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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OM] 밀렵의 희생양 

 


날카로운 부리와 발톱, 매서운 눈매의 흰꼬리수리 한마리가 먼 곳을 응시하고 있습니다. 당장에라도 날아올라 사냥에 나설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새는 한쪽 날개를 잃었습니다. 2015년 1월 충남 태안에서 밀렵꾼의 총에 맞은 채 발견돼 11개월 동안 치료를 받고 자연으로 돌아갔지만 100일을 넘기지 못하고 다시 총상을 입어 날개를 절단했습니다. 겨울을 나기 위해 우리나라를 찾았다가 평생 날 수 없는 처지가 됐습니다. 흰꼬리수리는 멸종 야생생물 1급이자 천연기념물(제243-4호)입니다. 겨울이 오면 야생동물들은 추위와 함께 밀렵의 공포에 몸서리를 칩니다. 박영석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장은 “무분별한 불법 포획은 보존해야 할 중요 개체에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며 “야생동물은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존재”라고 강조했습니다.

사진·글=전민규 기자 jeonmk@joongang.co.kr

1511호 (2019.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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