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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리금 논란 다시 뜨거워지나] 세입자 내쫓는 임대인 횡포 관행에 제동 

 

대법, 임차인 권리금 보호 판결 잇따라… 상가 임대인 과중한 책임 부여 지적도

상가 임차인의 권리금을 두텁게 보호해야 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잇따르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임차인을 보호하는 당연한 판결이라는 반응과 임대인에게 과중한 책임 부과라는 지적이 동시에 나온다.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을 5년에서 10년으로 확 늘린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도 시행에 들어가 임대인의 볼멘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법원의 잇단 판결은 권리금 분쟁은 물론 상가 임대차시장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안도 시행

대법원 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7월 11일 상가(점포) 임대인이 임차인을 내보내면서 ‘내가 그 자리에서 직접 장사하려 한다’는 의사를 명확히 해 임차인이 후임 세입자를 구하지 않고, 이에 따라 권리금을 회수하지 못했다면 임대인에게 손해배상 소송을 낼 수 있다고 판결했다. 임차인과의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하고 권리금도 부담하지 않은 채 임차인이 영업하던 점포를 임대인이 직접 운영하는 방식의 부당한 임대 관행을 더는 용납하지 않겠다는 취지다. 앞선 5월 16일에는 상가 임대차기간 5년이 지나서 임차인에게 계약갱신요구권이 없더라도 임대인은 임차인이 권리금을 되찾을 기회를 보호해줘야 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임대차기간 5년이 지나 임차인이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할 수 없을 때에도 임대인은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권리금은 해당 상가의 인테리어 비용 등 유형재산과 매출 규모 등 무형재산에 대해 새 임차인이 기존 임차인에게 주는 돈이다. 당연히 장사가 잘되는 점포(자리)일수록 비싸다. 그래서 ‘자릿세’라고도 한다. 과거에는 관행으로 주고받았지만 권리금을 두고 갈등이 빈번하게 일어나자 정부는 2015년 권리금을 법제화됐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전국 점포 10곳 중 7곳에 권리금이 형성돼 있을 정도로 보편화돼 있다. 그런데 이 권리금은 상가임대차계약의 주요 당사자인 임대인과는 무관하게 임차인끼리 주고 받는 구조여서 권리금을 회수하려는 임차인과 임대인 간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법제화 이전에는 말할 것도 없고 2015년 이후에도 갈등이 빈번히 일어났다. 서울시 상가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에서 벌어진 상가임대차 분쟁 원인 1위가 권리금이었다. 위원회에 접수된 전체 분쟁 154건 가운데 권리금 갈등이 30.9%인 85건으로 가장 많았다. 위원회 측은 “권리금 법제화 이후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 기회가 보장되고 있지만 권리금 자체가 모호한 개념인 데다 사례별로 구체적인 이해관계가 다 달라 갈등이 끊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대법원의 잇단 권리금 보호 판결은 권리금 분쟁의 새로운 기준점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특히 대법원 1부의 판결은 기존 법원의 대체적인 판결을 뒤집은 것이어서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그동안 법원은 계약갱신요구권 이내에서만 권리금을 보호하는 게 타당하다는 쪽이었다. 한 변호사는 “그동안 법원은 권리금 분쟁에서 어떤 때는 임차인 편을 들기도 하고, 어떤 때는 임대인 편을 들기도 했다”며 “법원마다 판단이 다 달라 대응이 쉽지 않았는데 이번 판결이 어느 정도 기준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판결로 그동안 같은 내용으로 소송을 냈다 패소한 임차인의 재심 신청도 잇따를 전망이다. 하지만 유사한 내용이라고 해도 법원이 이번처럼 임차인의 손을 들어줄 지는 미지수다. 성격은 유사할지 모르겠지만 구체적인 사례로 들어가면 내용이 모두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상가임대차보호법에는 임대인의 권리도 보호하고 있다. 예컨대 임차인이 계약갱신을 요구하더라도 건물의 재건축·철거 계획을 사전에 고지하면 이를 거절할 수도 있다. 최광석 법무법인 득아 대표변호사는 “관련법에는 임대인의 사용수익권을 보장하는 내용이 함께 있는 만큼 개별 사례별로 판단은 다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사회적 합의 노력도 필요


상가 임대차시장에는 새로운 바람이 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지난해 상가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해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을 5년에서 10년으로 확 늘렸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이 파기환송심에서 뒤집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현재로서는 임대인은 최소 10년, 혹은 평생 임차인이 권리금을 회수할 수 있게 보장해야 한다. 이 때문에 상가임대차 시장에서는 이를 회피하기 위한 임대인의 편법 계약이 성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상가임대전문회사 관계자는 “임대차 계약 종료 때 임대인이 임대료를 확 올리면 권리금 회수가 쉽지 않아지고, 추후 임대인이 원하는 세입자를 골라 들일 수도 있게 된다”며 “이 같은 편법이 성행하면서 되레 임차인만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우려했다.

권리금 관련 또 다른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권리금을 지나치게 임대인 책임으로 몰아가 위헌 소송이 잇따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위헌 소송이 진행되면 논란만 커질 수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임대차 분쟁을 놓고 임대인과 임차인이 갈등을 빚고 있는 시점에서 이런 판결은 또 다른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며 “판결의 취지는 좋지만 양측 갈등을 봉합할 수 있는 사회적 합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권리금 관련 분쟁이 생기면 소송보다는 분쟁조정기구를 찾는 것도 방법이다. 상가건물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가 4월 대한법률구조공단 서울중앙·수원·대전·대구·부산·광주 등 6개 지부에 설치됐다. 새로 장사를 하려는 임차인이라면 권리금을 보장하는 상가권리금 보호 신용보험(가칭)을 고려할 만하다. SGI서울보증이 이르면 8월 선보일 이 상품은 권리금 회수 때 발생할 수 있는 손해를 보상하는 보험이다.

-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1496호 (2019.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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