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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박사의 힐링 상담 | 사돈 간의 갈등 극복] 자식의 생각까지 소유하려 해선 곤란 

 

기르되 간섭하지 말아야… 자식의 보상도 바라지 않아야

▎사진:© gettyimagesbank
그는 연 매출 수백억대의 성공한 기업가다. 슬하에 남매를 두었고, 아들은 5년 전 대학 동기와 결혼했다. 사돈댁 역시 기업을 경영한다. 사부인이 운영하는 작지만 튼실한 기업이다. 사돈지간이 쉽지 않은데 사부인이 주도권이 있어 더 불편했다. 결혼 준비 과정에서 다소 삐걱거렸지만, 아들의 의지는 강했고 이 정도는 누구라도 겪는 일이라 생각했다.

손주가 태어났다. 문제가 생겼다. 회사 사택에서 분가해 살던 며느리는 손주를 맡기려 친정 근처로 이사하겠단다. 이미 사돈댁과 상의도 끝난 듯하다. 문득 손주는 물론 아들마저 뺏기겠다는 위기감이 들었다. 비싼 자동차를 선물하면서 겨우 며느리를 설득했다. 이후 며느리는 공동 육아를 해야 한다며 남편의 이른 귀가를 요구한다. 금슬 좋은 아들은 며느리 말대로 매일 일찍 귀가한다. 아들은 일을 잘했다. 가업승계에 대한 걱정이 없었다. 지금도 일을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조만간 회사를 책임져야 할 사람이 오로지 육아만 신경 쓰는 듯한 모습이다. 화가 치밀어 오른다. 잘못된 결혼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한참을 끙끙 앓다 결국 아들을 회사에서 내보내기로 했다. 고생을 해봐야 정신 차릴 거라는 판단에서다. 소액의 돈을 주면서 창업을 하던지 취직을 하라고 했다. 아들 부부는 3달 만에 회사로 복귀했다. 똑똑한 며느리는 모든 게 자신 때문이라는 것을 잘 안다. 그럼에도 시아버지 뜻대로 살려는 생각은 없다. 회사를 나간 후에도 고생은커녕, 친정에서 생활비를 지원받으며 살았다. 황당하다. 시댁에 대한 반발인가 싶기도 하다. 사돈 간 팽팽한 긴장감이 돈다. 이혼시키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절대 이혼할 아이들이 아니다. 아들에게 섭섭하고, 며느리에게 화가 나, 사돈댁이 원망스럽다. 화병이 날 지경이다.

며느리에게 끌려다니는 아들

“사돈의 팔촌이다.” 예부터 사돈은 어려운 상대다. 남이나 다름없는 먼 친척이다. 허물없이 대하기 어렵고, 예의 갖춰 대하는 관계다. “사돈집과 뒷간은 멀수록 좋다.” 요즘도 사돈은 부담스럽다. 결혼 때 보고 평생 안 보기도 한다. 집이 가까워도 방문하기를 꺼린다. “사돈 남 말한다.” 사돈에게 할 말이 있어도, 남에게 말하듯 하게 된다. 말 한마디가 자식에게 흉이 될까 조심스럽다. 부모들이 서로 안 맞는데, 자녀들이 애틋한 사랑으로 결혼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사돈 간 힘겨루기와 격한 갈등이 예상된다.

아버지가 뭘 잘못했을까? 양가 갈등은 손주가 생기면서 불거졌다. 아들 안 뺏기려는 위기감에 거액을 투자했다. 며느리는 고마워않고 공동 육아 카드를 꺼낸다. 아들 부부를 내보내는 강수로 받아치는데, 사부인이 생활비를 대준다. 3달 만에 돌아왔는데 반성하는 기색이 없다. 아버지는 미래를 살고 있다. 가업승계를 고민하고, 아들 성공에 매달린다. 그는 자수성가했다. 평생 하나에 집중했다. 오로지 성공을 위해 뛰었다. 그는 강박증자다. 강박증은 남자의 전형이다. 생존 문제에 집착한다.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며느리가 뭘 잘못했을까? 시댁 갈등은 아이가 탄생하며 벌어졌다. 아이 돌보는 데 친정 도움은 당연하지 않나. 뜻밖의 선물로 주저앉았다. 며느리 사랑은 시아버지다. 요즘 공동 육아는 대세다. 독립하라는 제안은 바라던 바다. 혹사당하는 남편에게 좋은 기회다. 결국 자리를 못 잡고 복귀했다. 며느리는 과거를 살고 있다. 결혼 전후가 달라질 게 없다. 그녀는 현모양처다. 가사와 육아를 좋아한다. 오로지 행복을 위해 산다. 그녀는 히스테리다. 히스테리는 여자의 전형이다. 남편의 성공을 위해 산다. “타자의 욕망을 욕망한다.”

아들이 뭘 잘못했을까? 집안 갈등은 애초부터 예상했다. 아버지가 꺼려하는 결혼이었다. 신혼의 단꿈은 잠시였다. 가업승계가 큰 부담이다. 일도 잘하고 싶고, 아이도 잘 키우고 싶다. 아버지도 중요하고, 아내도 중요하다. 중심 잡기가 어렵다. 어떻게 사는 게 정답인가. 아들은 현재를 살고 있다. 과거를 떠오르기 싫고, 미래는 상상하기 어렵다. 이래도 문제고 저래도 문제다. 그는 사토리족으로 산다. 사토리족은 도(道)를 깨달은 사람이다. 그는 초연한 자세로 달관한 사람처럼 산다. “오늘 한 그루 사과나무를 심는다.”

우리 생각은 시대사조에 영향 받는다. 부모는 베이비붐세대이고, 자녀는 밀레니얼세대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세대별 성공적인 인생에 대한 견해가 다르다. 베이비붐세대는 큰 걱정 없이 안정된 수입으로 사는 가족과 화목한 삶이다. 밀레니얼 세대는 수입은 적어도 좋아하는 일과 취미를 즐기며 사는 삶이다. 베이비붐세대는 권위를 중시하고, 사람에 영향 받는다. 이중적이고 복잡하며, 일을 좋아한다. 밀레니얼세대는 자유를 중시하고, 정보에 영향 받는다. 솔직하고 단순하며, 놀이를 좋아한다.

아들에게 섭섭해 하지 말고 며느리 미워하지 말아야

그에게 탁월한 처방은 무엇인가? 노자의 세 가지 현묘한 덕(玄德)으로 풀어보자. 첫째. 생이불유(生而不有), 낳되 소유하지 말자. 아들에게 섭섭해 하지 말자. 섭섭함은 내 편이기를 바라는 데서 온 것이다. 내 자식인데 남에게 뺏길 수 있나? 부모라면 낳은 것에 최선을 다한 것이다. 무소유를 실천하자. 자식의 생각을 소유하려 하면 안 된다. 아들은 나름 자기 생각이 있다. 자식의 행동까지 소유하려 하면 안 된다. 아들도 아버지의 뜻에 따르려하고 있다. 머리(知)를 비우자. 생(生)이라는 것이 본래 공(空)인 것을 깨닫자. “수컷처럼 강한 힘을 가지고도 암컷처럼 겸허를 지키면 천하의 인심을 얻게 된다.”

둘째, 위이불시(爲而不恃), 행하되 기대하지 말자. 며느리 때문에 화내지 말자. 분노는 좋은 반응을 예상한 데서 온 것이다. 아무런 기대 없이 퍼줄 수 있나? 부모라면 주는 것에 최선을 다한 것이다. 무욕(無慾)을 실천하자. 자식의 존경을 바래서는 안 된다. 며느리는 나름 시아버지를 존중하고 있다. 자식의 보상을 바래서는 안 된다. 며느리도 시아버지의 배려를 고마워하고 있다. 가슴(情)을 비우자. 뼈와 살을 가진 인연 맺은 인간들을 뜨겁게 사랑하자. “천하의 인심이 모여오면 덕(德)이 항상 떠나지 않는다.”

셋째, 장이부재(長而不宰), 기르되 간섭하지 말자. 사부인을 원망하지 말자. 원망은 이해해 주기를 바라는 데서 온 것이다. 내 자식인데 간섭해야 하지 않나? 부모라면 기른 것에 최선을 다한 것이다. 무간섭을 실천하자. 자식이 잘 자란 것에 만족해야 한다. 사부인은 나름 노력하고 있다. 자식이 건강한 것에 만족해야 한다. 사부인도 사돈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한다. 배(意)를 비우자. 내 한 몸에 매이지 말고 만물과 연결됨을 느끼자. “덕(德)이 떠나지 않으면 갓난아이로 돌아가게 된다.”

※ 필자는 정신과의사, 경영학박사, LPJ마음건강 대표. 연세대 의과대학과 동대학원을 거쳐 정신과 전문의를 취득하고, 연세대 경영대학원과 중앙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임상집단정신치료] [후박사의 마음건강 강연시리즈 1~5권] [후박사의 힐링시대 프로젝트] 등 10여권의 책을 저술했다.

1505호 (2019.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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