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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 주도권 놓고 글로벌 각축전] “생존이냐 도태냐” 산업 틀 변혁 기반 찾아라 

 

미·중 투자 늘리고, 독일은 산업융합에 도전… 2026년 800조원 시장 전망

5세대 이동통신(5G)이 국가 간 정보통신기술 경쟁의 전장(戰場)으로 변했다. 5G가 단순 이동통신 서비스 차원을 넘어 4차산업혁명의 ‘길’이자 ‘플랫폼’으로 주목받고 있어서다. 전 세계 주요국들은 앞다퉈 5G를 국가 전략 산업으로 지정하고 있다. 꼬박 1년 전 ‘세계 최초 5G 상용화’ 타이틀을 한국에 내준 미국은 곧장 시장 선도를 위한 ‘5G 이니셔티브’를 발표하고 대통령까지 나서 “미국은 5G 경쟁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뒤이어 중국, 일본, 유럽까지 국가 주도의 산업 강화 방침을 정하고 5G 상용화를 선언하면서 전장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에 따르면 현재까지 24개국이 5G 상용화를 선언, 국가 주도의 5G 기반 정보통신기술(ICT) 경쟁에 참여했다. 지난해 4월 3일 한국 정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나서 5G 상용화를 이룬 지 1년 만의 변화다. GSMA의 글로벌 이동통신 서비스 연구기관인 GSMA 인텔리전스는 ‘더 모바일 이코노미 2020’ 보고서에서 연내 5G 개통을 앞둔 국가만도 39개국에 달한다고 집계했다. 손수득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혁신성장본부장은 “5G가 산업 경쟁력 우위를 변화시킬 수도 있는 만큼 주요 국가들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도권 잡자” 전 세계 5G 투자 본격화

5G 주도권 경쟁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는 국가는 미국이다. 백악관이 직접 5G 기술 혁신과 투자를 주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백악관은 2016년 ‘첨단 무선통신 연구 이니셔티브’를 통해 4억 달러(약 4800억원) 예산을 투입하면서 5G 활성화를 추진해왔다. 2019년 4월에는 백악관 내 과학기술국(OSTP)이 5G 이니셔티브를 발표했는데, 향후 10년간 204억 달러(약 25조원)를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5G 펀드를 조성하고 규제 해소에도 나선다는 계획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5G는 미국의 경제 번영과 국가 안보를 연결하는 핵심 고리”라고 강조했다.

미국과 글로벌 패권을 다투는 중국 역시 지난 11월 5G를 상용화하고 경쟁력 강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미국이 동통신산업협회(CTIA) 평가에서 미국과 5G 준비 순위 공동 1위에 오른 중국은 2025년까지 5G 네트워크 구축에만 1조2000억 위안(약 198조원)을 투자하기로 정했다. 연간 투자 규모로는 미국보다 많다. 중국은 기지국 규모에서는 이미 세계 1위다. GSMA는 “중국 내 5G 기지국은 약 16만개로 한국 10만여 개 미국 7만5000여 개보다 많다”면서 “중국은 중앙정부의 대규모 투자에 힘입어 5G 선도국이 될 것”이라고 봤다.

유럽 국가들의 대규모 진입도 눈에 띈다. 지난해 한국이 5G 상용화에 나설 때만 해도 유럽 국가들은 5G 상용화에 소극적이었다. 실제 지난해 2월 GSMA 이사회에 참석한 유럽 이동통신사들은 5G 도입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의견을 냈다. 2011년 본격화한 4세대 이동통신(4G) 손익분기점도 넘지 못했다는 게 이유였다. 그러나 영국·핀란드 등 유럽 주요국은 이동통신사 의견과 달리 국가 주도 5G를 추진하고 있다. 영국과 핀란드는 각각 지난해 5월, 7월 5G를 상용화했다. 일본도 지난 3월 5G를 상용화, 기술 경쟁에 가세했다.

전세계 주요 국가들의 5G 시장 진입은 5G 경쟁력이 국가 경쟁력으로 변하고 있는 데 따른 기술 개발 투자라는 분석이다. 일각에선 5G가 국가 간 산업 경쟁력 우위를 변화시킬 수도 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5G가 가진 초고속, 초저지연, 초연결 특성이 산업 간 융·복합을 빠르게 촉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고주파수 대역인 28㎓ 5G가 본격화해야만 스마트팩토리, 완전자율주행 등이 가능해지며 ‘진짜 4차산업혁명’이 일어난다는 분석이다. 빅데이터 기반 제조공정 예방정비업체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은 데이터를 얼마나 많이 모으고 빠르게 활용하느냐가 핵심”이라며 “그 기반이 5G”라고 말했다.

실제 독일은 국가 주도로 5G와 기존 산업 간 융합을 추진하고 있다. 5G 기반 스마트팩토리 구축이 대표적이다. 스마트팩토리는 설계·개발, 제조 및 유통·물류 등 생산과정에 ICT를 적용해 생산성, 품질, 고객만족도를 향상시키는 생산공장을 말한다. 스마트팩토리 내 데이터 제어를 위해선 5G가 필수다. 김지환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제조업 강국인 독일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미국에 뒤처져 있다는 위기감이 높다”면서 “제조업 기반을 버리지 않으면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도구로 5G를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이동통신 넘어 스마트팩토리·자율주행에서 빠른 성장

글로벌 주요국이 5G 강화에 나서면서 기업들도 속속 동참하고 있다. 5G 통신장비 업체인 에릭슨에 따르면 메르세데스-벤츠는 독일 남부 완성차 생산 공장에 5G를 이용한 자동화시스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독일 전투기 엔진제조업체 MTU는 제트엔진 블레이드 제작의 고도화를 위해 5G를 활용한 생산 장비 실시간 제어 기술을 도입했다. 중국 칭다오항과 네덜란드 로테르담항은 5G 기반 스마트 항만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GSMA는 2020년~2025년 예정된 글로벌 사업자 설비투자(CAPEX) 규모 1조1000억 달러 중 80%가 5G 관련으로 추산된다고 내다봤다.

5G 세계 최초 상용화 이후 가입자 늘리기에만 급급했던 우리나라도 올해 산업 기반 확보에 나선다. 정부는 민·관 공동으로 2022년까지 30조원을 투입해 5G 이동통신 활성화와 고도화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상반기에만 5G 관련 투자를 기존 대비 50%가량 늘렸다. 특히 5G 전용 주파수 28㎓ 대역 구축과 5G 단독모드(SA)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안정적인 5G 망을 통해 5G 서비스 개발에 선제적으로 나서기 위해서다. 이동통신업계 관계자는 “5G 상용화에 나서는 국가들이 늘면서 기술 경쟁이 본격화했다”면서 “진정한 싸움은 이제부터다”라고 했다.

국가 차원의 5G 경쟁이 불붙으면서 5G 시장은 급성장할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얼라이드마켓리서치는 세계 5G 시장은 2020년 55억 달러(약 6조7000억원) 규모에서 2026년 6679억 달러(약 817조2000억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국가 주도의 산업 지원으로 5G는 현재 이동통신 서비스가 아닌 스마트팩토리용 광대역 서비스와 자율주행 기술 발전과 관련한 대규모 사물통신에서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장민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전 세계가 5G에 뛰어들면서 5G 인프라 투자 및 시장 성장이 예상을 뛰어넘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1529호 (2020.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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