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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발 액상형 전자담배 유해성 논란] 중증 폐질환 원인은 오리무중 

 

미국 정부, 대마 성분인 THC 의심… THC 액상 국내 유통 가능성은 작아

▎양순필 기획재정부 환경어네지세제과장이 9월 23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담배 과세 적정성 검토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액상형 전자담배’ 일부에 대한 판매 금지 계획을 내놨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액상형 전자담배를 두고 “우리는 사람이 아프게, 청년이 병들게 내버려 둘 수 없다”고 비판했다. 최근 미국과 캐나다 등지에서 전자담배용 액상과 관련된 것으로 추정되는 중증 폐질환 환자가 530여 명 발생한 때문이다. 이 중 8명은 사망했는데, 사망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미국 당국은 보고 있다. 한국 정부도 경계에 나섰다. 최근 국내에서도 액상형 전자담배가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9월 20일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 자제 권고와 함께 폐 질환자 모니터링, 제품 함유 물질 유해성 분석 등의 대책을 내놨다. 최근 벌어진 미국발(發) 액상형 전자담배 유해성 논란을 Q&A로 정리했다.

액상형 전자담배부터 설명해달라.

“니코틴이 들어간 액상을 기화시켜 흡입하는 담배다. 일반 궐련 담배 특유의 역한 냄새가 없고, 수박·망고 등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액상형 전자담배 기기는 막대처럼 기다란 배터리에 기화기(카토마이저, 액상에 열을 가해 수증기로 기화시키는 장치)가 달린 형태가 보통이다. 과거에는 성인 손가락 정도의 크기에 카토마이저가 달린 기기가 많았는데, 최근에는 USB로 착각할 만큼 크기가 줄고 편의성도 좋아졌다. 액상이 들어 있는 1회용 카트리지인 팟(POD)을 끼워 사용하고, 다 사용한 후에는 팟을 통째로 교체하는 폐쇄형(CSV)도 등장했다. 지난 5월 국내에 출시된 쥴랩스의 ‘쥴’과 7월 나온 KT&G의 ‘릴 베이퍼’가 대표적이다.”

미국·한국 등지에서 CSV 인기

액상형 전자담배는 얼마나 팔리고 있나.

“액상형 전자담배가 등장한 지 꽤 오래됐지만, 본격적으로 소비자의 눈길을 끌기 시작한 건 CSV 형태의 쥴이 등장하면서다. 쥴은 국내 출시 한달여 만에 610만팟이 팔려 나갔다. 쥴을 포함한 전체 전자담배 시장은 올 상반기 1억9360만갑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24.2% 증가했다. 미국에선 더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쥴 등 액상형 전자담배가 전체 전자담배 시장의 72%를 차지했다. ”

최근 발생한 액상 관련 중증 폐질환의 원인은.

“CDC에 따르면 환자 3명 중 2명은 18~34세다. 18세 미만도 16%에 달한다. 미국과 이웃한 캐나다에서도 최근 액상 관련 중증 폐질환 환자가 발생했다. 하지만 액상에 포함된 어떤 물질이 폐질환을 일으켰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미국 정부가 분석 중인데, 현재까지는 중증 폐질환을 일으킨 물질로 환각을 일으키는 대마초의 주성분인 THC(tetrahydrocannabinol)나 비타민E 화합물 등을 의심하고 있다. 환자 대다수가 THC나 비타민E 화합물이 든 액상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액상 제조에 통상적으로 THC를 사용하나.

“아니다. 전자담배용 액상은 글리세린(VG)과 프로필렌글리콜(PG), 니코틴, 향료 등으로 만든다. 이 중 니코틴을 제외하고는 모두 식품 첨가제로 사용하는 물질이다. 미국 정부가 중증 폐질환의 원인으로 의심하고 있는 THC나 비타민E 화합물은 통상적인 액상 제조에선 사용하지 않는 물질이다. 쥴랩스 등 액상제조사도 THC나 비타민E 화합물은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런데, 전자담배용 액상은 특성상 제조가 쉽다. 실제로 미국은 물론 국내에서도 집에서 직접 제조해 사용하는 흡연자가 적지 않다. 개인이 액상을 제조하는 과정에서 THC 등을 첨부할 수도 있다. 액상 제조사도 일부 흡연자가 기존 액상이나 자체 제조한 액상에 이 같은 물질을 첨가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액상 제조가 쉽다면, 국내에서도 이런 물질이 들어갈 가능성은.

“전자담배용 액상 제조사가 만든 액상에는 이 같은 물질이 포함돼 있지 않다. 따라서 시중에 유통됐을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그런데, 아예 없다고도 할 수 없다. 인터넷쇼핑몰 등에선 니코틴을 포함해 VG·PG 등 액상 제조에 필요한 물질을 쉽게 구할 수 있다. 누구든 손쉽게 액상을 제조할 수 있으므로, THC 등이 들어간 액상이 존재할 수는 있다. 다만, 다수 지역에서 대마를 허용하고 있는 미국과 달리 국내에선 불법이므로 일반인이 THC를 구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비타민E 화합물도 국내에선 금지된 물질이다. 미국 정부가 전자담배용 액상 판매 금지 조치를 한 것과 달리 우리 정부가 사용 중지 권고만 내린 것도 이 때문이다. 또 니코틴 함량 역시 국내에선 1% 미만만 유통할 수 있다. 미국은 3~5% 등 다양한 함량의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정부, 액상 담배세 인상 시사


그렇다면 국내 액상형 전자담배는 안전하다는 것인가.

“그리 단순한 문제는 아니다. THC나 비타민E 화합물이 들어간 액상이 유통됐을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그렇다고 안전하다고도 할 수 없다. 액상형 전자담배나 권련형 전자담배 모두 안정성이 아직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자담배 제조회사는 “덜 해롭다”고 강조하지만, 덜 해롭다는 과학·의학적 증거도 아직은 부족한 편이다. 특히 액상형 전자담배는 이제 막 세상에 나왔기 때문에 기화 과정에서 어떤 물질이 나오는지 확인된 게 없다. 우리 정부도 이제야 성분 분석에 나섰다.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쥴 액상에 대한 유해성분 분석을 진행 중으로, 결과는 내년 6월께 나온다. 또 다른 문제는 THC나 비타민E 화합물이 중증 폐질환의 원인이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이다. 미국 정부도 지금은 막연히 THC 등이 원인일 것으로 추정하는 단계다. 만에 하나 THC가 아니고 전자담배 맛을 내는 데 사용하는 향료나 VG·PG가 중증 폐질환의 원인이라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유통된 모든 전자담배용 액상이 위험하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세금 인상을 논의하고 있는데.

“일반 권련 담배와 비교해 과세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세율 조정을 한다는 계획이다. 이 때문에 액상 제조 업계에서는 사실상 세금 인상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풀이한다. 현재 일반 담배(20개비 기준)에는 2914.4원의 제세부담금(부가가치세 제외)이 붙는다. 궐련형 전자담배(20개비 기준)는 2595.4원이다. 반면 전자담배용 액상은 니코틴 농도에 비례해 세금을 부과하는데 가장 많이 팔리는 쥴 팟(0.7㎖) 기준으로 계산하면 1팟당 1261원에 그친다. 이 때문에 지난 5월 쥴 판매와 함께 과세 적정성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다. 기획재정부는 현재 담배 종류 간 세율 비교를 위한 객관적 기준 마련을 위해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

-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1503호 (2019.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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