이해진 GIO의 지난 6월 18일 발언 행간에는 서운함이 깔려 있다. 네이버 데이터센터 문제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용인 주민들은 데이터센터가 환경에 유해하다고 주장하지만, 전세계적으로 데이터센터를 유해하다고 판단한 경우가 없다”며 “전자파는 사스 때도 마찬가지였지만, 실제 유해성은 밝혀지지 않은 여론몰이용 주장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네이버는 관련자들에게 유해성 여부를 자체 검증해서 수치로 보여줬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이해진 GIO는 구글이 탐라지구에 짓고 있는 한 데이터센터를 임대해 들어가려고 할 때 인천 주민들이 환영하던 모습에서 서운함을 느꼈다”며 “구글은 내년 초 환영을 받으며 평촌 데이터센터에 입주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대체 데이터센터가 무엇이기에 이해진 GIO와 세상과의 접점이 될 만큼 중요하게 취급되고 있는 걸까? 데이터센터는 서버 컴퓨터와 네트워크 회선 등을 제공하는 시설로 서버를 모아놨다고 해서 ‘서버 호텔(server hotel)’이라고도 부른다. 데이터센터는 인터넷 검색, 쇼핑, 게임 등의 막대한 정보를 저장하고 이를 빠르게 웹사이트에 표시하기 위해서 수만대의 서버 컴퓨터를 한 장소에 모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곳이다. 일반적으로 통신 업체의 데이터센터를 인터넷 데이터센터(Internet data center, IDC), 클라우드 서비스를 위한 데이터센터를 클라우드 데이터센터(cloud data center)로 구분했었다. 그러나 최근 클라우드 서비스가 데이터센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데이터센터로 통일해 부르고 있다. 클라우드 서비스란 인터넷상의 ‘어딘가’에 위치하는 저장 공간에 자신의 정보를 보관해 두고, 필요할 때 각종 단말기를 통해서 불러올 수 있는 기술이다. 아마존 AWS, MS, 구글은 물론이고 여러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 전문적으로 이런 클라우드 서비스를 싼 가격에 보급하고 있다.

데이터센터의 핵심은 중단 없는 서비스 제공이다. 이를 위해 전력 공급을 안정적으로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대형 데이터센터의 경우 자체적으로 전기를 발전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추고 있다. 최근 미국 기업들은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전기 발전을 하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데이터센터에선 특히 인터넷 연결과 보안이 중요하다. 해킹으로부터의 보안 정도가 아니라 실제 시설물 자체에 위해가 가해지지 않도록 하는 물리적 보안에 크게 신경을 써야 한다. 쉬지 않고 돌아가는 서버에서는 방출되는 열기를 식히기 위한 대용량 냉각 장치나 일정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기 위한 항온·항습 장치도 필수다.

네이버 측은 “우리 데이터센터는 기존 데이터센터의 틀을 과감히 깨고, 건물 설계, 설비와 운영 시스템까지 모든 부분에서 독자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지었다”라며 “네이버의 20여 년간의 경험과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제작한 ‘맞춤형 서버(Customized Server)’는 전력을 최대한 적게 사용하고, 35도 이상 고온에서도 최대한의 성능을 발휘하도록 설계했다”고 말했다. 또 고집적화로 서버를 꽂는 랙의 공간 효율을 높이고, 전체 서버룸 구조는 차폐 시스템을 통해 냉각 효율을 극대화하는 등 자체 기술력을 응집해 적용했다. 기존 냉각장치도 ‘NAMU-2’로 업그레이드했고, 폐열을 버리는 배기팬 구조도 개선해 심야 냉방 열원을 최적화했다.

한 외국계 IT 기업 관계자는 “중소기업이나 외국계 회사의 경우 건설비용만 5000억원 이상이 드는 데이터센터를 독자적으로 운영하지 않고 임대해서 사용한다”며 “외국계 기업들이 ‘리전’ 등의 용어를 사용해 데이터센터를 개소했다고 하면 대부분 임대를 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국내 한 IT 기업 관계자는 “외국계 기업이 임대를 선택하는 건 돈보다는 철수가 얼마나 용이한지 여부”라며 “건물을 관리하려면 소방법 등 지켜야 할 것도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데이터센터를 꼭 직접 짓고 관리해야만 하는 건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정태명 성균관대 교수는 “데이터가 갈수록 커지기 때문에 데이터센터는 중요하다”면서도 “클라우드를 이용하면 절약도 되고 보안도 강화할 수 있지만, 기업이 직접 지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데이터가 많이 필요한 기업이나 글로벌 IT 대기업은 직접 대규모의 데이터센터를 건설해 운영한다. 네이버는 2004년 9월 강원도·춘천시와 데이터센터 건립 협약을 체결해 2013년 6월 건물 연면적이 5만4229㎡(약 1만6000평)인 ‘각’을 완공했다. 네이버 데이터센터 부지 규모는 축구장 12배 크기인 11만㎢에 달한다. ‘각’ 은 팔만대장경을 보관하는 해인사 장경각에서 따온 이름이다. 공사가 한창이던 2011년에는 지자체로부터 도시첨단산업단지 승인을 받았다. 이렇게 지자체와 협약을 맺고 산업단지로 지정을 받으면 취득세와 지방세 감면, 법인세 5년간 감면, 부지매입비 일부 지원은 물론이고 필요한 경우 토지를 수용할 수 있는 특혜가 주어진다.

9월 중 최종 우선협상자 선정 계획

네이버 데이터센터 문제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춘천에서는 다음이 제주도로 본사를 옮겼듯이 네이버 본사 연구소를 춘천으로 이전하라고 요구했었다”며 “실질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며 이런 주장은 시민단체와 지역 언론들의 주장일뿐”이라고 반박했다. 네이버 측은 “(우리를) 환영하는 지역으로 가야겠다는 원칙을 정했다”며 “제2 데이터센터 건설 전체 일정이 크게 바뀌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한정연 기자 han.jeongyeon@joongang.co.kr

1495호 (2019.08.05)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