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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파만파 커지는 라임자산운용 환매 연기 사태] 내부통제 기능 상실한 운용사 투자자 보호 뒷전인 판매사 

 

2000여 투자자 1조3000억원 묶여… 외형 키우기에 급급해 리스크 관리 뒷전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이사가 10월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에서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연기 관련 기자 간담회를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강남 부자들이 줄서서 가입한다는 금융상품이 있었다. 라임자산운용(이하 라임)이 출시하는 펀드다. 이 회사는 국내 최대 사모 헤지펀드 전문 운용사다. 지난해 11월 라임이 채권상품에 투자하는 사모펀드를 출시하자마자 곧바로 600억원에 가까운 투자금이 모였다. 사모펀드는 투자자(펀드 가입자) 수를 49인 이하로 제한한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1인당 평균 투자액이 10억원을 넘었는다는 이야기다.

강남 부자들이 줄서서 가입했는데…


라임이 내놓는 사모펀드는 최저 가입금액이 1억~3억원 사이. 이 채권형 펀드의 경우는 3억원으로 책정됐다. 그래서 라임의 주요 펀드에는 몇억원 정도 들고서는 명함도 못 내민다는 이야기까지 있었다. 지난 5월 한 매체는 고액자산가 사이에서 라임 펀드의 인기를 이렇게 전했다. “요즘 강남 부자들은 라임의 신규 펀드가 나오기만을 기다린다고 한 대형 증권사 PB(프라이빗뱅킹) 팀장은 말했다. 증권 업계 관계자는 ‘자산운용사 직원들이 자기네 회사 펀드를 팔아달라며 증권사와 은행 지점을 찾아오는 게 보통인데 라임은 정반대’라며 ‘오히려 PB 팀장들이 고객 성화에 못 이겨 투자기회를 늘려줄 수 없겠느냐고 라임에 읍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라임은 이렇게 강남 부자들 줄 세운다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기세등등했다. 한국형 헤지펀드 시장의 무서운 성장세에 올라탄 라임의 사모펀드 운용자산은 2014년까지만 해도 ‘제로’였다. 2015년에는 겨우 200억원을 웃돌았다. 그러나 2016년 2000억원을 돌파하더니 2018년에는 3조6000억원, 올해 6월에는 5조6000억원으로 치고 올라갔다. 10월 중순 현재는 4조8000억원으로 떨어진 상태다.

그러나 이번에 브레이크가 단단히 걸렸다. 자산운용사로서는 최악의 상황. 고객 투자금을 제때 돌려주지 못해 머리를 숙이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 회사가 고객에게 판매한 펀드투자 잔액은 4조8300억원 수준이다. 라임은 이 가운데 8400억원에 대해서는 고객들의 투자회수 요구가 있어도 응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환매 연기를 선언한 것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에 더해 4900억원은 앞으로 만기가 돌아와도 상환금 지급을 연기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 환매연기 금액이 사실상 1조3000억원에 이르는 셈이다.

운용자산 4개월 새 8000억원 줄어


투자원금에 수익을 얹어 돌려주기는커녕 고객 총 투자금의 4분의 1이 넘는 돈을 제때 지급하지 못하게 됐다고 고백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지난 10월 14일 서울 여의도 IFC 빌딩에서는 라임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주제는 환매 연기에 대한 입장 발표와 대책. 이 자리에서 라임의 운용최고책임자(CIO)인 이종필 부사장은 증권사와 은행에 대한 불만을 강하게 토로했다. ‘억울하다’ ‘원통하다’ ‘후회한다’는 단어까지 튀어나왔다. 얼핏 들어보면 피해자라는 주장을 하는 느낌마저 들 정도였다.

라임은 무엇이 그렇게 억울한 것일까. 이 회사는 잘못이 없는 것일까. 없어 못 판다는 펀드를 운용하던 이 회사에 몇달 새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이걸 알려면 이 회사 펀드의 독특한 투자와 만기 구조, 레버리지 전략, 일반적인 펀드 판매 구조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펀드를 만들고 운용하는 것은 자산운용사다. 하지만 자산 운용사는 지점망이 빈약하다. 그래서 펀드 판매는 전국 각지에 지점망이 깔려있는 은행이나 증권사에 맡긴다. 판매사는 당연히 판매수수료를 받는데, 자산운용사에 대한 입김이 아주 세다. 예컨대 펀드를 폐쇄형과 개방형 가운데 어느 것으로 할 것인가, 만기는 어느 정도로 할 것인가 등 주요 사안에 대해 사실상 결정을 내리기도 한다.

폐쇄형은 만기 전 상환요청(환매)을 못하는 펀드다. 개방형은 대개 초기의 일정 기간이 지나면 언제든 환매 요구가 가능하다. “폐쇄형으로 만기 1년 이상의 펀드를 설계해서 은행이나 증권사 판매담당자를 만나면 대뜸 개방형으로 수정하라고 말합니다. 만기를 1년에서 6개월 이하로 바꾸라고 하기도 합니다. 대꾸를 할 수가 없지요. 팔아주겠다는 곳이 갑이니까요.” 자산운용사 영업담당 직원의 말이다.

개방형이면서 만기를 짧게 하려면 펀드가 편입하는 투자자산의 유동성이 아주 높아야 한다. 환매 요구가 들어올 경우 대응능력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라임 펀드는 그렇지 못했다. 라임의 펀드 투자구조 자체가 좀 독특하다. 예를 들어 기업이 사모로 발행하는 회사채에 투자하는 펀드를 만든다고 하자. 일반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여러 개의 펀드를 모집하는데, 이를 자(子)펀드라고 한다. 이 많은 자펀드들이 조성한 자금은 1개의 모펀드로 흘러간다. 이 모펀드가 기업들이 발행한 각종 사모채권들을 인수한다. 모펀드가 운용수익을 내서 자펀드에 배분하는 식이다.

이번에 환매 연기 사태를 맞은 모펀드는 3개다. 각각 사모사채, 메자닌 상품(전환사채 등), 무역금융상품에 주로 투자하는 펀드다.

일반투자자들은 자펀드에 가입했기 때문에 자펀드를 대상으로 환매 요구를 한다. 환매 요구에 대응하려면 모펀드가 그만한 현금을 확보해야 한다. 보유 자산의 유동성이 좋다면 빨리빨리 자산을 매각해 현금을 마련할 수 있다. 그래도 환매 요구 금액이 크고 속도가 빠르면 자산 매각 속도가 이를 따라갈 수 없다. 당연히 환매불능 사태를 맞는다. 만약 펀드가 보유한 투자자산이 유동성마저 떨어지는 상품이라면,이것은 엎친 데 덮친 격이 된다. 라임자산운용이 처한 상황이 이랬다.

라임은 펀드를 운용하는 과정에서 고객 투자금 외에 증권사 자금을 동원해 높은 수익률을 추구했다. 증권사와 이른바 TRS(Total Return Swap, 총수익스왑)라는 계약을 맺는 방법이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이런 식이다. 라임펀드가 A사 발행 사모사채에 투자해 수익을 내려고 한다. 라임펀드는 증권사와 TRS 계약을 맺는데, 증권사는 계약에 따라 A사 채권 200억원어치를 직접 인수한다. 채권에서 발생하는 이자수익은 모두 라임펀드가 챙긴다. 대신 라임펀드는 증권사에 200억원에 해당하는 TRS 수수료를 낸다. 라임은 또 증권사에 100억원을 현금담보로 제공한다. 이 담보에서 발생하는 이자도 라임이 받는다. 그래서 총수익을 스왑(교환)한다고 하는 것이다. 라임펀드 입장에서는 사모사채 200억원어치와 현금담보 100억원에서 발생하는 이자를 얻고, TRS 수수료 비용을 치르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100억원의 현금을 활용해 200억원 채권투자를 하는 것과 같은 레버리지 효과를 누리게 되는 셈이다.

현재 6개의 대형 증권사가 라임과 같은 헤지펀드 운용사에게 이 같은 지원 업무를 제공한다. 이를 PBS(Prime Brokerage Service,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라고 한다. 사모사채 펀드뿐 아니라 이번에 문제가 된 메자닌 펀드나 무역금융상품 펀드 역시 증권사와의 TRS 계약을 많이 활용했다.

메자닌은 전환사채(CB, Convertible Bond)처럼 채권과 주식의 두 가지 성격을 모두 갖고 있는 채권을 말한다. 예를 들어 투자자 갑(甲)이 A사가 발행하는 3년 만기 CB 100만원어치(표면이자 5%)를 인수했다고 하자(주당 전환가격은 1만원으로 가정). A사 주가가 1만원을 넘으면 갑은 투자금을 주식으로 전환(100만원/전환가격 1만원=100주)한 후 매각해 차익을 얻을 수 있다. 만기 때까지 주가가 1만원을 넘지 못하면 채권이자를 받다가 원금을 회수하면 된다. 대개의 CB는 투자자에게 조기상환요구권(풋옵션)을 부여하기 때문에 만기 전이라도 투자금 회수를 요구할 수 있다. CB도 회사채이기 때문에 갑은 CB 자체를 장외시장에서 매각할 수 있다. 그런데 일반회사채이건, CB건 사모발행인 경우 거래가 쉽지 않다. A사 주가가 전환가격을 크게 밑돌고 있는 상황이라면 CB 가치평가 금액이 떨어지기 때문에 손해를 보고 팔 수밖에 없다.

라임 펀드는 이런 메자닌 투자에서도 증권사와의 TRS 계약을 통한 레버리지 전략을 추구했다. 증권사는 자기 자금으로 사모 CB를 인수한다. 라임펀드는 이 CB에서 발생하는 이익이나 손실을 모두 자기의 몫으로 돌리고, 증권사에게는 TRS 수수료를 지급하는 식이다. 라임펀드가 이익이나 손실의 주체가 된다는 점, 증권사는 고정 수수료를 받는다는 점, CB는 잠재 주식이라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메자닌 TRS 계약은 일종의 주식담보대출의 성격과 유사하다.

헤지펀드가 투자하는 무역금융상품은 일반적으로 수출 업체의 매출채권을 담보로 잡고 대출을 해주는 것을 말한다. 일종의 매출채권 유동화다. 수출 업체가 납품 업체에 줘야 할 돈을 대신 내주고 수출대금이 들어오면 원리금을 회수하는 투자 상품도 있다. 라임은 국내 펀드를 만들어 해외 글로벌헤지펀드가 운용하는 무역금융펀드에 투자했다. 라임은 무역금융상품 투자에서도 증권사와의 TRS 계약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펀드가 투자한 자산에 문제가 생겨 증권사와의 TRS 계약이 해지되거나 신규 TRS 계약이 어렵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자산운용사 입장에서는 펀드 현금흐름 유지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특히 라임펀드처럼 개방형 비중이 큰 경우 증권사가 TRS 계약을 해지하고 자산 매각으로 자금 회수에 나설 경우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이것이 이번 환매 연기 사태 원인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이 회사가 2개의 모펀드에 투자한 자펀드 고객자금 6000억원가량에 대해 환매 연기 결정을 내렸다고 밝힌 시점은 지난 10월 8일이다. 해당 모펀드는 사모사채 투자펀드(플루토 FID-1호)와 메자닌 투자펀드(테티스 2호)였다. 그리고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은 10월 14일 환매 연기 관련 간담회에서 무역금융펀드(플루토-TF 1호) 2400억원에 대한 환매 연기 추가를 공식화했다. 3개 모펀드 아래에 달린 93개 자펀드에서 총 8400억원의 환매 연기가 발생한 셈이다. 이에 더해 또 다른 56개 자펀드에서 4900억원이 환매 연기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환매 연기 금액을 사실상 1조3000억원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투자자 수는 2000명 안팎일 것으로 추정한다. 라임은 사모사채와 메자닌펀드는 투자자산 만기에 상환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대략 6개월~2년 사이에 원리금 회수가 차질없이 진행된다는 조건 하에서 가능한 이야기다.

판매사가 등돌려 사태 악화?


무역금융의 경우 라임은 해외무역금융펀드 지분(수익증권)을 글로벌무역금융사에 매각했다. 그런데 매각 대금은 2년 8개월 후 60%, 4년 8개월 후 40%를 받기로 했다. 투자자 입장에서 원리금 전액 회수가 약 5년은 지나야 가능해진 셈이다. 대신 글로벌무역금융사가 수익증권에서 발생하는 손실의 30%까지는 자체 감내하고, 매각대금에 대해 5% 이자를 라임 측에 지급하기로 했다. 따라서 비록 오랜 시간 묶이기 하지만 원금에 약간의 이자까지 더한 금액을 회수할 수 길은 열린 셈이다. 물론 수익증권 손실율이 30%를 초과하면 라임도 손실을 짊어져야 하기 때문에 원금 전액 회수는 불가능하다.

기자간담회에서 이종필 CIO는 환매 연기와 관련해 주목할만한 발언을 한다. 발언내용 일부를 따오면 이렇다. “가장 억울하고 원통한 것은 언론 보도가 아닙니다. 라임이 잘될 때 가장 이득을 봤고 같이 성장했던 측이 라임이 어려워지니 바로 등을 돌렸습니다. 금융이 민감한 산업이라 그럴 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판매사들은 단기 상품만을 원하고 저희는 리스크를 예상하지 못하고 그런 요구를 수용했습니다. 그래서 롤오버가 안 되고 이번 유동성 위기를 겪게 되었는데, 이 점이 가장 후회스럽습니다. 유동성이 절실하고 현금이 가장 필요할 때 레버리지를 쓸 수 없었습니다. 어느 증권사 PBS도 도움을 주지 않았고요. TRS 계약이 안 되거나 해지되었고 현금이 증권사로 빨려들어갔습니다. 가장 필요할 때 레버리지 활용이 가능하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펀드 판매는 판매사, 예컨대 은행이나 증권사가 사실상 좌지우지한다. 운용사는 판매사에 목을 매고, 판매사는 판매 수수료 취득에 목을 맨다. 그리고 맨 끝단에 있는 투자자들이 여기에 엮여 들어간다. 판매사는 만기가 긴 펀드보다 짧은 펀드를 운용사에 요구한다. 만기가 3개월, 6개월이라면 투자자가 계속 펀드를 구매한다면 1년에 판매수수료를 여러 차례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투자자들은 일정 기간 환매가 묶이는 폐쇄형보다 언제든 환매 요구가 가능한 개방형을 선호하는 편이다. 그래서 판매사들도 개방형을 요구한다. 개방형은 유동성이 좋은 투자상품을 담아야 한다. 그런데 라임은 사모로 발행돼 유동성이 좋지 않을 수밖에 없는 회사채나 CB를 담으면서 펀드 만기는 오히려 짧게 설정했다. 이종필 부사장은 이에 대해 판매사 요구에 끌려갈 수밖에 없었다고 한탄했다. 그러면서 리스크를 예상하지 못했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판매사의 무리한 요구에다 내부통제 기능을 상실한 운용사의 안일한 태도가 맞물린 결과다. 중소형 증권사에서 근무했던 한 관계자는 이렇게 말한다. “라임처럼 잘나가는 헤지펀드는 저희 같은 중소형 증권사로서는 언감생심이었죠.” 리스크 제어에 대한 의지가 강했다면 라임 정도라면 판매사에게 그렇게까지 끌려가지 않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단기 상품에 투자하며 레버리지 일으켜

증권사들이 라임과의 거래관계에서 발을 빼는 바람에 유동성 위기가 심화되었다는 주장도 일리는 있다. 그러나 그것이 전적으로 증권사의 잘못이라고 말하기도 어렵다. 결국 이번 라임사태는 외형 키우기에 급급해 내부통제와 리스크 관리는 옆으로 제쳐뒀던 운용사와 수익창출에만 집착해 투자자 보호를 등한시한 판매사의 합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 김수헌 글로벌모니터 대표

1506호 (2019.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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