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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광원의 인간과 조직 사이(21) 상사에게 호감 받는 몸 사용법(1)] 사장의 썰렁한 농담에 임원과 대리 중 누가 크게 웃을까 

 

지나친 아부 아닌 협력 강화하는 방법... 상사와 대화 도중 간단한 질문도 바람직

▎사진:© gettyimagesbank
2015년 4월 30일, 북한의 중요 행사 중 하나인 제5차 인민군 훈련일꾼대회가 열렸을 때다. 국가적인 행사이니만큼 최고 권력자 김정은을 비롯 많은 핵심 인사가 참석했고 조선중앙TV가 관련 내용을 방송했다. 그런데 영상 중 재미있는 장면이 있었다. 이들이 이동하던 도중 당시 군부 1인자로 알려진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보다 한 걸음 정도 앞섰다가 이를 알고 깜짝 놀라 뒤로 물러선 것이다. 한두 걸음도 아니고 무려 네 걸음 정도 뒤로 간 다음, 김정은에게 앞서 가라는 표시로 양팔을 앞으로 내밀었다. 이 장면은 그 해 6월 조선중앙TV가 방영한 기록 영화에 나왔다(황병서는 2017년 숙청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걸음 정도 앞선 게 그렇게 놀랄 일일까? 지나친 아부 아닐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부라기보다 자연스러운 반응이라고 할 수 있다. 권력이나 계급이 강조되는 곳에서 맨 앞은 1인자의 전용 공간이기 때문이다. 안내하는 이들도 맨 앞을 차지할 수 없다. 북한에서만이 아니라 어디에서나 마찬가지다. 대기업 회장이 임원들과 어딘가로 이동할 때 회장보다 앞서 걷는 사람이 있을까? 있다면 그는 시쳇말로 간이 부어도 보통 부은 게 아닐 것이다.

세상 어디에서도 이런 규칙이 명문화된 곳은 없다. 그렇다고 지켜지지 않는 곳도 없다. 아니, 어떤 규칙보다 중요하게 여겨진다. 역학관계가 엄격한 곳일수록 몸을 쓰는 일은 말 없는 언어로 작동한다. 몸 쓰는 법을 알아야 하는 이유다. 몸은 말보다 훨씬 강력하게 전달되고 자신도 모르게 특정 정보를 상대에게 전달할 수 있기에 조심하지 않으면 큰 코 다칠 일이 많다. 큰 조직일수록 신체언어에 관한 암묵지를 모르는 게 ‘죄’가 된다. ‘조직의 뜨거운 맛’을 아프게 경험해야 한다.

요즘에는 경직된 서열 관행이 많이 사라지고 있지만 영영 사라질 것 같지는 않다. 지위는 대우 받기를 좋아하는 속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높은 분을 안내할 일이 생겼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지위 격차가 근소하다면 옆에 서도 괜찮지만 현격하다면 반 걸음 정도 뒤에 위치한 다음 “10m 더 가셔서 우회전입니다”와 같은, 차량 내비게이션 방식을 쓰는 게 바람직하다. 엘리베이터를 탈 때에는 “제가 먼저 타겠습니다”라고 한 다음, 먼저 들어가 가야 할 층의 버튼을 누르면 무난하다.

상사들에게서 인정 받는 이들의 특징


▎2015년 4월 30일, 제5차 인민군 훈련일꾼대회 도중 당시 군부 1인자로 알려진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보다 한 걸음 정도 앞섰다가 깜짝 놀라 뒤로 물러섰다. / 사진:조선중앙TV 캡처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은 아이들이 거짓말을 할 때 귀신처럼 알아차린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엄마들은 아이들의 말보다 몸을 읽는다. 거짓말을 하는 아이들은 티가 난다. 거짓말 경력이 일천하기에 눈의 초점이 흔들리고 자꾸 손을 입으로 가져간다. 뭔가 부자연스럽다. 그 몸짓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아는 엄마들은 아이들의 말을 귓등으로 흘리며 ‘취조’를 시작한다. “진짜? 진짜 그랬어? 그러면 이건 뭐야?”

상사들 또한 기본적으로 몸을 읽는 본능을 가진 데다 오랜 구력이 있다. 그들은 부하들이 하는 말은 반만 듣고 부하들이 자신들을 대하는 태도, 즉 몸의 움직임을 본다. 뭔가 느낌이 이상하면 자꾸 이상하고 어려운 일을 주어 수시로 테스트한다. 몸을 쓰는 능력이 일천한 이들은 거짓말 하는 아이들처럼 금방 속마음을 들켜 신뢰를 잃고 만다. 신뢰란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데서 시작되는데 그러지 못하니 ‘믿음직’과 멀어진다. 믿음이 가지 않는 팀원에게 좋은 평가를 하는 상사가 있을까? 그러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상사가 해야 할 몸짓은 따로 알아볼 것이다)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정신 없이 일을 하고 있는데 팀장이 자꾸 부르면 누구나 짜증이 난다. 이럴 때 우리는 대체로 고개 한 번 돌리면서 “예” 하고 대답한 다음, 수시로 PC나 노트북 모니터로 시선을 돌린다. ‘바쁘긴 하지만 두 귀로 잘 듣고 있으니 말씀 하시라’는 뜻이다. 우리는 이런 식으로 나름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팀장의 생각은 다를 때가 많다. 사람은 자기를 우선하는 성향을 갖고 있기에 팀장에게 이런 자세는 자기 얘기를 귓등으로 듣는 것처럼 보인다. ‘지금 나를 뭘로 여기는 거야?’라는 괘씸해 하는 마음이 생겨날 수 있다.

‘아니, 꼭 이렇게 형식적으로 해야 해?’ 이런 볼멘소리를 할 수 있지만, 우리도 상사에게 보고할 때, 상사가 수시로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면서 “듣고 있으니 말하라”고 하면 맥이 빠진다.

이럴 땐 “지금 급하게 처리해야 할 일이 있으니 10분 후에 하시면 어떨까요?”라고 하는 게 낫다. 가능하면 바쁜 일이 무엇인지 간단하게 구체적으로 말하는 게 좋다. 팀장이 사안의 경중을 헤아릴 수 있게 말이다. 물론 무미건조한 표정과 태도보다 급한 듯, 간청하는 듯하는 표정과 자세를 조금이라도 곁들이는 게 효과적이다. 혹시 시간이 늦어져 10분이 넘어간다면 ‘내가 바쁜 걸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넘기지 말고 다시 가서 재요청을 해야 한다. 직급이 높을수록 부하를 기다리는 걸 좋아하는 상사는 거의 없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하는 실수가 있다. 별로 탐탁치 않은 마음으로 서서 상사의 말을 듣고 있을 때 우리는 우리도 모르게 상체와 하체의 방향을 달리한다. 상체는 상사에게 향하지만 하체(대체로 발끝 방향)는 다른 곳을 향한다. 다른 곳이란 한시라도 이 상황을 벗어나서 가고 싶은 곳, 그러니까 우리 자리나 문 쪽이다. 신체 언어 전문가로 미국 FBI 수사관을 지낸 존 내버로에 따르면 얘기를 나눌 때 온 몸을 팀장에게 향한 사람은 호감을 받을 가능성이 크지만, 상체만 팀장을 향한 사람은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팀장의 무의식이 후자의 몸짓에서 ‘저 사람은 나와 멀어지려고 하는구나’라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 몸에서 다리는 거짓말을 못하는 신체이기에 속마음이 많이 담겨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자세를 우리는 느끼지 못하지만 상사는 느끼고, 더러는 마음에 새긴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신경이 곤두서 있을 때 팀장이 일을 더 얹어 주면 우리도 모르게 한숨이 나오고 인상이 일그러진다. 우리는 모르지만 상사는 보고 기억한다. 상황을 이해한다고 해도 기억 속에 남고 이런 일이 쌓일수록 좋은 관계는 물 건너 간다. 온몸이 지쳐 있을 때 자꾸 말을 걸거나 뭔가를 시키는 상사에게 한마디 던진 게 두고두고 후회의 씨앗이 되는 일, 누구나 한번씩 경험하지 않는가.

이뿐인가? 상사가 얘기하는데 다리를 달달달 떨거나 몸을 자꾸 움직이는 사람은 긴장하다 보니 자기도 모르게 그렇게 하는 것이지만, 상사는 다르게, 대체로 부정적으로 받아들인다. 일부러 한 게 아닌 행동을 상사가 중시하면 결과는 보나 마나다. 기껏 열심히 일해 놓고 말로 그걸 까먹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일은 일 대로 하고 오해는 오해 대로 받는 억울한 일이 벌어진다. “일은 잘 하는데 됨됨이가 좀…” 이런 말을 듣게 된다.

상사를 이기는 부하는 오래 가지 못한다


어느 조직에나 상사들의 호감을 받는 이들은 이런 의도치 않은 실수를 확실히 덜한다. 우연이 아니다. 상사를 대하는 법을 알기 때문이다. 이들에게서 볼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태도는 상사를 넘어서지 않는 것이다. 넘어서지 않는다는 건 이전 회에 몇 번에 걸쳐 강조한 몸의 크기에서부터 몸의 위치와 목소리, 일의 결과물 등을 포함한다. 문화인류학자 에드워드 홀이 한 말이 있다. “모든 문화적 행동은 생물학적인 기반을 갖고 있다.” 이전 회에 언급했던 자연의 생존원리가 우리에게도 적용된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상사보다 덩치가 큰 사람은 공식적인 자리일수록 상사 근처에 있지 않는 게 좋다. 상사의 키가 작을수록 그렇다. 사람들에게 그걸 명확하게 인식시키지 말아야 한다. 몸짓을 크게 하지 않아야 하는 건 물론이다. 상사와 부하로 일하다가 헤어져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들을 보면 둘 다 반가워하지만 몸짓은 다르다. 상사의 몸짓이 훨씬 크다. 두 팔을 활짝 벌리고 상대를 맞이한다. 부하가 그럴 수 있을까? 웬만큼 친한 사이가 아니면 하기 힘들다. ‘작은 몸’으로 반가워하는 게 아랫사람이 해야 할 행동이고 예의다. 사적일 때도 이러니 업무에서는 말할 것도 없다.

자신이 하는 말을 강조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거나 압박감을 느끼게 하는 것도 조심할 일이다. 상사의 호감을 받는 이들이 “잘은 모르겠습니다만…” “제 생각에는”이라는 방어적 문구를 사용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사장실에 들어갈 때 몸을 작게 하는 것처럼 자신의 말도 작게 한다. 과시하지 않고 축소한다. 어느 정도 직급이 있는 이들이 상사보다 더 크고 좋은 차를 타지 않으려고 하고, 더 비싼 옷을 입지 않으려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우리나라 행정안전부는 지위별 사무실 면적까지 규정하고 있다.

우리가 일하는 조직의 어두운 면이긴 하지만 상사는 자신보다 뛰어난 부하보다 코드가 맞거나 마음이 가는 부하를 더 신뢰한다. 뛰어난 리더들이 후계자를 잘못 선정하는 이유 중 하나다. ‘오른팔, 왼팔’이라는 표현처럼 자신의 대리인을 선정하려다 일을 그르치는 것이다. 영화 [미션 임파서블]에 나오는 톰 크루즈처럼 독자적으로 행동하거나 시킨 일보다 훨씬 잘하는 부하들은 대개 슬쩍 내동댕이쳐진다. 상사의 자존심을 건드리거나 그의 자리를 위협하는 것처럼 여겨지면 더 그렇다. 상사를 이기는 부하는 오래 가지 못한다. 상사들도 인간이기 때문이다.

상사와의 관계가 좋은 이들에게서 볼 수 있는 두 번째 특징은 피드백이다. 피드백이란 상사와의 커뮤니케이션에서 고개를 끄덕끄덕하는 등 ‘장단’을 잘 맞추는 것이다.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리액션을 잘 해주는 것과 비슷한데, 똑똑한 이들은 여기에 한가지를 더 한다. 간간히 간단한 질문을 던져 상대의 기분을 추어올린다. 질문을 던진다는 건 ‘당신의 말을 관심 있고 주의 깊게 듣고 있다’는 신호로 전달되는 까닭이다.

탁월한 이들은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간다. 미국 텍사스 대학의 제임스 웨스트펄과 노스웨스턴 대학의 이타이 스턴이 미국의 350개 기업의 경영진을 대상으로 그들이 어떻게 임원 자리에 올랐는지 연구한 결과, 많은 이들이 그들의 상사에게 조언을 구했다. 어떻게 그 자리에 올랐는지, 자신이 어려워하는 일을 어떻게 해결했는지 노하우를 물었다. 덕분에 그들은 실제적인 정보 뿐만 아니라 그들의 지지까지 얻었다. 조언을 구한다는 건 “한수 가르쳐 달라”는 뜻으로 상대의 능력을 완전하게 신뢰할 때 나오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상사는 이렇게 생각한다. “내가 그런 능력을 가진 걸 알다니, 똑똑한 친구군.”

미국 브리검영 대학의 케이티 릴젠퀴스트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상사에게 조언을 구하는 사람의 승진 가능성이 그렇게 하지 않는 사람(31%)에 비해 두 배 가까이(58%) 높았다. “조언을 구하는 사람은 온화하고(warm) 겸손하고(humble), 협력적인 사람으로 여겨졌다.” 물론 조언만 받고 귓등으로 흘리면 안 하니만 못하다. 또 시시콜콜 이것저것 물어보는 것도 역효과를 낸다.

행운이 있는 사람들의 평소 몸짓

상사가 기분 좋게 하는 말이나 유머 같은 말을 할 때 ‘알아서’ ‘잘’ 웃어주는 것도 능력이 된다. 사장이 같은 내용의 썰렁한 유머를 대리급과 임원급에게 했을 때 어느 쪽 웃음 소리가 더 클까? 말할 것도 없이 후자다. 지위가 올라갈수록 자신의 기분과 관계 없는 호쾌한 웃음을 터트리는 데 익숙해지고 또 그래야 하기 때문이다. 재미 있어서 웃는 게 아니라 별 일 없게 하기 위해, 그러니까 관계를 돈독하게 하기 위해 웃지만 말이다(물론 당사자들은 절대 아니라고 한다). 오래 전 [양복 입은 원숭이]라는 책을 쓴 미국의 저널리스트 리처드 콘니프는 예절에 관한 오래된 지침서에서 봤다며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부하들은 누군가의 마음에 들고 싶을 때 웃고, 상사는 자기 마음에 드는 게 있을 때 웃는다.”(웃으면 실제로 즐거워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긴 하다)

나쁘게만 볼 일이 아니다. 지나친 아부로 보일 수도 있지만 좋게 보면 협력을 강화하는 방법인 까닭이다. 이런 행동은 경계심과 공격성을 낮춰 안정적인 조직 분위기를 만든다. 성장성이 좋은 조직에서 이런 행동들이 흔한 게 그 증거다.

마지막으로 상사들의 지지를 잘 받는 이들은 평소 행동이 안정적이다. 말을 신중하게 하고 무엇보다 말과 몸짓이 일치한다. 미국 유타대 엘리자베스 테니 교수팀의 연구에 따르면 어떤 일에 “자신 있다”고 말한 사람이 일을 잘 못하면 신뢰감이 확 떨어진다. 되려 “자신 없다”고 한 사람을 더 신뢰하게 된다. 반면 “자신 있다”고 말하지 않고 ‘자신 있게’ 자기 소개를 하면 그가 일을 잘 하지 못해도 여전히 신뢰감를 보낸다. 말보다 몸짓을 믿는 것이다.

우리가 하는 몸짓은 제품의 디자인이 그렇듯 그 자체로 하나의 전략이다. 디자인은 굳이 설명하지 않는다. 글로 전하지 않아도 멀리서도 금방 알아 볼 수 있다. 왜 라면 디자인이 대체로 빨간색이거나 노란색일까? 빨간색은 맵고, 노란색은 덜 매우면서 달달하는 뜻이다. 우리의 평소 몸짓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하는 의식적·무의식적 몸짓은 우리가 누구인지를 나타낸다. 인간행동연구가인 앨런 피즈와 바바라 피즈가 수천 건의 협상을 녹화해 분석한 결과 업무 미팅에서 바디랭귀지가 끼치는 영향력이 60~80%나 됐다. 또 상대를 볼 때 가장 먼저 눈을 보는 게 아니라 몸을 봤다. 내가 하는 몸짓이 나라는 얘기다.

행운이 있는 사람들은 신체언어(body language)를 잘 사용한다. 행운과 불행에 대해 수십 년 동안 연구해 오고 있는 리처드 와이즈먼에 따르면 행운과 불행은 지능이나 외모와는 큰 관련이 없었다. 행운이 많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사람과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영상으로 찍어 분석해 보니 행운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보다 더 자주 웃고 눈을 더 많이 마주쳤다.

※ 필자는 인간자연생명력연구소 소장이다. 조직과 리더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콘텐트를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 [사장으로 산다는 것] [사장의 길] [사자도 굶어 죽는다] 등이 있다.

1502호 (2019.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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