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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어음 4호 사업자로 떠오른 미래에셋대우] 발행어음 인가 심사 재개했지만 ‘금리 장사’ 미지근 

 

기존 3개 사업자도 한도 대비 52% 발행에 그쳐… 투자처 확보가 우선

자기자본 기준 국내 선두 증권사 미래에셋대우의 발행어음 사업 참여가 본궤도에 오른다. 지난 2017년 7월 단기 금융업(발행어음) 인가 신청 이후 2년여 만이다. 그러나 미래에셋대우가 발행어음 사업을 시작하더라도 시장에서 가속페달을 밟기 어렵다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발행어음 시장에 이미 진출한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 KB증권 등 세 곳의 발행 잔액만 합쳐도 16조원이 넘어 조달할 만큼 조달했다는 평가다. 더구나 올해 2분기부터 증권사들의 부동산 투자에 제한이 걸리면서 적절한 투자처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최근 금융당국에서는 미래에셋대우의 발행어음 사업 인가 심사가 재개됐다. 발행어음은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초대형 IB로 지정된 증권사가 자체 신용을 바탕으로 발행하는 만기 1년 이내의 어음으로 기업대출·채권, 부동산금융 등에 투자할 수 있어 증권사들의 영업자금 조달을 원활히 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꼽힌다. 현재 단기금융업(발행어음) 인가를 받은 증권사는 자기자본의 200%까지 발행어음을 판매할 수 있다.

일감몰아주기 정리되며 사업인가 한발짝


미래에셋대우는 정부가 초대형 투자은행(IB)에게 발행어음 사업을 허용하자 지난 2017년 사업 인가를 신청했다. 그러나 그해 연말 박현주 미래에셋대우 회장과 계열사들의 일감몰아주기 의혹과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조사가 시작되면서 심사 절차가 전면 중단됐다. 자본시장법에서는 심사에 중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을 금융위원회나 금융감독원·검찰·공정위원회·국세청 등에서 조사나 검사, 수사 중인 경우 심사를 중단하도록 하고 있다.

공정위에서는 지난 5월 27일 미래에셋그룹의 일감몰아주기 의혹과 관련해 미래에셋컨설팅 등 10개 계열사에 과징금 43억9100만원을 부과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그룹 총수(동일인)인 박현주 회장에 대해서는 검찰 고발하지 않기로 하면서 발행어음 사업인가에는 영향이 없을 전망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달 초에 미래에셋대우 측에 단기금융업 심사와 관련한 서류 보완을 요청했다”며 “특별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고 처음 신청 당시에 비해 2년여가 흐른 만큼 바뀐 부분에 대한 자료 요청”이라고 설명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빠르면 3분기 안으로 미래에셋대우가 발행어음 사업을 인가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미래에셋대우가 발행어음 사업을 시작하더라도 발행 잔액을 급격하게 늘리면서 규모를 키우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래에셋그룹이 ‘일감몰아주기’ 관련 의혹에 멈춰 선 사이 경쟁사들이 이미 16조원 규모의 자금을 끌어 모았고 어느새 규모의 성장이 잦아드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다.

국내 1호 발행어음 사업자인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잔액은 지난 4월 말 기준 8조2000억원에 이른다. 2호 사업자 NH투자증권도 같은 시기 4조4800억원의 잔액을 보유하고 있다. 가장 후발주자인 KB증권도 잔액이 3조3700억원 가량이다. ‘조 단위’ 발행 잔액을 자랑하고 있지만 증권사별 자기자본을 생각하면 한도의 절반을 겨우 넘어선 상황이다.

발행어음 사업을 인가받은 국내 증권사 3곳의 자기자본은 2019년말 기준으로 15조2300억원 가량이다. 발행어음은 자기자본의 200%를 발행할 수 있기 때문에 세 곳의 발행 한도는 30조5000억원에 이른다. 발행어음 잔액 16조원은 52.6% 수준이다. 증권사 별로는 한국투자증권만 한도의 78%를 발행했고, NH투자증권은 42%, KB증권은 36% 수준이다.

증권사들이 발행어음을 공격적으로 늘리지 못하는 데에는 역마진 우려가 자리 잡고 있다. 기준금리가 1.00%에도 미치지 못하는 환경이 지속되면서 1년 이내 단기자금에 고금리를 주기 부담스러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실제로 발행 잔액 기준으로 1위 사업자인 한국투자증권은 사업을 인가 받은 첫해인 2017년말 8500억원 가량에서 2018년말 4조2000억원까지 발행어음 잔액을 늘렸으나 2019년말에는 6조7000억원까지만 늘렸다. 분기별로 보면 2018년에는 매분기 20%가 넘게 잔액을 늘렸다. 반면 2019년 2분기에는 직전 분기 대비 13% 늘린 뒤, 3분기에는 9%, 4분기에는 7% 성장에 그쳤다. 2019년 2분기는 3번째 사업자인 KB증권이 발행어음 사업을 시작한 시기다.

NH투자증권 역시 KB증권의 발행어음 사업 개시 이후 잔액 증가율이 현저하게 낮아졌다. NH투자증권은 2018년 3분기 발행어음 사업을 시작한 뒤, 2019년 2분기까지 매분기 30%가 넘게 발행 잔액이 늘었으나 KB증권이 합류한 2019년 3분기부터 분기 평균 6% 가량 성장 중이다. 2020년 1분기 말에는 직전 분기인 2020년 4분기 말 잔액에 비해 1.8% 늘었다. 발행 잔액 증가세의 둔화는 발행어음 금리에서도 드러난다. NH투자증권과 KB증권의 발행어음 금리는 각각 1.25~5.0%, 1.2~5.0%다. 두 곳 모두 특판 금리를 제공하면서 최고치가 5.0%로 나타났다.

발행어음 잔액 성장세 둔화로 매력 떨어져

증권가에서는 미래에셋대우가 발행어음 사업에서 무리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발행어음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쪽이 증권사 입장에서는 다른 방식에 비해 절차가 단순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투자처 이상으로 무리하게 자금을 조달하기에는 시장이 이미 어느 정도 규모를 갖췄다는 판단이다.

더구나 발행어음을 통해 조달한 자금은 의무적으로 기업금융에 50% 이상 투자하도록 규정돼 있다. 구체적으로는 기업 대출 및 어음매입이나, A등급 이하 회사채, 프로젝트파이낸싱(PF) 목적 특수목적회사(SPC) 지분, 발행시장 지분 투자 등이다. 5월말 기준으로 A-등급 회사채 3년물 평균 금리는 2.3%대로 발행어음 금리를 감안하면 수익을 확보하기 쉽지 않은 수준이다.

그나마 증권사들에게 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처로 인식됐던 부동산 금융은 지난 2019년 12월 유탄을 맞았다. 금융당국에서는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초대형 IB가 판매할 수 있는 발행어음의 10%가 넘는 금액이 부동산에 투자될 경우 레버리지비율 산정에 포함하기로 했다. 올해 들어서는 SPC의 기초자산이 부동산이면 기업금융이 아닌 부동산 투자로 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모험 자본을 육성하겠다는 당초 취지를 생각하면 납득할 만한 변화”라면서도 “조달 금리를 따져서 투자처를 확보해야만 하기 때문에 발행어음 사업의 매력은 낮아졌다”고 말했다.

- 황건강 기자 hwang.kunkang@joongang.co.kr

1538호 (2020.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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