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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주기 통신장비 시장 격전] 엎치락뒤치락 속 삼성전자 주목 

 

현재 4G·5G 연동에선 화웨이 선두… 5G 단독모드 경쟁시 삼성전자 양강구도 형성

▎LG유플러스 직원들이 서울시청 앞 기지국에서 5G 장비를 설치하고 있다. / 사진:LG유플러스
2020년 통신장비 업체들은 한층 더 격렬한 싸움을 예고하고 있다. 통신장비 시장에서는 2000년대 3세대(3G)에 이어 2010년대 4세대(4G) 이동통신 기술이 시장의 주류를 차지하면서 매 10년마다 격전을 펼치고 있다. 2019년 한국에서 처음 상용화된 5세대(5G) 이동통신 기술은 2020년 단독 모드(Stand Alone)의 본격적인 보급을 앞두고 있다. 4G 이동통신장비 시장에서 격전을 벌였던 중국 화웨이와 덴마크 에릭슨, 핀란드 노키아에 한국의 삼성전자까지 5G 경쟁에 참여하면서 향후 10년을 좌우할 주도권 쟁탈전이 불을 뿜을 전망이다.

5G 통신장비 시장에서 가장 주목 받는 업체는 삼성전자다. 2019년 4월 국내에서 세계 최초로 5G 통신 기술을 상용화하면서 급격히 점유율을 높였다. 정지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LTE 시장이 열릴 때 노키아와 에릭슨, 화웨이 등과의 경쟁에서 밀리면서 한국을 포함한 일부 국가에만 네트워크 장비를 납품해야 했다”며 “그러나 자체 기술력 향상과 급변하는 주변 상황으로 5G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맞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9년 미국vs화웨이, 2020년은 5G 단독모드 경쟁


삼성전자는 국내 이동통신사들이 5G 상용화를 앞두고 설비 투자에 나서면서 2018년 4분기 전세계 5G 장비 시장 점유율 1위에 올랐다. 2019년 1분기에도 37%를 점유하며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2019년 2분기부터 5G 상용화 국가가 확대되고 화웨이가 유럽 시장에서 약진하면서 1위 자리를 내줘야 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델오로가 발표한 2019년 3분기 기준 전세계 통신장비 시장 점유율을 보면 화웨이(31.2%), 에릭슨(25.2%), 노키아(18.9%)순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점유율 15%로 4위까지 떨어졌다.

무선통신 업계에서는 통신장비의 신뢰성과 안정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삼성전자가 고전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화웨이와 노키아, 에릭슨은 과거 4G 통신망 투자 시기 장비를 공급하면서 시장에서 신뢰를 쌓았다. 2018년까지만 해도 이동통신장비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주요 업체에 포함되지 않았다. 4G 통신 기술이 주류를 차지하던 당시에는 전 세계 통신장비 시장 대부분을 화웨이, 에릭슨, 노키아 등이 장악하고 있었다. 화웨이는 약 30%의 점유율을 보이는 등 에릭슨과 노키아를 포함하면 상위 3곳이 시장의 80% 가량을 차지했다. 삼성전자는 시장의 5% 정도를 점유하는 수준이었다.

5G 시대가 열렸지만 2019년까지만 해도 전세계 주요 통신 업체 대부분은 기존 4세대 통신기술과 5G를 연동하는 복합 규격(Non Stand Alone)을 채택했다. 따라서 기존 4세대 장비를 공급했던 업체들이 유리했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화웨이 장비는 가격 경쟁력도 좋지만 성능이나 유지·보수 측면에서도 경험이 쌓였다”며 “이런 점들이 6㎓이하 저주파 대역의 복합규격 설비에서 강점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전세계 5G 통신장비 경쟁은 북미와 유럽, 아시아 등 이동통신 기기가 보급된 대부분의 국가에서 벌어지고 있다. 따라서 5G 통신장비 업체들의 진짜 실력을 가늠하기 위해서 2020년 성적표를 확인해야 하는 상황이다. 다만 현재 상황에서 시장은 크게 미국과 유럽으로 나뉜다. 세계 최대 이동통신 시장인 미국에서는 선두업체 화웨이의 접근이 차단됐다. 2019년 미국 정부가 안보 위험을 강조하며 화웨이 장비를 배제하기로 하면서 삼성전자와 노키아, 에릭슨 등이 Verizon과 AT&T, Sprint 등 미국 주요 통신업체에 5G 통신장비를 공급하고 있다.

반면 유럽에서는 화웨이가 약진했다. 미국 정부는 자국 내에서처럼 동맹국들에게도 화웨이 장비 사용 금지 동참을 촉구했지만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가 화웨이를 배제하지 않겠다고 결정해서다. 화웨이도 전략적으로 장비 공급사 입찰에 참여하면서 가격경쟁력을 강조했다. 그 결과 유럽 시장에서는 다수의 국가에서 화웨이 장비를 채택했다. 화웨이는 2020년 1월까지 영국과 프랑스, 독일 등 유럽 내 40여개 국가에서 5G 장비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2019년 5G 장비 시장을 좌우했던 핵심 요인이 미국 정부의 화웨이 장비 배제였다면, 2020년 핵심 화두는 5G 단독 모드 장비의 본격 보급이다. 5G 전용 주파수인 28㎓ 대역을 사용하는 5G 단독 모드가 구축되면 이론상 4G 이동 통신에 비해 최대 20배 빠른 통신 속도를 구현할 수 있어 ‘진짜 5G’로 불린다. 이 때문에 국내 이동통신 3사는 5G 단독 모드로 전환을 위한 기지국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경기부양책 우선순위로 꼽혀

5G 단독 모드에서는 삼성전자와 화웨이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삼성전자와 화웨이는 5G 통신장비와 스마트폰, 칩셋 등 관련 제품 전반의 기술력을 모두 갖추고 있다. 반면 에릭슨과 노키아는 통신장비 쪽에서만 경쟁력이 높다는 평가다. 삼성전자와 화웨이만 놓고 보면 결과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을 전망이다. 양쪽 모두 기술력을 자신하고 있는 데다, 시장 공략에 대한 의지도 확고하다. 삼성전자는 10년 넘도록 연구개발에 투자한 데다 2018년에는 5G 통신 장비를 4대 미래 성장사업 중 하나로 선정할 만큼 힘을 쏟고 있다. 화웨이 역시 지난 2008년부터 5G 통신 기술 연구개발에 나서 10여년간 연구개발(R&D)비용으로 60조원 가량을 투자하면서 기술력에서는 누구에게도 뒤처지지 않는다고 자신하고 있다.

5G 장비 시장에서 벌어지는 격전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도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이다. 당장은 5G 장비를 만들기 위한 부품 수급에 차질이 예상되지만 전세계 주요국들이 경기부양의 일환으로 5G 인프라 구축에 적극 나서고 있어서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통신 3사는 경제활성화를 위해 올해 상반기에 5G 인프라 투자 금액을 2조7000억원에서 4조원으로 늘렸다”며 “중국에서도 2025년까지 5G망 구축에 1조2000억위안(약 206조원)을 투입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코로나19 이후 경기부양책의 최우선 순위는 5G 인프라 투자”라고 분석했다.

- 황건강 기자 hwang.kunkang@joongang.co.kr

1529호 (2020.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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