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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 ‘G80’ 시승기] 민첩해졌고, 브랜드 정체성 확고해졌다 

 

공차중량 125㎏ 줄어 주행 성능 탁월… 사전 계약 첫날 2만2000대 주문 몰려

▎제네시스 올 뉴 G80 /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제네시스가 대형 세단 G80을 완전변경해 내놨다. 2013년 2세대 모델로 출시됐던 G80이 2015년 제네시스라는 고급차 브랜드의 탄생을 이끈 지 5년 만이다. 제네시스는 G80에 지난 5년 동안 제네시스라는 이름으로 일군 성과를 빼곡히 담았다. 특히 2017년 고성능 고급 세단 G70 출시를 통해 꺼내든 구매층 확대 시도와 G90·GV80에서 이룩하려 한 브랜드 정체성 확립 노력을 G80에 압축했다. 이에 제네시스는 3세대 G80을 ‘올 뉴 G80’으로 명명했다. 제네시스는 “G80은 제네시스가 추구하는 가치의 원형을 제시하는 완벽히 새로운 차”라고 강조했다.

지난 3월 30일 정식 출시 이후 하루가 지난 31일 미디어 시승회에서 올 뉴 G80을 만났다. 3세대 G80에는 묵직함과 날렵함이 공존했다. 2세대 모델에 비해 전폭은 35㎜가 커졌고, 전고는 15㎜ 낮아져 앞과 옆이 다른 인상을 풍겼다. 예컨대 차량 전면부는 2018년 G90부터 차용하기 시작한 커다란 방패 모양(크레스트) 그릴로 인해 크고 단단한 대형차 인상을 냈다. 다만 측면부는 역동적인 스포츠카를 닮았다. 여기에 차량 후면 트렁크 공간이 아래로 내려가 C필러에서 차량 끝단까지 연결선이 패스트백 형태로 바뀌었다. 옆에서 본 G80은 대형 세단이 아니었다.

당장의 시선은 좌우에 있는 두 줄 전면등이 잡아끌었다. G90에서 사용한 옆으로 뻗은 전면등이 GV80에서 2줄이 됐고 3세대 G80에서 마침내 안착했다. 두 줄 전면등 안에는 네 개의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이 들어갔다. 루크 동커볼케 현대차그룹 디자인최고책임자(부사장)이 스포츠의류 브랜드 나이키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스우시 로고’처럼 만들겠다고 했던 쿼드램프다. 쿼드램프를 안은 2개의 줄은 측면 방향 지시등으로 후미등으로 이어져 제네시스의 디자인 정체성을 보다 명확히 했다. 동커볼케 부사장은 “쿼드램프는 제네시스의 정체성”이라고 말했다.

달라진 주행성능에 편의사양 대거 적용


▎전면등 /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운전석에 앉자 제네시스의 정체성은 보다 명확해졌다. 올 뉴 G80은 지난 1월 출시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GV80과 내부 형태가 동일하게 출시됐다. 제네시스가 브랜드 내 각 차종들을 동일한 정체성으로 묶으려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제네시스는 차량 내부(운전석 기준)를 상·하단 두 개의 축으로 구분해 구성했다. 상단은 주행을 위한 시계 영역(클러스터·내비게이션), 하단은 조작 영역(오디오·공조장치)이다. 상단 시계 영역 내 12.3인치 클러스터, 14.5인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운전자가 주행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제네시스의 성과는 3세대 G80의 달리기에서 두드러졌다. 차량 외관에서 풍긴 역동성이 주행 성능에 그대로 맞아떨어졌다. 새롭게 장착한 가솔린 3.5 터보 엔진이 서울 양재동에서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모현읍까지 약 80㎞를 달리는 동안 차량을 힘 있게 밀어붙였다. 연료를 분사하는 인젝터를 엔진 연소실 중앙에 배치해 출력과 토크를 개선한 덕이다. 2세대 G80에 들어갔던 가솔린 3.3 터보 GDI와 비교해 출력과 토크가 각각 10마력(PS), 3.8% 향상됐다. 제네시스에 따르면 올 뉴 G80 가솔린 3.5 터보 모델의 최고출력은 380마력, 최대토크는 54㎏f·m이다.

고속도로 주행성능은 고급 대형 세단이 아니었다. 고성능 고급 세단 G70 출시를 통해 얻는 노하우가 3세대 G80에 녹아들었다. 수요층 확대를 위해 제네시스가 기울였던 노력의 성과다. 2016년 고급 세단에 주행성능을 결합한 스포츠 세단 G80 스포츠 정도의 주행성능을 예상했지만, 결과는 달랐다. 엔진이 웅 울고도 치고 나가지 못했던 2세대 G80 스포츠와 달리 3세대 G80은 매끄러운 질감으로 빨려들 듯 가속됐다. 올 뉴 G80 플랫폼 전체의 19%를 알루미늄과 같은 경량 소재로 만들어 공차중량을 125㎏ 줄였고, 대형 세단이 가볍고 날렵하게 움직였다. 8단 전자식 변속기(SBW)는 저속과 고속 사이에서 부드럽고 민첩하게 기어비를 바꿔 물었다.

3세대 G80이 고급 대형 세단이라는 점은 실내 정숙성으로 드러났다. 시속 100㎞를 넘어서도 주행 중 바람이 차량을 훑고, 타이어가 지면을 구르는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았다. 제네시스는 앞 유리(윈드실드)는 물론 모든 문에는 차음 유리를 기본 적용했고 문 접합부(도어 실링) 구조를 개선해 풍절음을 줄였다. 신규 엔진룸 방음 패드 및 공명음 저감 휠을 사용해 고급 세단에 걸맞은 실내 정숙성도 확보했다. 여기에 엔진이 회전할 때 발생하는 진동의 반대 진동을 만들어 엔진 회전 진동을 상쇄하는 회전식 진동 흡수 장치(CPA)까지 장착했다.

지능형 주행 보조 기술이 대거 장착돼 주행 안정성도 높아졌다. 특히 현대차그룹이 개발한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이 사실상 모두 G80에 들어갔다. 전방 충돌 위험을 차량이 직접 인지해 제동에 개입하는 것은 물론 교차로 진입 차량과 측방 접근차까지 모두 인식했다. 이 같은 기술은 고속도로주행보조 II(HDA II)로 통합돼 방향지시등을 켜면 차선 변경도 직접했다. 다만 차량이 많은 도로에서 차로 변경이 쉬이 이뤄지지 않았고, 불안했다. 방향 지시등을 절만 정도 내려 1초 이상 유지해야 한다는 조건에 맞춰 조정하는 일도 쉽지 않았다.

판매 가격 5247만원, 풀옵션 시 8000만원 훌쩍


▎내부 / 사진:현대자동차그룹
G80에 들어간 첨단 기술들은 주행 편의성에까지 닿았다. G80에 탑재된 원격스마트주차보조(RSPA)는 좁은 공간의 주차를 돕는 원격 전·후진 기능은 물론 평행주차 기능까지 지원해 초보 운전자의 주차 부담마저 덜어줬다. 인지하지 못했던 과속 방지턱이나 포트홀도 부드럽게 지났다. 내비게이션과 카메라를 통해 과속 방지턱이나 포트홀을 미리 인식해 서스펜션 감쇠력을 사전 제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같은 기능들은 모두 옵션으로 묶여 차량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최저 5247만원이지만, 옵션을 모두 넣을 경우 8000만원을 넘는다.

벤츠 E클래스, BMW 5시리즈에 맞먹는 가격에도 초반 성적이 좋다. 제네시스 G80에 하루 만에 2만2000대 계약이 몰렸다. 지난해 2세대 G80 연간 판매량에 맞먹는 수준이다. 각종 선택 사양을 채택하면 6000만~7000만원을 훌쩍 넘겨, 수입차 경쟁 모델 프로모션 가격과 비슷해졌다는 평가가 나왔던 것과 대조된다. 사전계약 첫날인 지난 3월 30일에는 전국 대리점으로 빨리 계약을 넣어달라는 고객들의 주문이 대거 몰려 계약 프로그램이 먹통이 되기도 했다. 제네시스 관계자는 “올해 올 뉴 G80 판매 목표는 3만3000대다”라고 말했다.

-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1529호 (2020.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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