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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심장병 어린이 10차례 무료 수술 도와2012년 3월 19일, 키르기스스탄 수도 비슈케크에 위치한 국회에서는 대대적인 합동 기자회견이 열렸다. 심장병을 앓던 키르기스스탄 아이 6명이 주인공이었다. 이들은 두 차례로 나뉘어 한국 인천의 길병원에서 무료로 심장 수술을 받고 키르기스스탄으로 돌아왔다. 2015년 7월 키르기스스탄 정부는 조 대표에게 보건의료 최고 훈장을 수여했다. 조 대표는 2011년부터 심장병에 걸린 키르기스스탄 아이들을 데리고 길병원에서 수술을 받도록 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10차례에 걸쳐 51명의 키르기스스탄 어린이 심장병 환자가 길병원에서 무료 수술로 새 생명을 찾았다. 조 대표는 오는 9월 11번째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사업을 하러 카자흐스탄에 간 그가 2011년 비전케이의 전신인 조앤파트너스를 설립하고 가장 먼저 한 것은 심장병 어린이를 위한 무료 수술이었다. 키르기스스탄에 정착하면서 많은 도움을 받은 물류 업체 위스코앤지비씨(Wisco&gbc) 조재익 대표와 함께 계획한 일이었다. 그는 “길병원에서 심장병에 걸린 개발도상국 환자들을 무료로 수술해준다는 이야기를 신문에서 접하고 2011년 3월 한국 출장길에 길병원에 찾아가 협조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첫 수술이 진행되기까지는 약 8개월이 걸렸고 2011년 11월 심장병을 앓던 두 아이가 처음 수술을 받았다. 그는 “특별한 목적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 어릴 적 몸이 아팠던 개인적 경험 때문에 이런 프로그램을 계획하게 됐다”며 “키르키스스탄에서 사업을 하기로 했으니 동반성장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고 그 일환으로 계획하게 됐다”고 말했다.문제는 비용이었다. 병원에서 드는 수술비는 길병원이 부담했지만, 아이들을 데리고 키르기스스탄과 한국을 오가는 항공료 등은 조 대표와 그의 팀이 부담했다. 부담이 적지 않았지만, 이들은 이듬해 두 번째 프로그램까지 진행했다. 두 번째 프로그램은 두 차례에 걸쳐 6명의 아이를 수술받을 수 있도록 했다.비용 문제로 고민이 커지려는 찰나 두 번째 프로그램이 끝나자 키르기스스탄 국회에서 합동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한국으로 가 무료로 수술을 받고 새 생명을 얻은 아이들의 사연이 소개됐고 길이 열렸다. 이를 계기로 한국 구세군의 지원을 일부 받았으며 인천시를 통해서 또 두 차례의 프로그램을 지원했다.조 대표는 심장병뿐 아니라 이른바 ‘언청이’로 불리는 구순구개열을 앓는 아이들도 무료로 수술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새로 진행하고 있다. 강릉 원주대학교 치과병원에서 지난 5월 두 명의 구순구개열 환아를 무료로 수술했다. 삼척 소재 김형태 치과병원의 김형태 원장과 강릉 원주대학 치과병원의 후원으로 이루어졌다. 그는 “지난 9년여 동안 10차례에 걸쳐 진행해왔던 심장병 어린이 무료 수술과는 또 다른 의미로 감동과 보람이 있었다”고 말했다.조 대표는 키르기스스탄에서 한국인 ‘민간 대사’로 통한다. 2009년부터 키르키스스탄에 거주 중인 그는 현지 진출을 원하는 한국 기업들을 위한 컨설팅을 하고 있다. 10년 정도 거주하며 현지 장관과 국회의원 등 폭넓은 네트워크를 갖춰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통한다. 현재는 주로 키르기스스탄 정부와 한국 정부의 가교역할을 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비전K 대표이사라는 직함 외에 그가 맡고 있는 직함은 여러 가지다. 한국-키르기스스탄 교류협력 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키르기스스탄 7개주(州) 가운데 하나인 이스쿨주 정부 고문 역할도 맡고 있다. 키르기스스탄 문화정보관광부 관광위원 15명 중 1명이기도 하다. 한국에서는 2013년 인천시 국제자문관으로 위촉되기도 했다.그가 처음 키르기스스탄에 가게 된 이유는 단순했다. 새로운 기회의 땅이 필요했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사업을 하면서 카자흐스탄과 중국에 지사를 가지고 있었는데, 두 지점의 가운데 있는 키르기스스탄에 자연스럽게 눈길이 갔다”며 “중국과 카자흐스탄보다 다양한 측면에서 경쟁이 덜 해 기회가 많아 보였고 사업가 입장에서 멀리 보고 갈 수 있는 나라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그가 느낀 키르기스스탄의 매력은 투자 및 비즈니스 환경이 주변국에 비해 뛰어나다는 점이다. 키르기스스탄은 CIS(1991년까지 소련 연방의 일원이던 독립 국가들) 국가 중 첫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이며 개방형 무역·투자 제도를 마련해 CIS 전 지역에서 가장 개방된 경제 체제 구축하고 있다. 조 대표는 “키르기스스탄은 직접투자가 100% 보장되는 나라”라며 “외화 반·출입이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것도 큰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이 외에도 키르기스스탄은 한국과 이중과세 방지협약이 체결돼 이중과세를 피할 수 있고 전기료와 인건비가 중앙아시아 다른 국가에 비해서 더 저렴하다. 조 대표는 “한국에선 포화상태이지만 중앙아시아에서는 경쟁력을 가진 아이템을 찾는다면 만족할 만한 사업환경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그는 특히 제조업의 성장 가능성이 클 것으로 내다봤다. 키르기스스탄은 러시아·카자흐스탄·벨라루스·아르메니아 등 주변국과 무관세 동맹을 맺고 있다. 조 대표는 “키르기스스탄은 제조 기반이 갖춰지지 않았지만 다양한 자원이 있기 때문에 조건에 들어맞는 아이템을 잡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며 “남북으로 국경무역을 할 수 있는 큰 시장이 있기 때문에 경쟁력 있는 제품만 있다면 판로도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제조업 성장 가능성 클 것”조 대표는 키르기스스탄의 제도뿐 아니라 문화 역시 한국인 사업가에게 유리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키르키스스탄 사람들은 한국을 형제라고 생각하며 한류의 영향력도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키르기스스탄 70여 고등학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으며 20여 대학교에 한국어과가 개설돼 있다. 키르기스스탄에는 한국 주간도 따로 있다. 주키르기스스탄 한국대사관 주관으로 수도 비슈케크 일대에서 일주일간 영화와 노래자랑 등 여러 행사가 이뤄진다. 조 대표는 “한국 학교에서 유학을 오려는 학생들, 한국에서 일을 하려는 학생이 많고 전체적으로 한국에, 한국인에 굉장히 호의적”이라고 말했다.조 대표는 키르기스스탄이 자신의 두 번째 조국이라고 말한다. 최근에는 이런 내용의 책도 쓰고 있다. 책 제목은 ‘아이 러브 키르기스스탄’으로 정했다. 그는 “한국에 키르기스스탄은 아직 생소한 국가이지만 그만큼 많은 기회가 있는 땅”이라며 “다양한 활동을 통해 한국과 키르기스스탄의 우호 증대에 기여하고 많은 한국 사업가가 키르기스스탄에서 시장을 선점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말했다.- 최윤신 기자 choi.yoonsh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