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마다 운영제한·휴업지원금 대상도 달라 소상공인 ‘볼멘 소리’
▎서울시는 코로나19 위기단계가 최고단계인 ‘심각’으로 격상됨에 따라 지난 3월 24일부터 잠실실내체육관과 고척돔 등 15개 시립체육시설을 전면 휴관했다. 사진은 문을 닫은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 매표소. / 사진:서울시는 코로나19 위기단계가 최고단계인 ‘심각’으로 격상됨에 따라 지난 3월 24일부터 잠실실내체육관과 고척돔 등 15개 시립체육시설을 전면 휴관했다. 사진은 문을 닫은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 매표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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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이 커지면서 정부의 재난 위기경보 단계가 ‘관심’ ‘주의’ ‘경계’를 넘어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격상됐다. 정부는 이 같은 집단감염 사태를 줄이고 확산을 막기 위해 ‘다중이용시설 운영 제한’을 권고했다. 하지만 제한하는 다중이용시설 선정에 이렇다할 기준이 없고, 지자체 별로 정책도 중구난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를 거쳐 2015년 메르스 등 감염병 위기를 이미 여러 번 겪었지만, ‘다중이용시설 운영 제한’에 대한 정책적 지도와 사회적 합의가 아직도 마련되지 않은 것이다.
운영 제한 권고하는 뚜렷한 기준 없어법률 제15809호(다중이용업소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따르면, 다중이용시설이란 ‘불특정 다수인이 이용하는 영업 중 화재 등 재난 발생 시 생명·신체·재산상의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높은 곳’을 말한다. 평소에는 시설 안전을 관리하기 위해 구분했던 개념인데, 현재는 감염 재난위기 상황으로 사람들의 이용을 제한해야 하는 곳의 범주화에 사용되고 있다. 다중이용시설 업종별로는 휴게음식점영업, 제과점영업, 일반음식점영업, 단란·유통주점영업, 영화상영관, 학원. 목욕장업, 게임제공업, 노래연습장업, 산후조리원업, 고시원업, 권총사격장업, 골프연습장업, 안마시술소업, 콜라텍업 등 다양하다.현재 정부가 강도 높은 운영 정지를 권고한 다중이용시설은 단 3분야다.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종교시설 ▶무도장, 무도학원, 체력단련장, 체육도장과 같은 일부 실내체육시설 ▶콜라텍, 클럽, 유흥주점 등 유흥시설에 대해 15일간 운영을 중단해 줄 것을 강력하게 권고했다. 무조건적인 법적 조치가 아닌 권고사항이지만, 보건복지부는 현장점검을 지속해서 진행할 예정이고 만약 현장점검에서 시설별 준수사항을 이행하지 않으면서 운행을 지속하는 업소엔 감염병예방법 제49조 제1항 제2호에 따라 집회, 집합제한 명령이 내려지고 벌금 300만원을 청구할 수 있음을 경고했다.여러 다중이용시설 중 왜 세 분야만 선정됐냐는 물음에 대해서 중앙사고수습본부 관계자는 “지금까지 집단감염이 일어났거나 사업장 특성상 감염 위험이 큰 곳을 선정했다. 실제 종교시설은 집단발병 사례 95건 중 11건에 해당했고, 실내 체육시설 1건에서만 확진자가 116명이나 발생했다”며 “그 외의 곳은 지자체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지자체별로 적용대상을 정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전국 공통으로 운영 제한을 권고한 3가지 분야 외 다중이용 시설은 지자체 자율 설정에 맡겨졌다. 먼저 수십 가지 종류의 다중이용시설 중 3가지 분야만 운영 제한한 기준도 의아하지만, 지자체별로 설정한 제한 업종 기준을 살펴보면 더욱 황당하다. ‘다중이용시설 제한’을 활발하게 현장 점검하고, 관련 지원책을 펼치는 서울시와 전라북도 상황만 봐도 주먹구구식 행정을 확인할 수 있다.먼저 서울시는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에서 내려온 지침인 ‘종교시설’ ‘실내체육시설’ ‘유흥시설’ 외에 ‘PC방’과 ‘노래연습장’을 추가했다. 서울시는 해당 5개 분야 업소를 현장 점검하고, 운영 중지를 권고하고 관리한다. 하지만 PC방과 노래연습장이 운영 제한 대상으로 더해진 이유에 대해서는 뚜렷한 기준을 밝히지 못한다. 서울시 경제정책과 관계자는 “규모나 유동인구 수와 같은 기준이 있어서 추가된 건 아니다”라며 “중앙사고수습본부에서 지침이 내려올 때 ‘PC방, 노래연습장 등은 지자체별 상황에 따라 추가한다’는 내용이 있었기 때문에 PC방과 노래연습장을 더했다. 정부에서 언급하지 않은 업종을 더하는 것은 시 자체적으로 부담이 크기 때문에 여기서 다른 업종을 더하는 것은 고려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권고사항에 적극적인 전라북도는 서울시보다 많은 16개 업종을 대상으로 관리한다. 전라북도가 지정한 다중이용시설은 종교시설, 무도장, 무도학원, 체력단련장, 체육도장, 콜라텍, 클럽, 유흥주점, PC방, 노래연습장, 학원, 콜센터, 영화관, 요양병원, 노인요양시설, 노인요양시설 공동생활가정이다. 전라북도 역시 추가 확대에도 명확한 기준은 없다. 전라북도 안전재난과 담당자는 “감염이 확산하는 긴급 상황에서 수치로 따지는 세밀한 기준을 만들긴 어렵다”며 “내부적으로 집단감염 위험이 클 수 있는 업종에 대해 회의하고 의논한 뒤 결정한 사항”이라고 말했다.
지자체별 대책에 ‘형평성 문제’ 제기도운영 제한 권고와 관련한 지자체 지원도 제각각이다. 4월 2일 기준으로 서울시의 25개 자치구 중 총 8개 자치구만 영업 중단한 사업장에 휴업지원금을 제공한다. 지원하는 자치구로는 강남구, 성북구, 송파구, 종로구, 구로구, 강서구, 마포구, 노원구가 있다. 이 지자체들은 자발적으로 휴업한 지정 다중이용시설 업주에게 최대 100만원까지 지원한다.전라북도 지원책은 또 다르다. 서울시 자치구에서 진행하는 지원책과 달리, 전라북도는 시설이 휴업하지 않아도 운영 중단 권고 목록에만 포함하면 업종 사업주에게 최대 70만원을 지원한다. 전라북도 안전재난관리과 관계자는 “휴업을 권장하는 것이 아닌, 소독과 방역을 할 수 있도록 비용을 지원하는 차원에서 지급하고 있다”며 “총 100억원이 지원금으로 사용될 예정이며 지난 3월 24일부터 26일까지 3일간 1만3300개 업소 신청을 받았고 4월 1일 기준으로 신청자의 85%에게 지원금 지급을 완료했다”고 말했다.운영을 제한하는 기준도 모호하고, 지원금을 받는 대상도 지자체별로 달라 다중이용시설을 운영하는 사업주는 ‘형평성 문제’를 제기한다. 정책에 대한 반응도 첨예하게 갈린다. 지원금이 있는 지자체의 사업주는 ‘왜 우리 업종은 운영 제한 다중 이용시설 목록에 빠졌냐’는 반응이고, 반대로 지원금이 없는 지자체의 사업주는 ‘왜 우리 업종만 묻은 닫아야 하는 거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 경제정책과 관계자는 “다중이용시설 휴업지원금은 서울시 예산으로 나가는 것이 아니라 기초단체 예산에서 산정되는 것이기 때문에 모두 다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류필선 소상공인연합회 부장은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정부 방침이기 때문에 당연히 따라야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같은 서울시 안에서도 어떤 구 사업주는 지원금 100만원을 받고, 또 다른 구 사업주는 한푼도 못 받는 등 자치 단체별 차이에 대한 불만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