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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1% 시대 오나] D의 공포에 내년 상반기 인하 가능성 

 

수요 측면 물가상승 압력 낮아... 기준금리 동결 소수 의견 2명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0월 1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기자실에서 기준금리 인하 배경을 설명하며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기준금리가 다시 역대 최저인 1.25%로 내려앉았다. 디플레이션 우려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한국은행이 금리 인하라는 교과서적 대응에 나섰다. 문제는 효과가 얼마나 되느냐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기준금리의 추가 인하 가능성도 열어놨다.

한국은행은 10월 16일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1.50%에서 0.25%포인트 인하한 1.25%로 조정하기로 의결했다. 지난 7월 0.25%포인트 인하(1.75→1.50%)한 데 이어 올해 들어 두 번째 인하다.

1.25%는 역대 최저 기준금리와 같은 수준이다. 과거 한은은 2016년 6월 기준금리를 1.25%로 내린 뒤 유지하다가 2017년 11월 1.50%로 올린 적 있다. 이번엔 1년 11개월 만에 다시 최저 기준금리로 돌아갔다.

1년 11개월 만에 최저 수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석달 만에 다시 내린 건 경기가 좀처럼 살아날 조짐이 보이지 않아서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글로벌 경기 둔화세가 지속하고 반도체 경기 회복시점이 지연돼 7월 전망한 올해 2.2% 성장률 달성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11월 수정 전망치를 1%대로 낮추냐는 질문엔 “3분기 실적을 보면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답변을 피했다. 해외 주요 투자은행은 이미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대 후반으로 낮춰 잡았다.

이례적인 마이너스 물가도 걱정거리다. 9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0.4%로 사상 첫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한은은 디플레이션을 우려할 단계까지는 아니라면서도 저물가를 우려한다. 금통위는 이날 통화정책방향에서 “수요 측면에서 물가상승 압력이 낮은 수준에 머무를 전망”이라는 공식입장을 밝혔다. 수요 위축으로 저물가가 오래 가면 기대인플레이션이 낮아지고 실물경기까지 위축돼 ‘D의 공포’가 현실화할 수 있다. 한은으로서는 물가하락 방어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0.25%포인트의 소폭 기준금리 인하로는 경기 회복의 불씨를 살리기 역부족이란 지적도 나온다. 화폐유통속도가 역대 최저수준으로 떨어지면서 금리를 내려 돈을 풀어도 소비·투자 확대로 이어지지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풀린 돈이 부동산 시장으로만 쏠려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등 부작용도 우려된다. 이 때문에 이날 금통위에서 이일형·임지원 금통위원은 기준금리를 동결하자는 소수의견을 냈다.

이에 대해 이주열 총재는 “지금처럼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는 (금통위원 간) 이견이 있는 것은 불가피하다”면서 “금리를 인하하면 실물경기를 북돋우는 긍정적 효과가 분명히 있지만 부동산 등 위험자산으로 자금 유입이 늘어날 가능성이 잠재된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 측면에서 정부의 (대출 규제 등) 거시건전성 정책은 일관성 있게 추진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주열 총재 “상황 변화에 대응할 여력 있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한은의 다음 스텝에 쏠린다. 1.00%의 기준금리는 한은 역사상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길이다. 이주열 총재는 “기준금리를 1.25%로 낮췄지만 필요시 금융·경제 상황 변화에 대응할 여력은 아직 남아 있다”고 말했다. 기준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을 열어둔 셈이다. 다만 시기는 11월은 아닌 내년이 될 전망이다. 이 총재는 “7월과 10월, 두 차례 기준금리 인하의 효과를 지켜보며 완화정도 조정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며 너무 급히 가진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상훈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에도 경기 바닥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통화정책 공조가 뒷받침 됐다”며 “내년 상반기 추가 인하를 전망한다”고 말했다.

[박스기사] 금리 인하 부동산 영향은 - 상가·오피스텔에는 호재 전망

한국은행의 기준 금리가 2년 만에 다시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부동산 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관심이다. 금리 인하는 대출 이자 부담 감소로 부동산 시장의 투자 수요 증가와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일반적인 업계의 통설이다. 그러나 이미 시중의 저금리가 장기간 이어져온 상황에서 이번 금리 인하가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히 미미하거나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특히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 등 강력한 대출 규제가 작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금리 인하가 추가 자금 수요 유입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최근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 증가폭 감소는 시중에 금리가 높아 돈을 못빌리는 게 아니라 대출 규제가 강해 빌릴 수 있는 대상이 줄어든 때문”이라며 “지금도 금리가 낮은 상태여서 이번 금리 인하가 부동산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진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준금리가 이미 ‘실효하한’에 근접해 실질적 인하 효과가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최근 강세로 돌아선 서울 집값이 당분간 버티기에 들어갈 수 있는 여력은 커진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일부 매도자들은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으로 매도 계획을 철회하고 보유로 전환할 가능성도 있다. 내년 이후 본격화될 3기 신도시 등 수도권 공공택지 보상도 변수다. 제로 금리나 다름없는 은행 이자로 인해 토지 보상비가 부동산으로 다시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 직방 함영진 빅데이터랩장은 “금리 인하는 신규 부동산 구입자나 차주의 이자 부담을 경감하는 효과가 있다”며 “최근 집값 상승에 따른 피로감이 커졌지만 부동산 외에 대체 투자처가 없고 서울 선호 현상은 여전하기 때문에 서울 주택 가격은 현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가 10월 11일부터 서울지역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실거래가와 중개업소 합동조사에 착수함에 따라 당분간은 상승세가 주춤하고, 거래도 소강상태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청약 시장에 대한 선호현상은 더욱 두드러질 전망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을 앞두고 공급 감소 우려 등이 작용하며 서울의 청약가점이 크게 오르는 등 청약시장에 대한 관심은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며 “금리 인하로 중도금 대출금리 부담이 줄어든다면 청약시장에는 더욱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출과 금리에 민감한 상가·오피스텔 등 일부 수익형 부동산 시장에도 호재가 될 수 있다. 은행 금리가 떨어질수록 임대사업을 통한 월세 선호 현상은 더욱 뚜렷해지면서 규제가 많은 주택보다 상가 등으로 관심을 돌릴 수 있어서다.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박원갑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통상 구입 때 대출을 많이 끼지 않는 토지보다 레버리지 기법이 활발한 상가가 금리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저금리로 상가 등 수익형 부동산 선호 현상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1506호 (2019.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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