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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차 산업 발전전략 살펴보니] 정권 바뀌어도 굳건할 지속가능성 갖춰야 

 

늦었지만 구체적 비전 제시 긍정적… 뒤진 기술 따라잡으려면 규제 혁파부터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0월 15일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미래자동차 산업 발전전략에 대한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정부는 지난 10월 15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미래차 산업 발전전략을 발표했다. 이번 발전전략은 세계 친환경차 시장을 선도하고 자율주행차를 상용화해 미래 자동차 시장에서 앞서나갈 동력을 마련하며, 이에 부응한 서비스 시스템을 이어가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와 함께 미래차 생태계 조성을 위한 각종 제도 및 법적 준비는 물론 연구개발 능력을 보유하겠다는 계획이 포함됐다.

특히 미래차 산·학·연·관을 아우르는 큰 그림을 그린 부분은 산업계의 기대를 키우고 있다. 구체적으로 2030년까지 국내 전기차와 수소연료전지차 신차 판매 비율을 33%로 끌어올리고, 자율주행차를 위한 제도적 기반과 인프라 구축을 2024년까지 완비하며, 실제로 도로에서 운행할 수 있는 상용 개념을 2027년까지 구현하겠다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그동안 간헐적으로 발표한 신뢰성이 떨어지는 정책이 아니라 약 20쪽에 달하는 구체적인 비전을 제시한 점은 중요한 한 걸음을 내딛었다고 총평할 수 있다. 미래차 비전 발표가 늦은 감이 있지만 그래도 확실한 자리매김을 하겠다는 비전을 밝힌 것에 큰 의미가 있다. 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안건이 미약한 만큼 잘 다듬을 필요가 있다. 특히 5년 단임제 대통령제에서 즉흥적으로 진행된다면 다음 정권에서 완전히 뒤바뀌거나 동력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 정부의 전략 발표가 효과적이려면 확실한 세부 전략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1고3저 자동차 산업, 획기적 변화 절실

우리나라는 많은 경제지표에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성장은 정체하고 있으며 자본은 우리나라를 떠나 해외로 향하고 있다. 대통령이 나서 경제 활성화를 부르짖고 있으나 근본적인 정책 기반이 ‘소득주도성장’이고 이를 기반으로 주당 최대 52시간 근무와 최저임금제 등 기업의 입장에서는 수용하기 힘든 요소가 곳곳에 함정처럼 숨어있다.

여기에 법인세 인상, 전기료·연료비 상승 등 어느 하나 기업에 도움을 주는 정책은 찾아보기 어렵다. 개인기업은 물론 중소기업도 흑자 기업은 줄고 적자 기업만 우후죽순 늘고 있으며 시내 곳곳에 공실은 늘어 임대 광고가 줄을 잇고 있다. 그만큼 국내 경제가 기초부터 힘들다는 것이고 소매를 걷고 제대로 일하지 않는다면 전체가 망가지는 아픔을 겪을 수도 있다. 정부가 전체를 보는 시각과 현실을 제대로 보는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이유다.

국내 자동차 산업만 놓고 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한일 무역마찰로 곳곳에 균열이 발생하고 있고 미중 무역분쟁으로 한국 무역의 약 25%를 담당하는 중국과의 교역이 점차 삐걱거리고 있다. 미국 수입 차량의 25% 관세 대상에서 완전히 제외되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에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이다.

국내 자동차 공장의 인력은 포화상태다. 현대차그룹의 외부 자문단은 조만간 20~40%까지 생산직을 줄여야 생존할 수 있다고 내다봐 충격을 주기도 했다. 그만큼 국내 자동차 산업에는 고비용, 저생산, 저효율, 저수익의 ‘1고 3저’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강성노조의 영향으로 매년 노조파업이 일상화돼 있으며, 규제 일변도의 정책으로 투자 위축도 심각한 실정이다. 현대차그룹의 최근 국내외 투자 규모를 보면 95% 이상이 해외 투자이고 국내 투자는 거의 없다.

미래차의 각 분야에서도 선진국보다 수년이나 늦은 상황이다. 친환경차 기술은 선진국 대비 2~3년 뒤져 있고 자율주행차는 약 4~5년 정도 늦다. 카셰어링이나 라이드셰어링 등 공유 모델은 선진국 대비 7~8년 뒤져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특히 공유모델은 진출로가 아예 닫혀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발표로 모든 미래차 분야에서 퍼스트 무버로 진화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은 내연기관차 중심의 패스트 팔로워였기 때문이다.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퍼스트 무버로의 전환은 쉬운 길이 아니다. 정부의 미래 산업 전략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한 각종 정책이 많이 반영됐다는 점은 의미가 크다. 그동안 부처 간 이기주의나 중복투자, 사각지대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해왔다. 미래차는 대표적인 산업융합 모델인데, 막상 부처는 나눠져 있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정부는 오는 2024년 미래차 산업 전체의 컨트롤 타워로 ‘미래차 전략회의’를 구상하며, 우선 2020년 ‘미래차 산업 얼라이언스’를 구성키로 했다.

그러나 이 기구를 단발적인 자문회의 정도로 배치한다면 큰 의미를 가질 수 없다. 대통령이 바뀌어도 큰 줄기는 변하지 않는 상시 행정기구로 구상해야 의미가 크고 중장기적으로 지속발전할 수 있다. 지난 대통령 직속 자문회의를 통해 정리된 보고서에서도 지적된 바와 같이 실질적인 액션플랜이 가능한 실무 기구를 만들어 ‘코디네이터’ 같은 조정자 역할을 부여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판단된다. 대통령 직속의 실질적인 역할이 가능한 여러 부서를 아우르는 통합 행정부서가 되기를 바란다.

목표치가 실행가능한지도 다시 고민해야 한다. 이미 여러 번의 목표치가 발표되었으나 너무 비현실적이고 항상 변하면서 국민적 신뢰성이 떨어졌다. 이번 발표 역시 과연 실현가능한지, 뜬구름만 잡는 것은 아닌지 고민하고 검토해야 한다. 전기차와 수소연료전지차 모두 중요하지만 당장은 전기차가 우선이다. 수소차는 이제 시작인만큼 균형이 제대로 잡혀있는지, 나무만 보고 정작 큰 산은 보지 못한 부분은 없는지도 고민해야 한다. 이제는 ‘아니면 말고’ 식의 정책발표를 할 시점은 지났다. 국민에게 피부에 와 닿을 수 있으며 신뢰를 줄 수 있는 정책이 나와야 할 때다.

더불어 필요한 것은 규제혁파다. 규제 일변도의 포지티브 정책이 곳곳에 만연해 손을 대기 어려운 실정이다. 규제 샌드박스 등의 제도가 있으나 어디까지나 상징적인 의미에 그친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 이번 미래차 비전 발표에는 중소·중견기업과 대기업의 상생 협약식이 있었다. 국내는 대기업 중심의 제도와 법적 체계가 자라잡고 있어서 국내 중소기업이 글로벌 히든 챔피언, 즉 강소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대기업의 ‘노블리스 오블리제’가 필요하고 제대로 된 기업 윤리로 중소·중견기업과의 진정한 상생 모델이 다양하게 구축돼야 한다. 독일이 제조업 등 여려 면에서 굳건하고 흔들리지 않는 이유는 바로 글로벌 히든 챔피언이 즐비하고 이를 기반으로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의 상생모델이 구축돼 있기 때문이다. 중소·중견기업을 위한 연구개발 자금과 세제 혜택이 주어져야 함은 물론, 신기술로 무장한 다양한 스타트업이 등장해 미래 자동차 산업을 이끌 수 있도록 생태계를 조성해야 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승차공유 관련 내용 빠져 아쉬워

이번 발표에서 가장 아쉬운 것은 승차공유 모델의 활성화 방안이 부재하다는 점이다. 택시 업계와 타다 등 승차공유 업계의 마찰에서 정부는 결국 택시 업계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공유경제의 미래는 암울해졌다. 미래차 먹거리는 C(커넥티드카)·A(자율주행차)·S(차량공유)·E(전동화)로 압축된다. 4가지 축이 서로 어우러지고 융합되면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창출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정부의 미래차 비전에서 중요한 한 축인 차량공유는 제외됐다. 이동서비스와 관련한 비전은 자율주행 시대에 한정돼 제시됐다. 이미 공유경제 모델에서 특히 뒤져있는 대한민국인 만큼 제대로 서두르지 않는다면 기회는 영원히 없을 수도 있다.

-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

1513호 (2019.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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