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품은 대부분 유통·오피스 자산으로 구성… 실물 경제 부진에 직격탄
지난해 국내 증시에서 주목받는 투자 대상으로 부상했던 공모상장리츠(REITs)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국내 증시가 회복세에 접어든 이후에도 공모상장리츠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리츠는 부동산 실물 자산을 기반으로 하며 임대료 수익 등 안정적 현금 창출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따라서 투자 대상에 포함시킬 경우 증시가 부진하더라도 하락폭을 방어할 수 있다는 기대를 받던 투자 대상이다. 다만 코로나19 여파로 실물 경제 부진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면서 오히려 시장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내고 있다.국내 증시에 상장돼 있는 리츠는 지난 5월 6일 기준으로 NH프라임리츠, 롯데리츠, 신한알파리츠, 이리츠코크렙, 모두 투어리츠, 케이탑리츠, 에이리츠 등 모두 7개 종목이다. 이들 종목들의 연초 주가 대비 평균 수익률은 마이너스(-)15.5%다. 반면 코로나19 확산에 공포감이 맹위를 떨치던 3월 1400대까지 내려갔던 코스피는 1900선을 회복하면서 연초 대비 손실 폭을 -11.3%까지 줄였다. 코스닥 지수도 -2.3% 수준까지 회복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안정적일 것이라 생각했던 공모상장리츠의 부진이 더욱 부각된다.
시장 평균 밑돈 리츠 수익률증시 부진에도 안정감을 줘야할 공모상장리츠들이 오히려 시장 평균보다 더 하락폭을 키웠던 원인으로는 실물경기 부진 우려가 지목된다. 상업용 부동산에 투자해 임대 수익과 자산 가치 상승 양쪽으로 수익을 내는 리츠는 실물경기 부진에 직격탄을 맞았다. 더구나 코로나19의 높은 전염성 때문에 비대면(Untact) 서비스가 각광받고 있는 점이 악재로 작용했다. 대형마트나 할인점 등 오프라인 유통 채널을 이용하는 소비자가 줄고 대신 온라인 유통 채널 이용자가 늘었고, 기업들은 화상회의나 간담회를 선택하기 시작했다.비대면 서비스의 확산은 일시적인 유행으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매킨지는 ‘코로나바이러스너머(Beyond coronavirus: The path to the next normal)’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코로나19 이후 비즈니스 방식이나 유통·서비스는 물론 일상생활까지 전방위적인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 예측했다. 소비 패턴이 온라인 중심으로 바뀌고 사업 구조에서 자동화가 가속화되며 온라인 교육이 널리 활용되는 식으로 사회환경 전반에 비대면화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박준영 한화자산운용 멀티에셋팀 매니저는 “코로나19 확산 초기에는 안정적인 배당과 저금리에 힘입어 공모상장리츠들이 견조한 흐름을 보였지만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오히려 지수보다 하락폭이 커졌다”며 “특히 유통 점포와 쇼핑몰, 오피스 등 경기에 민감한 분야의 하락폭이 컸다”고 설명했다.국내 공모상장리츠 대부분이 유통 관련 자산이나 오피스 자산을 중심으로 하고 있어 하락폭이 클 수밖에 없었다. 국내 공모상장리츠 7곳 가운데 3곳은 오피스 자산에 기반한 리츠다. 이들 리츠는 모두 10% 중반이 넘는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서울 시내 핵심 오피스빌딩을 기초로 구성된 NH프라임리츠는 연초 대비 하락율이 19.9%다. 서울과 경기도에 위치한 오피스를 자산으로 담고 있는 신한알파리츠는 연초 대비 하락폭이 18.2%에 이른다. 서울과 인천, 부산 등의 상업·업무시설로 구성된 케이탑리츠는 같은 기간 16.9% 하락했다.유통 관련 자산으로 구성된 리츠는 롯데리츠와 이리츠코크렙 등 2곳이다. 롯데리츠는 롯데그룹의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을 기반으로, 이리츠코크렙은 이랜드리테일이 운영하는 점포들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때문에 오프라인 유통 채널의 침체에 직격탄을 맞았다. 두 종목의 연초 대비 수익률은 각각 -14.4%, -21.0%다. 반면 유통 관련 자산이나 오피스 자산이 아닌 리츠는 상대적으로 하락폭이 낮았다. 유통비즈니스호텔 등 숙박시설을 기반으로 구성된 모두투어리츠는 연초대비 12.8% 하락했다. 주로 주거용 건물을 개발해 임대해주는 식으로 수익을 내는 에이리츠는 같은 기간 5.3% 하락에 그쳤다.유통 자산과 오피스 자산에 기반한 리츠들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상황은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다. 전세계에서 리츠 시장이 가장 발달한 미국에서는 일부 리츠들이 배당을 줄이기로 하면서 현금흐름의 안정성마저 의심받고 있다. 미국리츠협회(NAREIT)에 따르면 유통 관련 리츠의 연초대비 수익률을 지난 5월 4일을 기준으로 -44.2%까지 떨어졌다. 오피스 자산을 기초로한 리츠는 같은 기간 -26.0%를 기록했다. 반면 S&P500 지수는 같은 기간 -12.7%, 나스닥 지수는 -4.2%까지 하락폭을 줄였다.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은 “중수익, 중위험을 추구하는 리츠의 특성과 달리 벤치마크 대비 하락폭이 컸던 이유는 이번 위기가 감염병에서 발생한 오프라인 경제활동 중단에 기인하기 때문”이라며 “1분기는 코로나19 영향이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전이라 2분기부터 유통 및 오피스관련 리츠의 실적 충격은 확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격 부담 적어진 우량 리츠에 주목해야증권가에서는 공모상장리츠들이 약세를 보이면서 가격 부담이 적어졌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배당을 삭감하지 않는한 주가가 하락한다면 배당수익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일단 국내 증시에 상장된 리츠들은 당분간 배당을 줄일 가능성이 높지 않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지난 4월말 기준 신한알파리츠의 연간 배당수익률 전망치는 4.9%, 이리츠코크렙과 롯데리츠는 각각 6.7%, 6.0% 수준이다.일각에서는 상장을 준비중인 리츠들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유통 관련 자산이나 오피스 자산이 아닌 다른 분야의 자산을 기반으로 하는 리츠가 대거 포진하고 있어서다. 특히 서울과 부산 주변의 물류시설에 투자하는 켄달스퀘어리츠와 홈플러스 안성 신선물류센터 창고 시설에 투자하는 케이비안성로지스틱스리츠 등은 최근 각광받는 물류센터 기반 리츠다. 이외에도 주유소를 기반으로 하는 코람코에너지플러스리츠와 해외 부동산에 투자하는 마스턴투자운용서유럽리츠 등도 주목받고 있다.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물류센터는 자본환원율(cap rate)이 5% 이상은 돼야 거래가 성사됐지만, 최근 거래가격이 급상승하며 그 이하에도 거래됐다”며 “코로나19가 앞당긴 트렌드와 저평가된 우량 리츠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황건강 기자 hwang.kunka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