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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의 노벨상 ‘로치데일공정개척자 대상’ 받는 김병원 농협중앙회장] 농가 소득 증대에 기여한 공로 인정받아 

 

취임 전후 3000만→4200만원… 국내 쌀 소비 촉진에도 앞장 서

▎사진:전민규 기자
“취임 후 2020년까지 농가 소득 5000만원 달성을 위해 노력했던 것이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다. 앞으로도 협동조합의 가치 실현과 책임감을 잊지 않겠다.”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은 9월 20일 국제협동조합연맹(ICA)이 수여하는 ‘로치데일공정개척자 대상’의 수상자로 선정된 후 농가 소득을 언급했다. 김 회장이 취임하기 직전인 2015년 국내 농가의 평균 소득은 겨우 3000만원을 넘는 수준으로 도시 근로자 가구당 평균 소득의 70%에 그쳤기 때문이다.

농가 평균 소득은 김 회장 취임 이후 2018년 4207만원으로 늘었지만 도시 근로자 가구당 평균 소득(6482만원)과의 차이는 여전하다. 국내 농가 소득이 낮은 이유로는 주 재배 작목인 쌀 소비 부진이 꼽힌다. 국내 농가의 37.9%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쌀은 장기 수요 감소에 직면해 있다. 쌀 80kg 당 가격은 2016년 13만원으로 떨어지면서 20년 전인 1996년(13만7000원) 가격을 밑돌기도 했다.

1인당 쌀 소비량 35년째 감소


▎서울시와 농협은 쌀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지난 9월 25일 서울광장에서 ‘우리쌀 가공식품·전통주 위드米 페스티벌’을 열고 기호식품·전통주 등 12개 우수 제품을 시상했다. / 사진:전민규 기자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 1인당 연평균 쌀 소비량은 61kg에 그치면서 전년 대비 0.8kg 감소했다. 1984년부터 35년째 감소세다. 1984년만 하더라도 우리 국민 1인당 연간 130.1kg의 쌀을 소비했으나 2001년 80kg대로 줄었다. 2012년에는 60kg으로 낮아졌다. 쌀 소비가 줄자 쌀 생산량 역시 감소하고 있다. 통계청에서 집계한 미곡 생산량 추이에 따르면 국내 백미 생산량은 1988년 605만t으로 정점을 찍었고, 2000년대 이후 500만t 이하로 내려 앉았다. 2012년에는 400만6185t으로 감소했고, 2018년에는 386만8045t으로 줄었다.

쌀 소비량이 계속 줄어드는 주요 원인은 식습관 변화가 꼽힌다. 아침과 점심, 저녁 세끼를 챙겨 먹었던 과거와 달리 아침을 거르는 경향이 많아졌다. 점심이나 저녁 역시 외식 비중이 커졌다. 질병관리본부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2010년만 해도 우리 국민의 아침 쌀 소비량은 연간 20.8kg이었지만 연간 4%씩 감소하면서 2016년에는 14.8kg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점심이나 저녁 식사에서 쌀 소비량은 각각 연간 2.3%, 1.9% 줄었다. 이 같은 추세는 다른 곡물도 마찬가지다. 통계청에서 조사한 1인당 양곡 소비량에 따르면 가정 내 밀가루 소비량 역시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또 다른 원인으로는 1인 가구의 증가가 있다. 1인 가구는 특히 아침 식사를 거르는 경향이 많아 쌀은 물론 다른 곡식의 소비량 역시 적다. 질병관리본부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2012년부터 5년간 1인 가구의 아침 식사에서 쌀 소비량은 평균 9.1% 줄었다. 다만 2000년대 초반부터 1인 가구의 증가가 두드러지면서 최근에는 1인 가구의 쌀 소비량 감소보다는 2인 이상 가구의 쌀 소비량 감소폭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

쌀 소비량 감소세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소비를 촉진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우선 2008년부터 쌀 가공식품 육성에 나서고 있다. 덕분에 최근 3년간 가공용 쌀 소비량은 증가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가공용 쌀소비량은 2017년에는 71만t으로 늘었다. 가공용 쌀 소비량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주정용 쌀이다. 통계청 양곡 소비량 조사에 따르면 주정 제조용 쌀 소비량은 2015년 15만6000t을 기록한 후 2016년과 2017년 각각 22만2000t, 21만6000t으로 집계됐다. 여기에는 막걸리 등 탁주와 약주 제조용 쌀 소비량은 포함되지 않았다. 탁주 및 약주 소비에 사용되는 쌀은 2015년 4만6000t에서 2017년 5만7000t으로 늘었다.

주정이나 탁주 등 음료가 아닌 식품용으로 활용된 쌀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떡류 제조 분야다. 다만 떡류 제조용 쌀 소비량은 2013년 20만4000t을 기록한 후 매년 감소세가 이어지며 2017년에는 16만9000t으로 줄었다. 대신 도시락 등 식사용 조리식품 제조용 쌀 소비량은 증가세다. 2015년 9만6000t가량이 도시락 등을 만들기 위해 사용됐으나 2017년에는 11만4000t으로 늘었다.

올해 1분기 정부 양곡의 가공용 쌀 소비량은 7만4827t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 늘었다. 지난해 쌀 가공식품 수출액도 전년 대비 24% 늘어난 89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정부에서는 지난 6월 ‘제2차 쌀 가공산업 육성 및 쌀 이용촉진 기본 계획’을 공개하고 유망 식품 연구개발을 위해 2023년까지 6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농가 소득 향상을 목표로 하고 있는 농협은 쌀 가격 안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쌀가루 소비 확대에 주목하고 있다. 1인당 연간 밀가루 소비량의 10%만 쌀가루로 대체해도 연간 17만t의 쌀 소비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농협 측은 2019년 쌀가루 판매 목표를 5000t으로 잡고 있으며 2020년에는 1만t, 2022년에는 5만t으로 늘려나갈 계획이다. 또 그레놀라와 찹쌀떡 아이스크림 등 쌀 첨가 가공식품 소비를 늘리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서울시와 손잡고 쌀 가공식품·전통주 페스티벌

농협은 쌀 소비 촉진을 위해 우리쌀 가공식품과 전통주 등 우수 상품에 대한 시상식도 개최하고 있다. 올해는 서울특별시와 함께 지난 25~26일 서울 광장에서 ‘2019 우리쌀 가공식품·전통주 위드米 페스티벌’을 개최하고 기호식품과 전통주류, 주식류 등의 우수 제품을 선정했다.

이번 행사에는 총55개 업체가 출품했고 전문가와 소비자 평가를 거쳐 12개 업체가 수상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최우수상에는 ㈜백제의 우리쌀 우리떡국과 안양주조의 숲향벼꽃 술도깨비, ㈜바비조아의 유기농아이조아7곡 등이 선정됐다. 서울시장상인 우수상은 제주시산림조합 임산물유통센터의 제주밭담 즉석영양밥, 네이처오다의 달칩 현미, 지란지교의 탁주지란지교 등이 뽑혔다.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은 “이번 행사는 소비지를 대표하는 서울시와 생산지를 대표하는 농협이 합심해 처음으로 개최하는 뜻 깊은 자리”라며 “농업인과 국민, 생산기업과 소비자가 교류하는 공감과 축제의 장으로서 새로운 희망을 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황건강 기자 hwang.kunkang@joongang.co.kr

1503호 (2019.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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