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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덜 팔린 차] 가격·경쟁력·판매전략 ‘펑크’ 

 

쏘울, 박스카 이미지 못 벗어… 콜로라도는 높은 가격에 발목

▎기아차 쏘울 부스터
자동차 시장 승패는 결국 ‘신차 싸움’으로 귀결되게 마련이다. 새로운 디자인과 성능을 갖춘 신차는 당장 차를 살 계획이 없는 소비자까지 끌어와 완성차 업체의 판매량 증가를 이끈다. 이른바 신차 효과다. 내수 경기가 부진한 가운데도 올해 자동차 업계는 많은 신차를 내놨다. 현대자동차 등 일부 업체는 신차에 힘입어 자동차 시장에 분 찬바람을 뚫고 나가기도 했다.

다만 모든 신차가 반드시 판매량 증가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올해 나온 신차(판매 목표 제시 한정) 20대 중 일부는 판매 목표의 절반도 채우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기아자동차가 지난 1월 완전변경해 내놓은 3세대 쏘울 ‘쏘울 부스터’, 한국GM이 수입 판매 방식으로 새로 출시한 픽업트럭 ‘콜로라도’는 지난 11월까지 누적 판매에서 목표 달성률이 20%대에 그쳤다.

쏘울·콜로라도, 판매 목표 달성률 20%대


▎한국GM 콜로라도
제품 포지셔닝과 가격 경쟁력이 판매 목표 달성의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다. 기아차 쏘울 부스터가 대표적이다. 지난 2008년 1세대를 시작으로 2번 세대 변경을 거친 쏘울은 국내 시장에선 비주류로 분류되는 ‘박스카’ 모델이다. 지난 1월 기아차가 3세대 쏘울 부스터를 내놓을 당시도 시장은 쏘울의 판매 반등을 부정적으로 내다봤다. 결국 ‘역시나 안 팔린 차’가 됐다.

박스카는 국내에서 인기를 끌지 못하는 차종으로 꼽힌다. 이에 기아차는 쏘울 부스터 차량 외관을 보다 스포츠유틸리티 차량(SUV)처럼 보이게 바꾸고 박스카 대신 소형 SUV라는 차급을 내세웠다. 그러나 국내 소비자들에게 쏘울은 여전히 소형 SUV라기보다 박스카로 인식되면서 올해 들어 11월까지 5249대가 팔린 데 그쳤다. 판매 목표 2만대는 어림도 없었다.

올해 소형 SUV 시장 내 경쟁이 치열해진 것도 쏘울 부스터 판매 증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쏘울 부스터 판매량은 지난 3월 월 판매량 778대(전기차 모델 제외)로 정점을 찍은 이래 8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9월과 11월 월평균 판매량은 100대에도 미치지 못했다. 기아차 소형 SUV 셀토스와 현대차 소형 SUV 베뉴가 시장에 가세한 시기와 겹친다.

쏘울은 가격 측면에서도 경쟁력을 지니기 힘들었다는 진단이 나온다. 엔트리 트림 기준으로 1900만원부터 시작하는 쏘울의 판매 가격은 엔트리카 시장 수요를 흡수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기아차 소형 SUV 스토닉의 엔트리 트림은 1600만원부터 시작한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쏘울은 판매량이 적어도 박스카라는 고유성을 지닌 차였지만, 지금은 그런 장점도 희석됐다”고 지적했다.

한국GM 픽업트럭 ‘콜로라도’도 제품 포지셔닝과 비교적 높은 가격 탓에 부진했다. 콜로라도는 덩치가 큰 전통 픽업트럭으로 주차공간이 좁은 국내 실정에 맞지 않은 차로 분류된다. 차량 길이만 5.4m다. 미국에서 수입해 들여오는 탓에 엔트리 트림 차량 가격이 4000만원에 달해 가격 경쟁력마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출시 이후 누적 판매량은 651대에 그쳤다.

-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1515호 (2019.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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