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배달 노동자 전체의 5%에 이르러… 근로자 아닌 개인사업자로 분류
▎출퇴근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하루에 3~4시간씩 일할 수 있는 배달 플랫폼 노동자가 늘고 있다. 사진은 배민커넥트 라이더가 배달음식을 담고 있는 모습. / 사진:배달의민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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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이은지(28)씨는 퇴근 후 서울 성동구 지역에서 배민커넥트 라이더로 일한다. 주 52시간 근무제로 퇴근 후 시간 여유가 생기면서다. 이씨는 자신이 보유한 전동킥보드를 이용해 하루에 2~3시간씩 배달 일을 하고 있다. 하루에 평균 4~5곳 정도 배달한다. 배달 수수료는 건당 3000~4000원으로 부수입으로도 꽤 쏠쏠하다. 이씨는 “출퇴근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시간 여유가 있거나 마음 내킬 때 일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며 “돈이 필요하면 그만큼 일하면 되기 때문에 투잡으로 활용하기에 매우 좋다”고 말했다.최근 정보통신기술(ICT) 발전으로 크라우드소싱을 기반으로 하는 일반인도 배달 일을 하는 플랫폼 노동자가 늘고 있다. 크라우드소싱이란 배달의민족이나 쿠팡 등 플랫폼사가 나눠주는 배달 업무 일부를 일반인이 맡아 하는 서비스를 뜻한다. 쿠팡은 지난해 8월부터 쿠팡 배송캠프에서 배송상품을 직접 수령 후 자신의 차량으로 고객에게 상품을 전달하는 쿠팡 플렉스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배달의민족은 올 7월부터 강남·서초·송파·강동구에서 자신의 오토바이, 자전거, 전동킥보드로 일반인들이 음식을 배달하는 배민커넥트를 시범 운영 중이다.플랫폼 노동의 장·단점은 명확하게 갈린다. 가장 큰 장점은 일의 자율성이다. 실제로 우버코리아가 7월 초 배달대행 서비스 우버이츠 ‘배달 파트너’ 중 300여 명에게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이들은 시간·요일에 관계없이 자율적으로 일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 같은 장점을 활용해 약 60%가량이 배달일을 본업이 아닌 부업으로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업과 병행하면서 일할 수 있어 참여자가 늘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음식배달 플랫폼 노동자는 전체 취업자 47만~54만 명 중 5%(남성 기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투잡 희망자 60만 명 넘어서업계에서는 앞으로 배달 플랫폼 노동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과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은 지난해 2020년 미래 이슈 1위로 ‘플랫폼 노동의 증가’를 꼽았다. 일정한 수입 외에 부수입을 얻고자 하는 직장인이 많아지고 있어서다. 올해 통계청이 발표한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투잡 희망자는 62만9000명에 달했다. 이는 전년보다 10% 이상 증가한 수치로, 조사가 시작된 2015년 이후 처음으로 60만 명을 넘었다.특히 택배와 음식 배달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도 한몫한다. 2014년 10조원 규모이던 국내 음식 배달시장은 올해 20조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배달 앱을 통한 배달 시장 규모도 2013년 3000억원에서 2018년 3조원으로 늘었고, 이용자 수는 2500만 명으로 추산된다.기업 입장에서도 일반인 배달 서비스는 예측하지 못한 택배 물량과 특정 시간대에 집중되는 음식 주문량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수단이 된다. 여기에 최근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 대형 유통 업체까지 ‘새벽배송’ ‘당일배송’ 서비스를 시작해 경쟁이 더욱 치열해 지고 있는 만큼 일반인 배달 서비스가 배달 인력문제를 해소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쿠팡 관계자는 “여름 폭염이나 겨울 한파일 때에는 배달 물량이 증가하는데 이럴 때 쿠팡플렉스가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쿠팡플렉스는 일 평균 4000여 명이 활동한다. 이들의 건당 배달 수수료는 최소 700원이다. 배달의민족 관계자는 “음식 주문량이 몰리는 점심·저녁과 주말에 배민커넥트로 더 많은 라이더를 투입하면서 배달 시간도 줄여 고객들의 만족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라이더 입직자 수도 시행 초기라 정확한 인원 파악은 어렵지만 전주보다 185%가 증가했다”고 말했다.18세 이상 일반인이면 누구나 배달 플랫폼 노동자로 일할 수 있다. 플랫폼 노동자들은 플랫폼 회사와 근로계약을 맺는 것이 아니라 용역·위탁계약을 한 후 건당 수수료를 받는 형태다. 오프라인 교육도 받는다. 배민커넥트 라이더 지원자는 약 2시간 동안 개인정보보호, 업주 및 고객만족, 도로교통법, 단말기·시스템 교육 등을 받는다.
프랑스, 노동자와 동등한 권리 부여단점도 있다. 이들은 9 to 6(오전 9시부터 오후 6시) 일하는 정규직 일자리가 아니다 보니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을 수 없다. 플랫폼 노동자는 앱을 통해 중개받은 용역을 수행하는 이로, 현행법상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한다. 근로자가 아닌 개인사업자로 분류되고 있어서다. 배달의민족은 배민커넥트 라이더에게 한시적으로 산재보험·오토바이 유상운송용 종합보험 등을 지원하고 있지만 이를 제외한 대부분 업체는 지원하지 않고 있다. 즉 배달 중에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업체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본인이 직접 후속 조치를 해야 한다.2015년부터 우리나라에서 플랫폼 노동자 수가 증가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어느 기관에서도 그들 지위에 대한 확정적인 정의를 내놓지 못한 상태다. 김종진 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은 “유럽연합이나 미국, 영국, 독일 등의 플랫폼 노동은 취업자의 0.5%∼4.0% 내외인 반면 한국은 1.5%∼2.3% 달해도 이들에 대한 법 체계 마련은 더딘 실정”이라며 “플랫폼 노동자들은 독립계약자나 프리랜서 성격이 많아 근로기준법이나 사회보장은 물론 노동안전의 사각지대에 노출돼 있다”고 주장했다.프랑스에선 플랫폼 노동자도 노동자와 동등한 권리를 부여한다. 프랑스는 2016년 ‘노동과 사회적 대화의 현대화 그리고 직업적 경로의 보장에 관한 법’을 제정해 플랫폼 노동자도 산재보험·직업교육·노동삼권의 권리를 보장받는다.플랫폼 노동자들의 사회안전망 확보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플랫폼 노동자들에게 고용보험과 실업급여를 제공하는 내용을 담은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보험설계사·레미콘기사·학습지교사·골프장 경기보조원·택배기사·퀵서비스기사 등 현재 특수고용직으로 인정받는 9개 업종이 고용보험 가입 대상자가 된다.- 김성희 기자 kim.sungh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