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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 여전한 플랫폼 근로자 지위] 캘리포니아주 ABC 테스트 도입할 만 

 

기업의 통제·지시 여부, 통상 외 업무 수행, 독립 비즈니스 운영 등에 따라 판단

▎배달 대행이나 대리운전 등 근무 중 사고 발생 가능성이 큰 일부 업종 근로자들은 고용 불안정성과 산업재해를 스스로 감내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9월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진행 중인 라이더 유니온 회원들. / 사진:라이더유니온
배달과 운전 대행 등 플랫폼 서비스가 주목 받으면서 시장을 넓히고 있는 가운데 관련 근로자들의 지위를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과거에는 없던 근로 형태에 이들을 직원으로 인정할지, 독립 계약업자로 간주할지 정답이 없는 상태다. 이 때문에 플랫폼 서비스를 두고 한쪽에서는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혁신적 서비스로 추앙하는 반면 일각에서는 법적 공백으로 계약직만 양산한다고 비판한다.

플랫폼 서비스는 배달이나 대리운전, 가사노동, 번역, 행정 업무 등을 대행해주는 일자리를 스마트폰애어플리케이션이나 웹사이트를 통해 거래하는 서비스다. 단순 노무직에서부터 고숙련 전문직까지 다양한 업종에 적용할 수 있기 때문에 국내에서도 2014년을 전후로 급속하게 성장하면서 주목 받았다. 다만 플랫폼 서비스로 일자리를 마련한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통계조차 아직 정확하지 않다. 조사하는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수치가 다르다. 이들의 법적 지위가 구체화되지 못해서다.

지난 3월 고용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국내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규모는 총 221만 명이다. 2011년에는 130만 명가량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7년 만에 100만 명이 늘어났다. 반면 통계청에서는 50만 명 가량으로 추산하고 있다. 통계청 관계자는 “세부 업종은 특정하기 어렵지만 55만 명가량이 플랫폼 서비스에 종사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기존 통계에서는 확인하기 어려운 형태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플랫폼 서비스 종사자 55만명 추정


일을 하면서도 지위가 분명하지 못한 상태에 놓이면서 배달 대행이나 대리운전 등 근무 중 사고 발생 가능성이 큰 일부 업종 근로자들은 고용 불안정성과 산업재해를 스스로 감내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들 근로자들은 다른 서비스에 비해 일찌감치 조직화를 추진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대표적으로 배달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음식을 배달하는 이들의 노동조합인 ‘라이더유니온’이 지난 5월 출범했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배달 서비스 플랫폼은 배달 건당 수수료를 받아가면서 사고와 위험에 대해서는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며 “현실적으로 회사 측의 지시를 거부할 수 없는데 배달 사고의 위험과 책임은 라이더가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라이더유니온은 기자회견을 통해 일부 배달대행 업체의 부당함을 주장하고 있다. 현행법상으로는 개인사업자이기 때문에 회사 측으로부터 보호를 받지 못하는데 현실적으로는 업무 지시를 받았다는 이야기다. 라이더유니온이 10월 7일 진행한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 배달 서비스 종사자는 “일부 플랫폼 업체에서는 출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고 주6일 근무를 지켜야 한다”며 “개인사업자라면 스스로 일하는 시간이나 지역을 정할 수 있어야 하는데 회사 측이 지역 이동이나 두건 이상의 동시 배달 등을 지시해도 거부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현행법상으로 플랫폼 서비스 종사자를 따로 구분하기 어려운 데는 이유가 있다. 서비스를 이용할 고객들을 플랫폼을 통해 마련했다는 점을 제외하면 공통점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폭넓은 서비스가 모두 해당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구체적으로 어디까지를 플랫폼 서비스로 볼지 아직 정확한 법적 지위가 마련되지 않았다. 다만 대표적인 위험 업종으로 분류되는 택배, 배달대행업 등 배송하는 서비스에 한해서는 지난 8월 ‘생활물류 서비스산업발전법(생활물류법)’이 발의됐으나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장지연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위원은 “현행 제도 아래서는 플랫폼 서비스 종사자들의 고용주가 누군지 특정하지 못하고 있다“며 ”고용주는 사회보험료의 절반을 부담해야 하는데 납부할 주체를 찾기 어렵다는 점은 해결이 쉽지 않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다행인 점은 통계청이 새로운 ‘종사상 지위 분류’를 적용한 고용 통계를 작성할 예정이라는 점이다. 지금까지는 고용주 아래서 월급을 받는 임금노동자와 그렇지 않은 비임금노동자로 구분했지만, 바뀌는 지위 분류에서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를 전면에 내세울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계에서는 통계상 수치가 확보되면 플랫폼 서비스 종사자들도 사회적으로 보호하는 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버나 리프트 등 플랫폼 경제가 먼저 발달한 미국에서도 근로자들의 지위에 대해 정확한 정의를 내리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다만 주별로 다른 규제가 적용되기 때문에 일부 지역에서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는 공유경제서비스 업체인 우버나 리프트 등에서 일하는 운전기사에게도 근로자 권리를 인정하는 법안인 AB5(Assembly Bill 5) 법안이 통과됐다. 여기서는 ‘긱 이코노미(Gig Economy·기업들이 필요에 따라 임시로 인력을 원하는 임시직 경제)’에 해당하는 계약직 근로자들을 정식 직원으로 대우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덕분에 우버 운전기사, 음식 배달원 등 약 100만 명의 독립 계약업자가 혜택을 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사례에서 주목 받는 것은 ABC 테스트다. 플랫폼 서비스 종사자를 실제 독립계약업자로 볼지, 고용된 직원으로 볼지를 판단하는 테스트인데 근로자를 일단 피고용인인 직원으로 추정한 상태에서 출발한다. 이후 업무 수행과 관련해서 기업의 통제와 지시로부터 자유로운지, 서비스를 제공받는 회사로부터 통상적인 업무 이외의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지, 스스로 수립한 독립 비즈니스를 운영하는지 등을 판단한다. 세 가지 테스트 모두 해당해야 독립계약업자로 분류되는데 입증 책임은 회사 측이 부담하게 된다. 사용자인 회사 측에서 세 가지 항목 모두 해당하는지 입증하지 못할 경우 피고용인은 직원으로 지위가 부여된다. 플랫폼 서비스 근로자들의 지위를 두고는 미국 내에서도 아직 논의가 마무리되지 못한 곳이 많기 때문에 ABC 테스트는 향후 다른 지역이나 다른 나라에서도 참고사항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플랫폼 서비스 종사자 지위도 명확하지 않아

일본에서도 아직 플랫폼 서비스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의 지위가 명확하지 않다. 다만 10월 3일 배달 대행 근로자들 가운데 우버잇츠 배달원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했다. 이들은 지금까지 개인사업자로 취급됐기 때문에 산업재해나 고용과 관련한 보험의 수혜 대상이 되지 못했다. 노동조합을 결성하면서 이들은 일단 회사 측에 단체교섭권을 요구하기로 한 상태다. 즉 보수를 결정하는 배달거리 계산방법이나 배달원 평가 방법 등의 세부 내용을 함께 정할 수 있도록 논의하겠다는 계획이다.

- 황건강 기자 hwang.kunkang@joongang.co.kr

1506호 (2019.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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