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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긴급지원 ‘지역상품권’의 딜레마] 당장은 반갑지만 결국엔 탈 난다 

 

정부 정책자금으로 지자체 도입 경쟁… 인센티브 없이도 동참 분위기 만들어야

▎경기도 성남사랑상품권 발행 모습 / 사진:연합뉴스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의 일종. 이하 지역상품권)이 다시 주목 받고 있다. 경기침체와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골목상권에 온기를 불어넣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마다 앞다퉈 재난긴급지원금으로 지역상품권 도입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자금난 또한 예상되면서 벌써부터 빨간 불이 깜빡이고 있다. 지정 지역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지역상품권이지만 재정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수혜자인 지역주민에게 피해로 돌아가는 부메랑이자, 제도 정착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이에 일각에선 후폭풍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이제 도입을 넘어 안착에 필요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역상품권의 발행 지자체 수와 발행 규모는 2018년까지 56곳, 3065억원에 불과했다. 전국 광역·기초 지자체 가운데 23% 정도만 도입한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지난해 침체된 경기를 부양하려고 국고를 지원하자 172곳, 2조3000억원으로 급증했다. 올해는 226곳, 6조원(4월 1일 기준)에 이를 정도다.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당초 계획했던 3조원에 추경예산 3조원까지 더해졌다. 그러자 관심조차 없던 지자체들까지 국고 쟁탈전에 뛰어들고 있다.

재정자립 부실한 지자체도 인센티브 남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코로나19 대응 방안으로 4월부터 경기도민에게 1인당 재난기본소득 10만원을 지역화폐의 일종인 지역상품권으로 지급하기로 발표했다. 그러자 지급수단인 경기지역화폐 카드를 발급받으려는 신청자가 하루 최대 26만 명까지 급증했다. 평소의 60배나 되는 규모다. 경기지역화폐 홈페이지 방문자도 10만명까지 늘었다. 접속률이 평소보다 1300%나 폭증해 서버가 수 차례 멈췄다. 최근까지 서울시의 발행 요청을 외면했던 서초구도 코로나 재난긴급생활비 지급을 명분 삼아 서울사랑상품권(제로페이 기반 모바일 지역화폐)을 발행하기로 태도를 바꿨다.

이처럼 지역상품권 발행이 급증하고 있지만 이를 지원할 곳간은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지자체가 발행하는 지역상품권은 정부가 발행액의 4%를 보조해준다. 산업·고용위기·강원산불·포항지진 지역에는 국비 4%를, 그 외 지역엔 국비 2%+특별교부세 2%를 각각 지원한다. 발행비(발행액의 약 8%)의 절반도 정부가 제공한다. 게다가 올해 지역상품권 활성화 공모사업까지 열어 선정된 지자체 8곳에 비용의 50%도 제공하기로 했다.

결국 정부는 올해 코로나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적자 국채까지 발행해 국고를 조달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정부는 지난해 예비비로 지역상품권 발행을 지원했었다. 반응이 나쁘지 않자 올해부터 2022년까지 한시적으로 국고를 본격 지원키로 했다. 행정안전부 지역금융지원과 관계자는 이에 대해 “소상공인과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한 마중물이다. 3년 뒤에도 계속할지 여부는 논의된바 없다. 일각에선 지자체 사업인데 국가가 나서서 돕는 게 맞냐는 회의론도 있다”고 말했다. 3년 뒤부턴 지자체가 스스로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는 뜻이다.

지역상품권 발행·관리의 주체인 지자체도 사정이 여의치 않다. 지자체 대부분이 재정자립 능력이 부실해 지역상품권의 지속가능성 여부가 향후 쟁점이 될 전망이다. 전국 광역 시·도 17곳 중 재정자립도가 50% 미만인 지자체가 10곳에 이른다. 이 가운데 전남도(25.7%)가 가장 낮으며 가장 높은 서울시(82.2%)와의 격차가 56.5%포인트나 된다. 광역자치단체에 비해 경제 체력이 약한 기초자치단체로 갈수록 재정자립도는 더욱 떨어진다. 충북 보은(7.74%), 전남의 구례(8.75%)·신안(8.55%)·함평(9.93%), 경북 봉화(8.97%)는 10%를 밑돌 정도다.

하지만 지자체는 지역상품권 판매 시 구입금액 10% 할인과 소득공제를 인센티브로 제공하고 있다. 최근엔 코로나 사태가 발발하자 소비 진작을 위해 할인율을 15%로 올리고 캐시백 5%, 소득공제 60%, 1인당 월 구매한도 100만원까지로 증액하는 등 인센티브를 한시적으로 확대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자체는 지금 당장은 국고에 의존해 발행을 이어가겠지만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을 끌어안아 자금줄 마련이 시급하다. 정부의 지원 계획대로라면 2022년에 뽑힐 민선 8기 자치단체장들이 폭탄을 전달받게 된다.

지역화폐를 연구해온 최준규 경기연구원 연구위원은 “지자체가 지역상품권 발행에 적극적일 수 있었던 이유는 정부가 주는 정책자금을 주민에게 할인·캐시백 같은 인센티브로 줬기 때문”이라며 지금부턴 “이를 통해 빠른 시간 안에 주민들이 골목상권에 대한 경험을 축적시켜 향후에 인센티브 없이도 지역 경제에 동참할 수 있도록 공감대를 만들어가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의 전대욱 박사도 “지자체의 인센티브 남발에 따른 손실액을 어떻게 메울지 고민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를 위해 ▶할인정책을 상시에서 한시로 바꾸고 명절이나 재난 등 소비 진작이 필요할 때 집중 활용 ▶관 주도로 시작된 시스템을 소상공인·지역기업 등 지역주민으로 이뤄진 자율적 민간 거버넌스로 전환 ▶향우회 등 출향민들이 고향에 기부하면 지역상품권으로 보상 ▶지역축제 때 입장료·체험비 등을 지역상품권으로 활용해 외지 방문객이 소진하고 가도록 유도하는 등의 방안들을 열거했다.

디지털시스템 전환으로 발행·운영비 절감해야


지역상품권의 체계를 디지털시스템으로 전환해 발행과 관리에 소요되는 비용을 절감하는 노력도 절실하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5억원 어치의 종이 지역상품권을 발행하려면 제작비·환전판매수수료·포인트운영·전산관리·홍보 등 연간 2억2000만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따라서 종이·카드·스마트폰앱 세가지 유형으로 출시하고 있는 현행 체계를 디지털 시스템으로 빠르게 통합해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를 위해 디지털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교육과 홍보의 확대도 필요하다. 서울 노원구는 자원봉사와 물품기증을 주고받는 품앗이 지역화폐인 노원(NOWON)에 2018년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해 지역상품권의 문제점들을 해결해가고 있다. 이를 계기로 한국조폐공사도 지난해 블록체인과 클라우드 기반의 시스템을 개발해 군산·성남·시흥 등 지자체 6곳에 모바일 지역사랑상품권 서비스 제공을 시작했다.

블록체인 기술은 지역상품권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한 방안으로 주목 받고 있다. 일방적인 관 주도에서 사용자 중심으로 시스템을 편리하게 개선할 수 있어서다. 그에 따른 비용·인력 절감도 기대할 수 있다. 지역상품권이 어디서 어떻게 쓰였는지도 추적할 수도 있다. 이 정보는 가맹점에겐 상권 분석과 소비 동향 제공에, 이용자를 위한 정책 개선에 사용할 수 있는 선순환을 만들어 줄 수 있다. 정부 입장에서도 간편한 회계 처리와 과세·징수, 탈세와 부정사용 방지 등의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최 연구위원은 “생활권이 인접한 지역끼리 묶어 지역상품권의 사용 범위를 넓혀 수요를 키우자는 의견이 있는데 그러면 특정 상권에 쏠리는 블랙홀 현상이 일어나 골목상권 활성화라는 취지가 퇴색할 수 있다”며 “소비자가 편리하게 이용하면서 소상공인도 경제효과를 누릴 수 있는 공동체성을 고려한 조율을 먼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스기사] 은행·IT업계, 블록체인 기술로 지역상품권 디지털화 경쟁

지역상품권(지역화폐)의 발행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디지털 시스템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일면서 이를 선점하기 위한 금융·IT 업계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LG CNS는 지난해 KB국민은행과 손잡고 지역화폐인 마곡페이를 개발했다. 마곡페이로 결제하면 국민은행이 결제금을 사후에 현금으로 정산해주는 디지털 화폐다. 서울 강서구 마곡동 LG 사이언스파크 주변 상권에서 시범운영하면서 시스템을 보완해 LG 계열사로 확대할 계획이다. 스마트카드 제조 기업인 코나아이는 2018년 선불카드 플랫폼인 코나카드를 출시해 종이형 지역화폐를 대체해가고 있다. 이를 경기·대덕·양산·인천 지자체에 납품하고 있으며 경기도에선 김포·성남·시흥을 제외한 28개 시·군의 지역화폐 대행업무를 맡고 있다.

KT는 지난해 4월 지역화폐 플랫폼인 착한페이를 개발해 김포에서 첫 서비스를 시작했다. 블록체인 기술로 사용 지역·업체·기간 등을 설정할 수 있고, 사용 이력을 추적해 불법사용도 차단한다. KT는 이를 앞세워 지난해 공주·울산·부산·칠곡에서도 지역화폐 개발 사업을 따냈다.

은행권의 블록체인 개발도 활발하다. 하나은행은 국제 지급결제망인 가칭 글로벌 로열티 네트워크(GLN)를 개발하고 있다. 블록체인을 금융업무에 접목해 신용카드 대신 QR코드를 활용한 간편결제 시스템이다. 지난해 3월 대만 타이신 은행과 손잡고 이 서비스를 시작했다. 스마트폰 앱인 하나멤버스에서 하나머니를 충전해 대만 가맹점에서 비자카드처럼 결제할 수 있다.

신한은행도 블록체인 서비스 플랫폼을 개발해 대출 상품 판매 시 본인 검증, 이자율 스와프 거래, 골드바 구매 인증과 보증서 저장, 로그인 한번으로 그룹 내 여러 앱들에 자동 로그인, 암호화폐·신용정보 같은 디지털 자산을 보관하는 모바일 금고 서비스 등에 활용하고 있다. 이와 함께 2018년엔 KT와 지역화폐 블록체인화 사업 업무협약도 맺었다. 우리은행은 5년전부터 블록체인 금융 서비스 개발에 나섰다. 해외 송금, 디지털 화폐, ID 인증 등 다양한 블록체인 금융 서비스 기술을 축적해 본격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다. 이밖에 NH농협은행은 P2P 업체와 손잡고 P2P 투자상품 원리금수취권증서 저장에 블록체인을 활용하고 있으며, 그룹 계열사 간 업무 네트워크에도 적용할 예정이다.

- 박정식 기자 park.jeongsik@joongang.co.kr

1529호 (2020.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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