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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맥짚기] 주가 낮지만 반등 수준 넘지 못해 

 

미국 시장 올라도 반응 없거나 하락 가능성… 기업 실적, 경제지표 등 부진 영향

지금 투자자들이 두려워하는 게 무엇일까? 2011~2016년처럼 미국 시장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함에도 우리 시장은 지지부진한 상태에 머무는 게 아닐까? 당시 S&P500 지수는 2011년 초 1200대 후반에서 시작해 2016년 2200대 후반까지 85% 상승한 반면 우리 시장은 1800~2100 사이를 벗어나지 못했다. 미국 시장하고만 차별이 있었던 게 아니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 선진국과도 사상 최고치와 박스권으로 시장 흐름이 엇갈렸다.

미국은 사상 최고치 경신, 한국은 박스권

7월에 시작된 미국 시장 상승이 사상 최고치로 이어졌지만 우리 시장은 2160을 정점으로 후퇴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두 나라 주가가 달라진 원인을 외국인 매도에서 찾았다. 9월 이후 외국인이 우리 주식을 6조원 가까이 내다 팔아 주가의 모양이 달라졌다는 건데 일견 그럴 듯하긴 하지만 차별화의 정확한 이유는 아니다.

2011년 이후 6년간 우리 시장이 미국과 달라진 건 펀더멘털 차이 때문이었다. 금융위기 직후에는 우리나라의 경기 회복 속도가 미국보다 빨랐다. 그 덕분에 주가도 더 많이 올라 금융위기 이후 2년 만에 코스피가 최고치를 경신했다. S&P500이 최고치와 한참 떨어진 곳에 있었던 것과 비교된다.

2011년에 변화가 시작됐다. 1, 2차 양적완화로 유동성을 충분히 공급한 덕분에 미국 경제가 회복되기 시작했고 저금리 효과도 강해졌다. 이전에도 저금리·고유동성 정책이 시행되고 있었지만 불안정한 경제 상황 때문에 자산가격에 영향을 주지 못했는데 경제가 제자리를 잡으면서 기대했던 반응이 나온 것이다. 공급된 유동성 중 실물 쪽에서 쓰고 남은 금액이 주식이나 부동산으로 몰렸고 그 영향으로 미국 시장이 본격적으로 상승했다.

이와 달리 우리는 2010년 경기 회복으로 경제가 제자리를 찾았다고 판단해 금리 인상에 나섰다. 한국과 미국의 금융정책이 달라진 건데, 미 연준은 기준금리를 시종일관 0.25%로 유지한 반면 한국은행은 2010년 7월에 2%였던 기준금리를 2.25%로 올린 걸 시작으로 2011년 6월에 3.25%로 끌어올렸다. 정책의 일관성 차이가 주가의 차이를 만든 것이다.

경제 상황도 달랐다. 우리는 중국의 고도성장이 끝난 영향으로 수출을 비롯한 여러 부문이 둔화된 반면 미국은 실업률 하락 덕분에 소비와 투자가 살아나는 등 선진국 중에서도 유독 나은 모습을 보였다. 경제의 차이는 기업 실적 차이로 나타났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특수와 현대차 경쟁력 향상으로 2013년까지 우리 기업의 이익이 늘었지만 업종간 편중 현상이 심해 주가에 영향을 주지는 못했다.

이와 달리 미국은 기업 이익이 늘었을 뿐 아니라 구글·아마존 같은 세계적 기업의 영향력이 커져 주가 상승 속도가 빨랐다. 그 덕분에 2014년에 나스닥 지수가 2000년 IT버블 때 기록했던 최고점을 넘었다.

2011년 이후 6년간 우리 시장이 미국과 다른 모양이 된 건 수급이나 재료에서 소소한 차이가 났기 때문이 아니다. 경기와 기업 실적에서 근본적 차이가 나 주가가 장기간 다른 방향으로 움직인 것이다.

지금은 어떤 상태일까? 우리 경제가 미국보다 좋지 않은 게 분명하다. 3분기에 미국 경제가 2.1% 성장했다. 당초 예상은 2분기 성장률이 높았던 영향으로 1% 중반에 그칠 거란 전망이 많았다. 국내 경제는 2.0% 성장도 장담하기 힘든 상태다. 생산·소비에서 진전된 지표가 나오긴 했지만 신뢰도가 높지 않아 주식시장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하지 못했다.

기업 실적도 비슷하다. 올해 우리 기업의 이익이 35% 정도 감소할 걸로 전망되는데 반도체의 영향만으로 보기에는 감소율이 너무 크다. 반도체를 제외한 다른 기업의 이익 감소율도 10%를 넘는다. 미국 기업 실적은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줄어들더라도 그 폭이 3%를 넘지 않을 걸로 보인다. 오직 주가 수준만이 우리 시장이 미국보다 유리한 부분인데, 미국 시장은 올 상반기 잠시 정체됐던 걸 제외하고는 10년 내내 오른 반면 우리 시장은 지난해 초 2600을 고점으로 하락해 주가 부담이 크지 않다.

주가가 아무리 낮아도 펀더멘털이 나쁘면 상승은 반등 수준을 넘지 못한다. 주가가 추세적으로 올라가지 않는다는 의미인데 지금 우리시장이 그런 상태다. 주가가 낮기 때문에 미국 시장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때 우리 주식시장도 반등하지만 그 폭이 크지 않다.

이번에도 2150 안팎에서 한계가 왔다. 당분간 미국 시장이 약할 때 코스피가 미국 시장보다 더 떨어지고 반대로 미국 시장이 오를 때 덜 오르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을까 생각된다. 최악의 경우 우리 시장과 선진국 시장이 따로 움직여 미국 시장이 오르더라도 우리 시장은 반응하지 않을 수도 있다.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태에서는 가격도 큰 역할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주가가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한다고 해서 종목별 움직임까지 없어지는 건 아니다. 오히려 종목별로는 더 역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 앞에서 살펴본 2011년 이후 6년 동안이 그랬다. 삼성전자가 일정 가격대에 묶여 있는 동안 현대차는 27만원에서 10만원으로 떨어졌다.

조선주도 크게 하락해 주도주로서 지위를 상실했다. 이와 달리 화장품·게임·엔터테인먼트 기업의 주가가 크게 상승했다.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주가가 가장 좋을 때 시가총액이 국내 백화점 전체를 모은 것보다 클 정도였고 똑같은 모습을 2017년에 바이오가 이어받았다. 코스피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과거 산업이 퇴조하고 새로운 산업이 들어서는 과정이 진행된 것이다.

이번에는 어떤 종목이 변화를 주도할지 알 수 없다. 다만 명확한 사실이 하나 있긴 하다. 그동안 우리의 핵심 산업으로 분류돼왔던 업종이 이제는 반등 이상의 성과를 내기 힘들다는 점이다. 자동차·조선·철강 등이 그 부류에 속하는데 구조적으로 이익을 많이 내기 힘든 상태이기 때문이다. 결국 과거 핵심 산업에 의해 생긴 공간을 다른 성장산업이 얼마나 빨리 메우느냐에 따라 주가가 좌우될 텐데 대형주 중에서 성장을 기대할 만한 곳이 없다.

중소형주도 선진국 시장이 버텨줘야

시장에 대한 대응은 중소형주를 중심으로 했으면 한다. 이들은 시장에서 성장성이 높은 종목군으로 분류돼 있다. 주가도 낮아 시장 패턴이 바뀔 경우 상당한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다. 기대를 선반영한 종목들을 피한다는 관점에서도 괜찮은 투자 방법이다. 문제는 선진국 시장이다. 중소형주 상승도 선진국 시장이 안전하다는 가정에서나 가능하다. 이 가정이 흔들릴 경우 우리 시장도 하락을 막는 데 급급해야 할 것이다.

- 이종우 증시칼럼니스트

1513호 (2019.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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