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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2) 배달의민족 ‘꼼수 또는 배신’] 경쟁이 사라지자 수수료가 나타났다 

 

중개수수료 사업 재개한 배달의민족… 김봉진 전 대표의 ‘수수료 제로(0) 선언’ 백지화

▎김봉진 전 우아한형제들 대표(왼쪽), 김범준 대표 / 사진:우아한형제들
배달의민족이 요금 체계를 개편하면서 중개수수료 사업으로 노선을 바꿨다. 정액제 광고를 강조하면서 ‘수수료 제로(0)’를 선언한 지 5년 만이다. 일부 음식점주들은 배달의민족에 내는 비용이 늘어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음식주문배달 애플리케이션(앱)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4월부터 ‘오픈서비스’ 를 시작했다. 오픈서비스는 기존에 운영하던 ‘오픈리스트’ 사업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오픈서비스는 배달의민족 앱 가장 위쪽에 음식점 광고를 보여주고, 소비자가 이 광고를 통해 음식을 주문하면 음식점에 수수료를 받는 시스템이다. 기존 오픈리스트에서는 3개 업소만 휴대전화 화면 상단에 노출했는데, 오픈서비스에서는 모든 등록 업소가 노출되도록 개편했다. 수수료는 6.8%에서 5.8%로 1%포인트로 낮췄다. 배달의민족 홍보 임원은 “수수료 모델은 광고나 매출과 비례해 비용이 발생하는 가장 합리적인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존에 문제가 됐던 정액제 광고 방식의 ‘울트라콜’의 대체 모델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울트라콜은 월 8만원만 내면 음식점을 광고할 수 있었던 정액광고다. 음식점주가 자신의 식당 주소를 등록하면 반경 1.5~3㎞에 있는 소비자에게 노출되는 방식의 광고 시스템이다. 문제는 배달의민족이 ‘깃발 꽂기’를 홍보하고 나서면서 생겼다. 깃발 꽂기는 음식점주가 식당 주소를 등록하는 것을 말한다. 우아한형제들은 울트라콜 광고 원리를 소개하는 글에서 ‘광고 주소는 우리 가게의 실제 주소와 다르게 설정할 수 있다’며 ‘광고 노출 반경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반경을 확장하고 싶다면 울트라콜을 여러 개 구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중복 광고를 유도한 것으로, 깃발 꽂기를 많이 할수록 배달의민족은 광고 매출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홍보하던 ‘깃발 꽂기’ 문제되자 수수료 사업으로 가닥


일부 점주들이 거짓 주소를 만들어 여러 개 깃발 꽂기를 하면서 편법, 과열 경쟁 논란이 일었다. 많게는 20개까지 깃발 꽂기에 나선 음식점도 생겨났다. 음식매장은 한 곳이지만 인근 여러 곳에 거짓 주소를 만들어 주문을 받는 식이다. 다른 음식점도 광고 노출 효과를 위해 깃발 꽂기 경쟁에 뛰어들었다. 우아한형제들은 한 음식점당 평균 3개의 깃발 꽂기를 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논란이 되자 해결책으로 제시한 게 요금체계 개편을 통한 ‘오픈서비스’ 도입이다. 오픈서비스를 신청한 음식점 목록을 휴대전화 화면 상단에 모두 보여주는 방식으로 바꾸면 울트라콜 광고를 아래로 밀어내는 효과가 생긴다. 우아한형제들 측은 향후 3년간 울트라콜 요금을 동결하고 한 업소의 울트라콜 중복 노출을 3개 이내로 제한한다며 광고체계 유지를 언급했다. 하지만 사실상 첫 화면에서 보이지 않게 만들며 도태시킨 셈이다. 영등포구의 한 음식점주는 “깃발 꽂기를 3개로 제한하는 것만으로 음식점들은 충분히 공평한 경쟁을 할 수 있다”며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인다고 말하지만 결국 정액제를 버리고 중개수수료 사업을 하는 게 아니냐”고 했다. 깃발 꽂기 3개를 한다고 가정하면 매출이 얼마가 나오든 광고비는 24만원으로 고정적이지만, 수수료를 지불하게 되면 월 매출 500만원일 경우 수수료로 29만원을 내야 한다. 매출이 늘어날수록 수수료도 증가하는데 결국 기존보다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배달의민족의 이 같은 사업 방향 전환은 2015년 김봉진 대표가 선언했던 ‘수수료 제로(0)’를 사실상 백지화한 것이다. 당시 배달의민족은 매출의 30%가 ‘바로 결제’ 수수료에서 나왔지만 소상공인들의 수수료 부담 논란이 커지자 통 크게 수수료를 포기했다. 이후 도입한 것이 울트라콜이다. 그러나 배달의민족이 딜리버리히어로(DH)에 인수되고, 김봉진 대표가 자리를 떠나자 사업 방향이 바뀐 것이다. 배달의민족 홍보 임원은 “현재 울트라콜 광고 이용자가 있어 이 시스템을 한 번에 없앨 수 없다”며 “장기적으로 중개수수료 사업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말했다. 추후 정액제 광고는 폐지 수순을 밟을 전망이다.

우아한형제들 측은 수수료 사업 논란에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중개수수료 방식의 사업을 확대한 것은 맞지만 수수료율은 최저 수준이라 음식점주들의 부담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오픈서비스 수수료는 5.8%수준인데, 다른 업체들이 10~20%까지 수수료를 받는 것과 비교하면 적은 편이라는 설명이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등록된 음식점주 가운데 절반은 오픈서비스를 이용할 때 부담이 줄어드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배달의민족을 통해서 들어오는 매출이 많지 않은 매장의 경우엔 여러 개 깃발 꽂기로 매달 비싼 광고비를 내는 것보다 건당 수수료를 내는 게 더 저렴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배달의민족이 ‘수수료 제로’ 선언을 파기한 상황에서 언제든 수수료 인상도 단행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김범준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지난해 말 “DH와의 인수합병(M&A)로 인한 중개수수료 인상은 있을 수 없고 실제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밝히기도 했다.

문제는 국내 배달음식 시장을 DH가 독점하고 있다는 것이다. DH는 유럽, 아시아, 중남미 등 전세계 40여개국에서 온라인 음식배달 서비스를 운영하는 업체다. 국내에선 배달앱 시장 점유율 2위 요기요와 3위 배달통을 운영하다가 지난해 12월 배달의민족을 인수했다. 배달의민족은 국내 배달앱 시장에서 약 50%를 점유하면서 요기요·배달통(합쳐서 약 40%)과 경쟁했는데, 이제는 한 회사가 되면서 경쟁이 필요없게 된 것이다. DH가 우아한형제들 인수를 발표할 당시 전국가맹점주협의회는 “한 개 기업으로 배달 앱 시장이 통일되는 것은 자영업 시장에 고통을 더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쟁 기업이 없기 때문에 수수료를 제 맘대로 올릴 수 있다는 우려다.

음식배달 90% 독점에 ‘싫어도 떠날 수가 없어’

DH가 배달의민족을 인수하는데 4조7500억원이라는 거금을 쏟아부은 만큼, 자금 회수를 위해 향후 수수료 인상 등 전략을 바꿀 가능성이 크다는 게 시장 전망이다. 배달 서비스가 시장에 자리를 잡자 바로 광고비를 올려받았던 음식배달 업체들의 전력도 이 같은 우려를 더한다.

현재 공정거래위원회는 배달의민족과 요기요의 기업결합 심사를 진행 중이다. 두 기업이 결합해 생기는 효율성이나 소비자 후생에 미치는 효과가 시장경쟁을 제한하거나 독과점을 일으키는 부작용보다 큰 지 따지고 있다. 시장점유율이 90%에 이르는 만큼 ‘독점’을 문제 삼아 기업결합을 승인하지 않을 수도 있다. 지난해 12월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혁신을 촉진하는 측면과 소비자에게 피해가 될 수 있는 측면을 균형 있게 따져보겠다”고 밝혔다.

-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co.kr

1529호 (2020.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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