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지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원 | 내년에 단가 개선, 기저효과 기대
김영우 SK증권 수석연구원 | 하반기 메모리 재고 축소올해 한국의 반도체 산업이 어려움을 겪었던 가장 큰 이유는 지난해 과잉투자에 따른 공급능력 급증,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들의 설비투자 감소와 시스템 효율화, 중국의 데이터센터 투자 감소와 스마트폰 시장의 부진으로 볼 수 있다. 지난해 미국의 글로벌 클라우드 업체들은 데이터센터를 공격적으로 증설했으나 올해에는 시스템 효율화에 집중했다.아마존은 월마트 등 유통 업체와의 경쟁에 더욱 매진했고, 아마존 웹서비스(AWS)의 최대 고객인 넷플릭스의 가입자 증가가 부진함에 따라 데이터센터에 대한 투자는 다소 보수적이었다. 글로벌 클라우드 2위 업체인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스템 효율성의 강화를 강조했고, 구글과 IBM은 쿠버네티스(Kubernetes, 애플리케이션의 원활한 구동 지원)의 도입을 가속화해 멀티 클라우드 환경을 지향하는 기업들에게 리소스 활용을 최적화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클라우드 업체들의 이런 변화는 단기 서버 D램(임시 저장 메모리반도체) 수요에 부정적이었고, 공급능력이 급증했던 지난해 3분기 이후 수급 불균형이 초래하게 됐다. 스마트폰 시장도 미국이 중국의 화웨이에 대해 강력한 제재를 부과하면서, IT 수요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악화됐다.그러나 내년에는 현재보다 개선된 우호적인 환경이 기대된다. 가장 큰 변화는 미국 통신사들 간의 경쟁 기대감이다. 미국의 3위 통신 업체인 T-모바일(T-Mobile)과 4위 업체인 스프린트(Sprint)가 합병한다. 현재 미국 통신시장은 버라이즌과 AT&T가 양분하고 있는데 이들은 5G 사업성이 확보되는 지역부터 단계적으로 인프라 확충에 나서고 있다. 이에 3위 통신사인 합병 스프린트가 인프라를 공격적으로 확대하면 버라이즌과 AT&T도 속도를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5G 인프라는 대규모 클라우드 서버와 기지국처럼 전국 곳곳에 엣지 서버를 설치해야 해서 D램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중국도 공격적이기는 마찬가지다. 올 1분기까지만 해도, 중국 화웨이는 올 하반기 600달러, 내년 하반기에는 300달러대 보급형 5G 스마트폰을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미국의 강력한 제재 이후, 화웨이가 이러한 계획을 실행하기에 커다란 어려움이 발생한 게 사실이다. 미국의 제재로 메모리반도체 및 통신부품의 상당수를 수입할 수 없게 되면서다. 그러나 삼성전자·SK하이닉스로부터 메모리반도체를 정상적으로 공급받고 있으며, 6 GHz 이하의 5G 네트워크에서 사용 가능한 TC-Saw Filter 및 도허티 증폭기(Doherty Amplifier) 등도 공급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중국은 내년 보급형 5G 스마트폰의 공급 및 5G·AI·RPA(로봇프로세스 자동화) 구축 전략을 큰 차질없이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내년 수요 전망은 긍정적으로 회귀하고 있는데 비해, 공급 증가는 대단히 제한적이다. 지난해 3분기 이후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가파르게 하락한 탓에 올해 D램과 낸드플래시의 설비투자는 위축됐다. 올 하반기 메모리 반도체 재고가 빠르게 축소되고 있으나, 내년 1분기까지 D램은 증설 계획조차 찾기 힘든 실정이다. 게다가 내년에는 모바일 D램이 저전력 LPDDR4에서 저전력 LPDDR5로의 전환이 시작되는 원년이라, 높은 수율을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내년 2분기 이후 수급 상황은 공급 부족으로 전환될 것으로 예측된다.
[박스기사] 삼성전자 내년에는 날개 달까 - 한태희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 교수내년 반도체 수요를 견인할 주요 요인으로 5G,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기반 서비스의 확대,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7 지원 종료에 따른 PC 교체 수요 증가 등이 꼽힌다. 특히 인텔이 10월 10세대 노트북용 중앙처리장치(CPU) 아이스레이크를 선보이면서 CPU를 기반으로 고성능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려는 움직임도 호재로 꼽힌다. 구글과 아마존, 페이스북을 포함하는 인터넷 서비스 기업의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에 따른 기대감이 실행으로 이어질 경우 CPU는 물론 우리나라가 주도권을 확보하고 있는 메모리반도체인 D램·낸드플래시 수요도 급증해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매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최근 SK하이닉스와 인텔이 3분기 실적 발표와 더불어 4분기 이후 과잉 재고 조기 해소 가능성, 내년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 등의 계획을 발표하면서 내년 반도체 시황이 우상향할 수 있다는 시그널을 시장에 던져줬다. 이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필두로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계의 실적은 올해보다는 개선될 것이고, 반도체 전반에 걸쳐 종합적인 경쟁력을 갖춘 삼성전자가 가장 큰 수혜를 받게 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전자 기기에 탑재되는 대표적 시스템반도체인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와 함께 5G 이동통신용 단말 모뎀칩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대감을 높일 수 있다. 3G와 4G에서는 모뎀칩 기술을 보유한 회사가 삼성전자 외에 퀄컴, 인텔, 미디어텍, 화웨이 등 다수 존재했으나 인텔이 모뎀칩 사업에서 손을 떼고 애플에 매각했고, 화웨이가 미국의 제재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와 ARM 모바일 CPU 코어 사용에 제한을 받게 돼 삼성전자가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여기에 삼성전자가 비메모리 사업 영역을 넓힌는 것도 호재다. 삼성전자는 133조원을 투자해 2030년까지 세계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 1위에 오르겠다는 2030 비전을 발표했다. ‘2030년 비메모리 세계 1위’의 선봉장으로 낙점한 건 이미지센서(CMOS) 시장이다. 이미지센서는 휴대전화, 카메라, 디지털 카메라 등의 핵심 부품으로 사용된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이미지센서 시장은 소니가 점유율 51.1%로 1위, 삼성전자는 17.8%로 2위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약 20년간 CMOS 이미지 센서 연구개발(R&D)에 역량을 집중해왔으며, 1억 이상의 화소 수와 각종 첨단 기능을 자사의 ‘아이소셀’ 브랜드 제품에 탑재해 시장점유율을 보다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의 경우, 7나노 이하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제조 업체가 대만의 TSMC와 우리나라 삼성전자 단 2개에 그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 전망이 가능하다. 삼성전자는 이미 파운드리 사업에 수십조원의 대규모 투자를 집행했거나 집행하고 있으며, 더 많은 고객사를 확보하는 마케팅 활동을 강화하는 등 적극적 행보에 나서고 있다.- 김성희 기자 kim.sungh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