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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제품 불매운동 두 달 결과는] 자동차 57%, 유니클로 옷 70% 덜 팔려 

 

맥주 등 소비재 수입 확연히 줄어… 산업재도 국산화 움직임 잇따라 변화 예고

▎본사 임원이 “한국에서 불매운동이 오래 못 갈 것”이라고 했던 유니클로는 예상보다 강도 높게 이어진 국내 대응에 고전 중이다.
지난 7월 초 한국에 대한 일본의 경제보복 결정으로 국내에서 촉발된, 일본에 대한 불매운동이 좀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처음엔 “일시적일 것”이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던 일본 정부나 기업들은 내심 당혹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일본의 제조업 중에서도 선봉장 역할을 하는 자동차가 두 달여 불매운동으로 타격이 컸던 대표적인 분야였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8월 국내에서 팔린 수입차는 전년 동기 대비 4.6% 감소한 가운데, 일본산이 무려 56.9%나 급감했다. 닛산(-87.4%), 혼다(-80.9%), 인피니티(-68.0%), 도요타(-59.1%) 등이 나란히 직격탄을 맞았다. 불매운동 전인 6월만 해도 총 20.4%였던 일본산 차의 한국 내 시장점유율은 8월 7.7%로 뚝 떨어졌다.

심상찮은 분위기 속에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9월 6일(현지시간) “닛산이 한국 시장에서 철수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경기도 용인에 있던 닛산 전시장은 문을 닫기도 했다. 이에 대해 허성중 한국닛산 대표는 9월 17일 신차 ‘뉴 맥시마’를 출시하면서 “소중한 국내 고객에게 최고의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한국닛산의 다짐”이라며 철수설을 일축했다. 지금껏 품질과 안정성 면에서 국내 소비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던 일본산 차의 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풍경이다. 그런가 하면 국내 많은 애주가들을 만족시켰던 일본산 맥주 역시 불매운동 지속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관세청에 따르면 8월 일본 맥주 수입액은 22만3000달러로 전년 동기(756만6000달러) 대비 34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면서 전체 수입맥주 중 13위에 그쳤다.

“오래 못 갈 것” 호언장담에도…


일본 맥주는 근 10년간 국내 수입맥주 시장에서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킨 바 있다. 2009년 1월 미국산 맥주를 제치고 1위에 오른 이후 올 6월까지 단 한 번도 1위를 뺏긴 적이 없었다. 아사히와 기린, 산토리 등이 폭넓게 인기를 모았다. 그러나 일본 맥주는 불매운동이 시작된 7월 들어 수입액이 434만2000달러로 벨기에와 미국에 이은 3위로 밀려났다. 8월엔 결국 프랑스와 멕시코, 홍콩에도 밀린 13위가 됐다. 편의점 등 유통 업계가 불매운동 동참 취지에서 일본 맥주에 대한 할인 행사를 중단하는 결정을 한 것도 일부 영향을 미쳤다.

패션 산업에선 글로벌 스파(SPA, 기획부터 생산·유통·판매까지 직접 관리) 브랜드로 명성이 높은 유니클로의 고전이 눈에 띈다. 마찬가지로 불매운동 여파 때문인데, 특히 유니클로는 불매운동 초기 일본 본사(패스트리테일링) 임원이 공식석상에서 “한국에서 불매운동이 오래 못 갈 것”이라고 발언했다가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으면서 집중 불매 대상이 됐다. 패스트리테일링 측은 문제의 발언이 있은 지 닷새 후 공식 사과했지만 불매 열기를 막을 순 없었다. 9월 26일 패션 업계에 따르면 유니클로는 7월 이후 국내 매장 3곳이 문을 닫았다. 또한 금융감독원이 8개 신용카드 업체 자료를 집계한 바에 따르면 7월 넷째 주 유니클로의 국내 매출은 17억8000만원으로 전월 마지막 주(59억4000만원) 대비 70.1% 급감했다. 이 기간 무인 양품과 ABC마트도 매출이 각각 59%, 19%가량 감소했다.

이처럼 눈에 띄는 품목이나 기업들의 경우 외에도 일본산 소비재 수입은 광범위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9월 23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8월 전국의 일본산 수입액은 38억8583만 달러로 전년 동기(42억3236만 달러) 대비 8.2% 줄었다. 품목별로 ▶기타 농산물(-100.0%) ▶육류(-93.2%) ▶견직물(-86.2%) ▶기호식품(-79.4%) ▶사무기기(-58.2%) ▶유아용품(-43.5%) ▶귀금속과 장식품(-26.5%) ▶운동·레저용품(-22.0%) 등이 큰 타격을 입었다. 일본과의 교역 거점인 부산에서 발생한 8월 일본산 수입액도 1억6413만 달러로 전년 동기(1억7355만 달러) 대비 5.4% 줄었다. 품목별로 ▶그림(-98.6%) ▶면직물(-88.4%) ▶어육·어란(-78.7%) ▶비누·치약·화장품(-71.5%) ▶운동·레저용품(-66.2%) ▶문구·완구류(-44.7%) ▶주방용품(-44.4%) ▶이륜 자전거와 부품(-29.0%) ▶의료·위생용품(-27.7%) 등이 두 자릿수 감소율을 기록했다.

무형의 소비재라 할 수 있는 여행에서도 불매운동은 당초 관측보다 거세게 전개되고 있다. 일본정부관광국(JNTO)이 9월 18일 발표한 방일 외국인 여행자 통계(추계치)에 따르면 8월 일본을 찾은 한국인 여행자는 30만87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48.0%나 감소했다. 7월 감소폭(-7.6%)의 약 6배 수준이다. 그 결과 방일 한국인도 1~8월 473만31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9.3% 감소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그간 한국인은 세계에서 중국인 다음으로 일본을 많이 찾는(2위) ‘단골손님’이었지만 이런 분위기도 흔들리고 있다. 8월엔 대만인(42만300명)이 한국인보다 더 많이 일본을 찾았다. 한국인의 방문이 급감하면서 8월 한 달 일본을 방문한 전체 외국인은 전년 동기 대비 2.2% 줄었다. 내년 도쿄올림픽 개최를 앞둔 일본 정부로선 달갑지 않은 통계다.

기업들이 당장에 대체하기가 쉽지 않은 산업재 분야에선 아직까지 이런 불매운동 여파가 덜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일본 정부가 경제보복을 중단하지 않고, 불매운동이 장기화하면서 “산업재에서도 일본산을 대체하자”는 국내 목소리가 높아질수록 일본 산업 전반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예컨대 부품과 소재 부문에서 일본산 의존도가 높았던 국내 제조 업계는 최근 국산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기존에 쓰던 일본산 불화수소를 9월까지 전량 국산화하기로 했다. SK머티리얼즈도 반도체용 고순도 불화수소 개발에 나섰다. 산업재에서의 탈(脫)일본 가속화가 성과를 거둘 경우 일본 제조업을 지탱 중인, 한국과의 거래량이 많은 일본 내 부품·소재 분야 중소·중견기업들도 만만찮은 타격을 입게 된다.

경제인들 “미래지향적인 관계 회복해야”

이런 가운데 일본 경제인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아울러 양국 간 갈등이 정치적인 이유로 장기화해선 안 되며, 대화로 관계 회복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일부 한국 경제인들도 뜻을 같이했다. 한일경제협회와 일한경제협회는 9월 24~25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제51회 한일경제인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공동성명에서 “양국이 민관에서 쌓아왔던 호혜적이고 양호한 경제 관계가 위기에 처해 깊이 우려한다”며 “어려운 시기일수록 지금까지 발전시켜왔던 경제 교류의 유대가 끊어져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래지향적으로 (양국이) 잠재적 성장력과 보완 관계를 극대화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정치적 현안과는 별개로 한일 협업을 지속 추진하고, 양국 간 우호적 네트워크 인프라를 재구축하기로 했다고 한일경제협회 측은 밝혔다.

-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1503호 (2019.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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