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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박사의 힐링 상담 | 조현병 극복] 같은 시간에 자고·깨고·먹어라 

 

혼돈의 병 치료하려면 생활의 규칙화 필수... 공부·운동·종교 등에 집중하는 방법도

▎사진:© gettyimagesbank
그녀는 20대 후반의 피아니스트다. 피아노를 칠 때는 시선을 집중시킬 만큼 아름답다. 그녀는 타고난 작곡가다. 악상이 떠오를 때면 밤을 꼬박 새며 신들린 듯 곡을 써 낸다.

그녀는 세 딸 중 맏딸이다. 아버지는 큰딸을 예뻐했다. 경제적으로도 유복해 음악가로서의 밝은 미래를 꿈꾸며 잘 지냈다. 그러나 고2가 되던 해, 자주 다투던 부모는 아빠의 외도가 발각되면서 결국 이혼했고, 이혼은 그녀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아빠에 대한 배신감, 엄마에 대한 연민감, 동생들에 대한 책임감까지 마음이 너무 복잡했다. 더구나 미래는 불투명해지고, 매달 아빠에게 생활비를 받아내야 하는 역할까지 하게 되면서 격한 감정으로 자주 혼란에 빠졌다.

조현병은 정신병의 일종

한참을 방황하다 그녀는 과감하게 미국 대학 진학을 결정했다. 학비와 생활비 일부는 아빠가 주기로 했다. 미국 생활비를 아끼려 세 명이 지냈다가 자유분방한 룸메이트 때문에 문화적 충격을 받은 후, 혼자 사는 방을 구했다. 그런데 그날부터 공포와 불안, 악몽에 시달렸다. 하늘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너는 모챠르트의 환생이다. 엄마는 친엄마가 아니다.’ 복잡했던 퍼즐이 풀리는 것 같았다. 그녀는 동정녀에게서 탄생했다. 엄마가 데려다 키웠고, 아빠는 하늘에서 내려온 후견인이다. 몇 달을 먹지 않고 잠도 안 자며 하늘의 곡조를 써 내려갔다. 남친은 강제로 그녀를 정신과에 데려갔다. 몇 달 치료를 받은 후, 회복되었다.

그녀는 무사히 대학을 마치고 귀국했다. 남친과는 헤어졌다. 미국에서의 그 일은 아무도 모른다. 부모님조차도. 국내 대학원에 진학한 지금, 엄마와 동생들과 함께 지내며 아빠에게 생활비를 받는다. 정신과 치료도 받고 있다. 가끔 치밀어 오르는 공격적인 충동을 느낀다. 그때마다 몸에 상처를 내고 손톱을 물어뜯지만, 최대한 자제한다. 심각한 병인 듯 느껴지는데,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고민이 많다.

조현병은 정신병이다. 뇌기능 장애로 인구 1%에서 온다. 남자는 10대 후반, 여자는 20대 중후반에 발병한다. 45세 이후는 드물다. 주증상은 환청·망상·사고와해다. 환청은 공격적이고 외설적이다. 욕지거리·명령·속삭임으로 온다. 망상은 과대망상과 피해망상이 많다. 메시아 환상에 빠지고, 도청과 감시에 쫓긴다. TV에서 메시지를 받고, 내 생각이 방송된다. 사고와해는 언어장애를 동반한다. 묻는 말에 엉뚱하게 답하고, 이해하기 힘든 말을 한다. 조현병은 조기 개입이 중요하다. 2분의 1은 정상인으로 살아가고, 3분의 1은 폐인이 된다.

조현병은 수개월에서 수년에 걸쳐 발병한다. 잠복기는 사춘기 문제와 겹쳐 알아채기 어렵다. 생활이 불규칙하고, 별난 신체증상을 호소한다. 감정기복이 심하고, 철학·종교에 심취한다. 활동기는 폭발하는 시기다. 망상세계에 빠지고, 감정이 굳어버린다. 적극적인 개입이 중요하다. 향정신병 약물로 90% 이상 치료된다. 잔류기는 아이같이 되거나 바보처럼 군다. 사회에서 위축되고, 일상생활이 망가진다. 조현병은 재발 방지가 중요하다. 2분의 1은 병의 인식이 없고, 3분의 1은 자살 시도를 한다. 재발이 거듭되면 기능이 저하된다.

정신병은 왜 오는가? 생물학적 원인이 압도적이다. 여러 이론이 있다. 쌍둥이 연구에서 한 쪽이 병일 때 다른 쪽 발병률은 50%다. 청소년기에 정신병 유전자가 깨어난다. 이때 충동제어를 담당하는 전전두엽이 제대로 성숙하지 못한다. 도파민과 세로토닌의 불균형도 특징적이다. 심리적 원인은 3세 이전의 트라우마다. 기억에는 없지만 당시 충격이 반복 지속된다. 평생 아이의 운명을 좌우한다. 머리로는 몰라도 느낌으로 기억하고, 말로는 못해도 몸으로 표현한다. 이해하기 어려운 병을 앓게 된다. 정신병은 정신의 무정부 상태다. 정신은 본능·자아·초자아로 구성된다. 본능은 국민, 자아는 정부, 초자아는 사법부에 해당한다. 정신병은 자아가 본능·초자아와 현실을 조정하는 데 완전히 실패한 상태다. 자아가 약해져 충동·욕망이 마구 터져 나온다. 정신병은 정신의 암이다. 정신은 의식과 무의식으로 구성된다. 정신병은 의식이 무의식에 잠식당해 혼란스러운 상태다. 스트레스가 심하면 무의식의 정신병 유전자가 깨어난다. 괴물이 튀어나와 온전한 정신을 해친다. 현실이 무시되고 환각에 압도된다.

정신병은 신경증과 다르다. 신경증은 나를 지키려고 싸우는 상태고, 정신병은 싸우기를 포기한 상태다. 정신분석에 따르면 모든 인간은 신경증적이다. 라캉에 따르면 인간 모두가 비정상적이다, 95%가 신경증, 4%가 도착증, 1%가 정신병이다. 정신병자는 부권(父權) 상실로 억압에 실패한다. 아버지는 사회의 상징이다. 사회화되지 못하고 아이에 머문다. 정신병자는 충동에 지배당한다. 충동은 쾌락을 동반한다. 부르는 충동은 환청으로, 응시하는 충동은 환시로, 죽음 충동은 자살로 이어진다. 정신병자는 확신에 잘 빠진다. 의혹하는 상태를 못 견딘다. 확신은 평안을 주지만, 광신과 망상으로 나타난다.

자, 그녀에게 돌아가자. 그에게 탁월한 처방은 무엇인가? 첫째, 규칙을 생활화하자. 정신병은 혼돈의 병이다. 규칙은 무질서를 질서로 바꾼다. 같은 시간에 자고, 같은 시간에 일어나고, 같은 시간에 먹자. 정신병은 생활습관을 바꾸면 좋아지는 정신의 암이다. 한번의 예외도 허용하지 말자. 정신병은 한번 실수에도 폭발한다. 정신병은 완치가 어려워 관리해야 한다. 철저히 재발을 막으면 완치에 가까워진다. 잠은 정신병 치료에 가장 중요하다. 무의식을 제자리로 돌려놓는다. 정신과에 가면 잠 잘 자는 약을 준다. 잠을 푹 자야 병이 좋아지고 재발도 없다.

둘째, 일념(一念)으로 살아가자. 정신병은 길 잃은 병이다. 일념은 한 방향만 보고 사는 것이다. 어느 하나에 푹 빠지자. 공부·운동·종교에 미치자. 1년 내내 여행만 다녀도 좋다. 나 하나만 생각하고 살자. 정신병은 가족을 염려하고 국가를 걱정해서 생긴 병이다. 버는 돈은 나를 위해 다 쓰자. 작은 스트레스라도 어떻게든 풀어야 재발을 막는다. 환청은 없애려 하면 심해지고, 내버려 두면 시들하다. 망상은 제거하려 하면 심해지고, 그러려니 하면 물러진다. 충동은 억누르려 하면 심해지고, 그대로 두면 흩어진다.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이해하라

셋째, 이해를 넓혀가자. 정신병은 공포의 병이다. 이해하면 사랑하게 된다. 머리로 이해하려 하지 말자. 얽힌 사고는 사고로 풀지 못한다. 정신병은 사회에 입학도 못 한 상태다. 평생 좋은 후견인이 필요하다. 배움이 일어나면 하루하루 달라진다. 가슴으로 이해해자. 뭉친 감정이 표현되면 꼬인 사고가 풀린다. 정신병은 세상에 대한 두려움에서 온다. 평생 좋은 상담자가 필요하다. 정화가 일어나면 하루하루 달라진다. 몸으로 이해해자. 작은 경험이 쌓여 높은 성벽이 된다. 정신병은 세상살이에 무지한 데서 온다. 평생 좋은 주치의가 필요하다. 철저한 약물관리가 필요하다. 완치 된 듯해도 소량 유지해야 한다.

※ 필자는 정신과의사, 경영학박사, LPJ마음건강 대표. 연세대 의과대학과 동대학원을 거쳐 정신과 전문의를 취득하고, 연세대 경영대학원과 중앙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임상집단정신치료] [후박사의 마음건강 강연시리즈 1~5권][후박사의 힐링시대 프로젝트] 등 10여권의 책을 저술했다.

1507호 (2019.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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