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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비즈밸리 보면 지식산업센터 투자 기준 보인다] 제조 공장에서 복합 문화단지로 탈바꿈 

 

개인 매입 허용으로 지식산업센터 투자층 두터워져… 수도권 쏠림, 지역 편차 심해

▎서울 동남부 문정비즈밸리의 지식산업센터들과 썬큰 광장 / 사진:김재경
서울 잠실역에서 경기도 성남 방향으로 차로 10분 정도 달리면, 오른쪽으로 문정역과 탄천변 사이에 대규모 빌딩 군락이 위용을 드러낸다. 건물마다 멋드러진 옷을 뽐내며 줄지어 서있다. 흡사 2000년 전후 벤처기업의 요람이었던 강남 테헤란로를 연상케 한다. 군락 안으로 발을 디디면 대규모 원형 공간이 펼쳐진다. 지평선에선 눈에 띄지 않던 썬큰(Sunken 상부가 개방된 지하) 광장이다. 광장은 이곳의 관문이자 다리다. 보행자 중심 보도를 통해 문정역·송파대로의 지상과 지하를 연결하고, 지식산업센터·상가·관공서·공원 등 주변 시설로 핏줄처럼 이어진다. 수많은 유동인구가 이곳을 오간다.

서울 동남부 끝자락에 있는 문정비즈밸리의 모습이다. 이곳은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비닐하우스가 산재하던 서울 송파구 문정동 350번지 일대 54만8239㎡를 미래형 기업도시로 개발한 지역이다. 2013년부터 부지를 본격 분양해 업무단지를 비롯해 법조단지(법원·검찰청 등), 녹지휴식공간(문정컬쳐밸리), 기반시설 등으로 조성했다. 문정밸리는 업계에서 차세대 지식산업센터 개발의 한 모범 사례로 꼽히면서, 투자자나 수요자 입장에서 옥석을 가리는 기준이 되고 있다.

정부가 주택시장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자 일부 투자수요가 지식산업센터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대표적인 수익형 부동산인 오피스텔과 상가의 매력이 떨어진 것도 지식산업센터에 대한 관심을 부추긴다. 오피스텔은 지난 10년 동안 공급은 증가세였지만 수익은 하락세를 이어갔다. 상가는 온라인 거래가 급증하면서 힘을 잃어가고 있다. 저성장·저금리·저출산 여파로 경기 부침도 심해지자 안정성을 중시하는 투자 경향이 강해졌다.

특허기술 무상지원으로 강남 수요 유치


기업 대상으로 임대수익을 안정적으로 거둘 수 있다는 기대심리도 지식산업센터의 인기에 한 몫하고 있다. 한번 입주하면 잘 이전하지 않는 기업의 특성을 고려해서다. 이 같은 수요와 공급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 지식산업센터 개발 승인(설계변경 포함)은 매년 증가 추세다. 2015년 62건에서 2019년 149건으로 5년 동안 2배 이상 늘었다. 1분기 승인만도 예년 20건 전후에 머물렀으나 지난해엔 39건, 올해는 50건으로 늘었다.

이런 분위기에서 대규모 도시개발계획의 문정밸리는 수요와 투자를 끌어 모았다. 도시 전체를 기업 활동 아지트로 조성한 사례는 서울권에선 강서구 마곡지구에 이어 두 번째다. 마곡밸리(개발기간 2007~2018년)가 LG·롯데·코오롱 등 대기업들의 보금자리가 됐다면, 문정밸리(개발기간 2007~2019년)는 중소기업들의 요람이 됐다. 중소기업이 가장 많이 밀집한 G밸리(가산디지털단지+구로디지털단지)는 입주 수요가 수십 년간 이어지면서 구로디지털단지역 인근인 1단지에서 가산디지털단지역 주변인 3단지까지 구역이 확장돼왔다. 당산·양평동과 성수동 지역은 과거 소규모 공장지대에서 현재 지식산업센터 촌으로 변신 중이다.

이 가운데 지식산업센터의 평균 매매가가 가장 높은 지역이 문정밸리다. 입지에 따라 3.3㎡당 약 1000만~1400만원으로 서울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성수동은 1000만~1200만원, 당산·양평동은 800만~1200만원 정도다. 가산동·구로동은 약 600만~1200만원으로 역세권 등 입지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문정밸리가 서울 도심인 당산·양평·성수·구로보다 높은 시세를 형성할 수 있었던 배경엔 강남과 이웃한 입지, 강남보다 저렴한 비용이 유효했다. 5년 전 문정밸리 지식산업센터의 평균 분양가는 3.3㎡당 800만원대였다. 당시 서울 강남의 임대료가 3.3㎡당 약 7만~8만원이었다. 100평(계약면적)을 빌린다면 매월 700만~800만원을 임대료로 내야 한다.

입주 기업은 장기저리 정책자금 지원, 각종 세금 감면 등을 받을 수 있어 지식산업센터 구입에 드는 투자비를 아낄 수 있었다. 이후 문정밸리 시세는 가파르게 올랐다. 문정역과 가까운 현대지식산업센터는 5년 전 저층 기준 3.3㎡당 약 1141만원에 분양했다. 최근 문정역 역세권 지식산업센터 사무실의 시세는 전용 199㎡(공급면적 401㎡)의 매매가가 19억4000만원에 이른다. 시세차익도 기대할 수 있다는 뜻이다. 부동산정보업체 경제만랩 리서치팀의 안주환 차장은 “오피스텔 수익률 하락이 전국적 상황이 돼 안정성을 의식한 투자 발길이 지식산업센터로 이동하는 것”이라며 “수익률 보장, 임대 맞춤 등을 내건 분양업체의 과장 광고에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강남 도심을 지향하는 기업들의 마음을 문정밸리로 흡입할 수 있었던 또 다른 당근은 특허기술 지원 정책이었다. 문정밸리 지식산업센터에 입주하는 중소기업에게 대학과 연구기관의 특허기술을 무상으로 지원하는 특허기술 상용화 플랫폼(PCP) 사업이다. 기술 연결에 그치지 않고 사업화까지 후속 지원을 제공했다. 기술 개발에 필요한 지원 정책, 협력을 모색할 수 있는 기업 간 네트워크, 제품을 시험할 수 있는 풍부한 수요와 시장 등을 갖춘 강남권 문화도 문정밸리의 안착에 일조했다.

공급·수요 이해관계 맞아 대형화·복합화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하우스디비즈 지식산업센터의 디자인 입면 / 사진:대보건설
지식산업센터의 덩치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점도 투자수요를 붙잡는다. 평균 연면적이 2015년 2만8169㎡에서 2019년 3만8212㎡로 해마다 넓어지고 있다. 생산·업무시설 위주였던 기존 공간 설계에서 벗어나 마트·영화관·보육·서점·위락·커피숍·화장품 등 다양한 쇼핑·편의 시설을 비롯해 기숙사·체육시설·휴게공간 등을 갖춘 시설로 바뀌고 있어서다. 회의실도 참석자 수와 형태에 따라 다양하게 설치하는 추세다. 각종 행사를 열 수 있고 산책도 즐길 수 있는 문화공간까지 함께 조성하고 있는 점도 지식산업센터 개발 면적이 커지는 이유다. 심지어 최근엔 호텔에서나 만날 수 있는 컨시어지 서비스를 내걸고 분양에 나서는 지식산업센터까지 등장했다. 지식산업센터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들이 머물 주거용 오피스텔을 함께 짓는 복합화도 한 추세다. 주택사업이 움츠러들자 대형 건설사들이 지식산업센터에 뛰어들어 대형화 복합화로 차별화를 꾀한 점도 배경이 됐다.

여기엔 경기 불확실성이 갈수록 커지자 다양한 입주·투자 수요를 붙잡으려는 공급자 심리와, 근거리에서 원스톱 편의를 누리고 싶은 입주자 심리도 반영됐다. 지식산업센터는 오피스텔과 업무환경이 비슷하다. 하지만 구조가 간단해 공사기간이 짧고 시공비가 적게 들며 규제도 적은 편이다. 임대료도 오피스텔의 절반 수준인데다 혜택도 많다. 취득세 4.5%로 주택(1.1~3.5%)보다 높지만 직접 매입해 사업 목적으로 사용하면 취득세의 50%를 감면해준다. 양도소득세는 1년 미만 50%, 1년 이상~2년 미만 40%, 2년 이후엔 일반세율을 각각 적용한다.

규제지역에 따라 과세하는 주택과 달리 지식산업센터는 지역에 상관없이 중과세가 없다. 게다가 일정한 소득이 있고 신용등급이 불량이 아니면 분양가의 최대 90%까지 대출받을 수 있어 임대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 단, 지식산업센터는 상업용 부동산으로 분류된다. 따라서 아무리 적은 소득이라도 종합소득세에 합산된다. 직장 근로자가 아닌 사람이 지식산업센터를 취득하면 사업자에 해당하므로 발생한 수입에 따라 4대 보험이 부과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일반 개인도 구입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한 점도 지식산업센터 투자 붐을 일으키는데 한 몫하고 있다. 대출 규제가 없는데다 지난해부터 개인도 임대를 목적으로 한 취득이 가능해져 지식산업센터 투자자층이 두터워졌다. 투자 수요가 몰리자 일부 지식산업센터는 아파트 못지않게 수천만원의 프리미엄까지 붙고 있다.

지역상권 기능 설계로 유동인구 창출해야

문정밸리가 지역의 상권 역할을 고려한 점도 성공의 한 요인이다. 문정밸리 주변엔 기존의 대규모 아파트 대단지로 구성된 주거지가 인접해 있다. 이곳은 뒤에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가 가로막고 있어 상권이 미약하다. 북쪽으로 상권이 발달한 송파와 잠실이 있지만 걸어서 접근하기 어려운 거리다. 문정밸리는 업무시설 외에도 대형 광장, 다채로운 녹지와 문화 공원, 다양한 점포들로 구성한 스트리트형 상가 등을 구성해 문정동 지역의 중심 상권으로 기능하도록 설계했다.

이는 주택지역 수요까지 흡수해 평일과 낮에는 업무수요가, 휴일과 밤엔 주거수요가 드나들면서 문정밸리의 활성화에 도움을 줬다는 평가다. 근로자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면 행인을 찾기 힘든 거리로 바뀌는 마곡밸리나 지방의 일반산업단지의 다른 모습이다. 이는 문정밸리가 부지가 54만㎡를 넘는 덩치에도 불구하고 유동인구를 만들어낼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다. 문정밸리에 광장(컬쳐밸리)을 설계한 노윤경 우리동인건축 대표는 “산업단지지만 그 안에서 유기적인 교류와 다양한 행사가 이뤄져 경제활동에 촉진제가 되도록 유도하기 위해 펼친 멍석이 바로 광장”이라며 “단순 업무시설에서 문화공간으로 기능을 확대할 수 있는 장치”라고 설명했다.

지식산업센터에 투자나 입주를 계획하고 있다면 해당 지역의 뜨고 지는 분위기도 감지해야 한다. 지식산업센터의 증감 추이를 보면 수도권 쏠림 현상이 두드러졌다. 수도권(서울·경기·인천) 소재 지식산업센터 수가 전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최근 3년 동안 78.6%(2017년 6월 기준)에서 80.4%(2020년 4월 기준)로 증가했다. 경기 지역이 508곳(43.5%), 서울 359곳(30.8%), 인천 71곳(6.1%)이다. 경남·대구·대전·부산·충북은 감소세, 강원·세종·울산·전북·충남은 제자리걸음을 보이고 있다. 이상혁 더케이컨설팅그룹 상업용부동산 센터장은 “부천·하남 등 서울 인접 지역에서 저조한 분양실적이 나타나고 있다. 수도권에도 지식산업센터 공급과잉으로 공실 증가가 우려된다”며 “근로자들을 위한 접근성과 편의성을 고려해 옥석 가리기에 나설 때”라고 말했다.

- 박정식 기자 park.jeongsi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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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4호 (2020.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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